PD수첩을 보고 블로그(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dsp9596&logNo=220278357071)에 써본 글입니다.
반말은 블로그니까 이해해주시길..
1.
최근 몇 년 동안 한국인들의 가장 큰 취미생활은 영화일 것이다. 2년연속 총 영화 관객수가 2억명을 넘었다. 1년에 한 명당 4편의 영화를 본 셈이다. 게다가 작년엔 무려 4편의 천만영화(<겨울왕국>, <명량>, <인터스텔라>, <국제시장>)이 나왔다.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영화가 엄청난 양적 성장을 한 듯 하다.
2.
그러나 최근에 그 동안 쌓인 문제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제대로 상영관을 배정받지도 못한 채 종영되어버렸다. 이에 제작사 리틀빅픽쳐스의 엄용훈 대표가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개봉 전 시사회와 개봉 후 관객 평이 아주 좋았던 영화 중 한 편이었다. 깐깐한 영화 평론가들도 호평을 했다. 거기에 김혜자, 최민수, 강혜정 등 유명 배우들까지 출연한 영화다. 그런데 어쩌다 이렇게 빨리 종영하게 되었을까?
3.
여기서 작년 흥행작들의 배급사를 한 번 살펴보자. 작년 흥행순위 1위를 차지한 <명량>부터 <수상한 그녀>, <국제시장>,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CJ배급이고, <해적:바다로 간 산적>, <역린>, <타짜-신의 손>은 롯데배급이다. 두 회사 모두 배급사와 동시에 CGV와 롯데시네마라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메가박스의 스크린 수까지 더하면 전체 상영관의 80.9%, 전체 스크린의 무려 92%를 차지하고 있다.
4.
물론 멀티플렉스가 나쁜 것이 아니다. 자본주의 논리에 의해 얼마든지 큰 극장들이 등장 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배급사와 멀티플렉스를 동시에 소유한 것이 문제다. 심지어 CJ와 롯데는 각각 투자와 배급까지 담당한다. 쉽게 말해, 영화가 만들어지고 상영되는 것 까지 대기업의 손 안에서 이루어 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대기업 배급사의 영화들이 스크린을 독과점 하게 된 것이다.
이 표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현재 한국의 영화산업은 이렇게 돌아간다. 대기업이 기획, 투자, 제작, 배급, 상영, 부가판권까지 모든 것을 해결하는 구조이다. 저 구조에 간혹 다른 제작사가 끼어들 뿐, 큰 구조는 바뀌지 않는다. 이러한 대기업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때문에 몇 편의 천만영화와 100만도 넘지 못하는 수많은 영화들로 영화 흥행이 양극화 되는 것이다. 300~400만 급의 중박영화들이 최근에 많이 등장하지 않는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무려 4개월 동안 상영한 <광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잘 될거 같은, 잘 되고 있는 자사 배급영화들은 어떻게든 천만에 가까운 관객을 동원시키려 한다. 때문에 좌석점유율이 낮아져도, 평이 안좋아도 상영 점유율을 낮추지 않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방식은 영화의 질까지 떨어트린다. 작년이 가장 큰 예시로 볼 수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한국에서 개봉한 한국 메이저 영화들 중 관객과 편론가 모두의 호평을 받은 것은 <끝까지 간다> 한 편 밖에 없다. 이는 흥행이 될 만한 요소만 적당히 버무려, 작품이 아닌 상품을 찍어내기 때문이다. 자신이 만든 영화를 자신의 영화관에서 상영한다. 영화에 대한 평이 보통만 된다면 얼마든지 관객수를 늘릴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각각 롯데와 CJ에서 배급한 <역린>과 <해적:바다로 간 산적>, <명량>과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이다. 위의 네 영화 모두 전국 상영 점유율에 비해 각각의 멀티플렉스에서 10~20%가까운 점유율을 더 차지하고 있다. 특히 <명량>은 55%,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는 64%로 절반이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니 흥행이 잘 될 수 밖에 없다. 다른영화 VS <명량> 이런 식의 선택지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는 관객의 선택지를 한정지어 버린다. 거기에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더 테너>등의 영화들은 상영을 한다 해도 조조아니면 심야, 관객들이 영화를 볼 수 있는 시간대에 영화를 틀지를 않아버린다. 이러니 관객들은 극장에서 많이 트는 영화들을 볼 수 밖에 없다.
5.
개인적으로 스크린 독과점을 체감했던 것은 작년과 재작년이다. 작년 여름은 <군도:민란의 시대>, <명량>, <해적:바다로 간 산적> 등 한국 블록버스터가 쏟아졌던 해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보고 싶었던 영화는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였다. 하지만 CGV 전체 스크린의 55%를 차지한 <명량>과 같은 주에 개봉하게 되었다. 게다가 가격이 비싼 IMAX나 4DX같은 특수관에서만 개봉된 곳도 많았다.(특히 우리 집 앞의 왕십리 CGV에서는 IMAX관에서만 상영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 다음주에는 롯데의 <해적:바다로 간 산적>이 개봉했다. 그 뒤로는 그나마 있던 일반 상영관 마저 빼았기고 130만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게 되었다. 반면에 <명량>과 <해적:바다로 간 산적>은 각각 1700만, 860만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재작년에는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로 스크린 독과점을 실감 할 수 있었다. 같은 주에 개봉한 두 영화가 나란히 박스오피스 1,2위를 차지한 채, CGV에 가면 스크린의 절반 가량이 <설국열차>로, 롯데시네마에 가면 <더 테러 라이브>로 도배되어있었다. 각각 CJ와 롯데가 투자, 제작, 배급을 맡은 영화들이다. 이러니 두 영화 외에 다른 영화들은 조조와 심야 시간대로 밀려났다. 개인적인 기억일 뿐이지만, 당시에도 스크린 독과점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었다.
6.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다른나라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파라마운트 판결이 있다. 일종의 반 독점법이다. 1948년 파라마운트 등의 메이저 영화사들이 (지금의 CJ와 롯데처럼)영화의 제작, 배급, 상영을 수직적으로 통합한 것이 독점 금지법 위반이라고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후 수직계열화 되어있던 대형 영화사들이 제작사, 배급사, 극장으로 각각 분리되었고, 지금의 헐리웃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프랑스의 경우, 12개 이상의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멀티플렉스에서는 같은 영화를 2개 상영관 까지만 상영할 수 있도록 하고, 12이하의 상영관에선 한 영화가 전체 상영관의 30%이하까지를 이용 할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의 슈퍼갑질이 만연하고 있다. 1910~1930년대에 헐리웃 영화사들이 했던 일들이, 우리나라에서는 현실인 셈이다. 지방의 작은 상영관들은 멀티플렉스의 위탁 상영관이 되어버리거나 문을 닫고 있다. 단성사나 피카디리 같은 유명했던 영화관들 마저 멀티플렉스에 넘어간 지 오래다. 계속 이대로 방치한다면, CJ와 롯데의 갑질은 계속 될 것이다. 1948년의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정부가 나서서 규제를 해야 한다.
7.
다행히도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 종영과 동시에 재개봉을 했다고 한다. 여전히 50여개의 상영관 밖에 안되는 적은 상영관이지만, 꼭 흥행에 성공해서 대기업의 횡포를 널리 알렸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