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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단편] 선풍기에 손이 갈린 소년
게시물ID : readers_186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r.키케로
추천 : 1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2/21 00: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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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에 손을 밀어 넣었다. 나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너는 인생의 길을 몇년간이나 걷지 않고 있어, 용기가 없어서 그래' 이런 말을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에게는 꿈을 이루기 위한 희망찬 인생의 길이 필요하지 않은가? 어쨌든 나도 그런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용기를 증명하기 위해, 선풍기의 빙빙 도는 날에 손을 들이밀었는지도 모른다. 조금 아팠지만 괜찮다, 선풍기의 뭉툭한 플라스틱 날은 예상했던 대로 조금의 아픔만 주고 멈춰버렸다, 


"손에 상처가 났구나, 이런거 그대로 두면 안되, 약도 발라주고 붕대도 감아줄게" 보건 선생님이 말했다, 부모 따위가 이정도로 친절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절망 당하고 있다, 가난이 파괴한 가정에서 서로 상처당하지 않을려고 양친은 모두 나를 기피한다 "수업 좀 들어라, 공부해야 좋게 사는 법이야" 이 말도 수업 선생님이 한 말이지, 부모 따위가 한 말이 아니다, 사실 나는 바라고만 있다, 나는 의지도 없는 자식이다 "어디가니?"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난 나에게 묻는다.


"밖에가요" 나는 대답했다 "수업 다 안 끝났는데?" 선생님의 말에 나는 뭐라 대답할까 궁리하다가 붕대감긴 손을 보여줬다 "손이 선풍기에 갈렸어요" "무슨 소릴 하는거니?" 선생님은 그렇게 물었지만. 나는 그대로 밖에 갔다. 중간에 길잃은 햄스터가 보이길래 발로 밟아 터트렸다, 절망속에서 자기보다 못난 생물을 괴롭히는거 말고 뭐가 있는가? "저 형이 내 햄스터를 밟아 죽였어" 어떤 아이가 울며 나를 가리킨다 "니가 밟아죽였다고? 싸이코 아냐?" 나보다 키큰 남자가 그렇게 말하니 나는 두려움에 머뭇거리다가 나에게 용기가 없다는걸 깨닫고 고개를 들었다 "그깟 햄스터 밟아죽이면 어때? 사람을 밟아죽인것도 아닌데" 나는 한대 얻어맞았다, 키큰 남자는 나를 흠씬 때린다, 뭐라 반문할게 있는가, 나는 절망당하고 있다, 인생의 길이 없음과 의지또한 없음에 절망당하고 있다.


그래 사실 나도 이런 삶이 싫다고! 희망만 있다면 언제든 잡을 준비가 되어있어! 그때 길거리에서 거지를 만났다, 그는 남루한 행색을 하고 있다, 비굴적인 눈초리로 자신이 가장 절망스럽다는 냥, 바구니를 들이밀었다, 당신이 절망스럽다고? 내가 더 절망스러워! "당신에게 돈을 드릴 수 없어요, 나는 손이 잘린 놈이거든요" 나는 붕대를 보이면서, 감히 나에게 절망을 들이대지 말란 투로 말했다 "아니...젊은 청년이 어쩌다가" 거지가 답한다 "선풍기에 손이 갈렸어요" 나는 히죽 웃어보았다 "선풍기에 손이 잘려...?" 거지가 이상한 눈초리로 본다, 나는 그대로 길을 건너갔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우리는 너를 보육원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엄마가 말했다, 붕대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용서해라 하지만, 우리는 널 키울수가 없어" 아빠가 말했다 "어째서요?" 내가 심장이 빨라지는걸 느끼며 말했고, 아빠는 고개를 떨군다 "이건 돈 문제가 아니야...우린 너에게 실망만 주고 너를 제대로 키울 수도 없어..." "아니 제대로 말해야지!" 엄마가 성난얼굴로 말을 이었다 "너란 놈은 아무것도 안하고! 사랑스럽지도 않으니깐 그곳에 쳐박을려는거야!" 엄마 아빠가 오랜만에 싸우지 않고 합심하며 하는 말이 이런거구나, 언젠가 이 날이 올줄 알았지만 지금이구나, 나는 도대체 어디까지 절망으로 떨어질까?


옥상위에 서서 땅을 바라볼때, 나는 밑바닥을 쳤다, 떨어지지 않았다, 절망이 밑바닥을 쳤고 희망이 조금 튀었다, 이놈의 부모를 모조리 죽여버려야지, 나는 그대로 칼을 들고 집으로 들어갔다, "뭐하는거야! 하지마!" 몇몇 소리가 들린다, 나는 내가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잠깐 의자에 앉아있었다, 아니 지금도 앉아있다, 내가 부모를 죽였나? 기억이 나질 않는데? 나의 길이 어딨지? 아, 이젠 없구나. 나에겐 인생의 길이 사라졌군.


다시금 옥상 위에 올라갔다, 쉽게 떨어질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묘하게도 나에겐 희망이 그대로 있다, 부모 새끼가 죄다 죽어버렸기 때문아닌가? 희망만이 남아야 정상이다, 하지만 내 인생이 이제 부터 절망뿐인건 사실인데? 나는 선풍기에 갈려버린 손을 쳐다보았다, 어떻게 이 손이 갈려버렸지? 고작 선풍기 따위에게? 갑자기 든 의문에 우리 집의 선풍기를 황급히 보러갔다, 가슴이 쿵쾅댔다, 도대체 무슨 음모가 있는건가!


집에 가보니 부모님이 처참하게 죽어있고, 그 위로 선풍기의 바람이 분다, 선풍기에도 피가 묻어있다! 선풍기가 처참하게도 돌아다니면서 빠르게 윙윙대는 날을 자랑했다, 도망가도 소용없다, 저 윙윙대는 칼날이 돌아가는 속도가 보이는가? 너무나도 빨라서 눈으로 확인 할 수도 없다, 느껴지기 시작한다, 저것에 도망다니기 위해서 뛰어다는 엄마와, 선풍기를 필사적으로 말리는 아빠, 하지만 둘다 잡아먹히고 만다. 갑자기 나의 길이 생겼다. 나는 분노했기 때문이다.


나는 '선풍기에게 갈린 사람을 도와주는 모임' 이란 인터넷 카페를 세웠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생각해보자, 첫번째로 선풍기가 사람들을 갈아버린다고 한다면 선풍기의 매출이 떨어지고 에어컨이 매출이 오를것이다, 기업이란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게 아니다, 철저히 악랄하고 이익을 뽑아먹기 위해서 사람 목숨을 개차반으로 아는 녀석이다, 현대차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이득 집단은 이득에만 신경쓴다


우리가 세뇌당했다는 사실을 인터넷에 퍼트렸다, 디씨,일베,오유,개드립 모든 사이트에 올리고 선풍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카페를 홍보했다 '필독, 선풍기는 사람을 갈아버린다, 무시무시한 선풍기 회사의 음모' 카페에 사람들이 천명정도 모였다, 나는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는 모양이다, 아마도 진실을 알리는 세계의 용사 정도로. '이게 미친놈의 카페인가요' 가끔 나의 욕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언제나 회사의 모략은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 상상 이상의 존재다.


카페 인원이 삼천이 넘을 무렵 나는 카메라로 우리 가족이 처참하게 살해당한 현장과 선풍기에 손이 갈려버린 나에 처량하고 앙상한 몰골을 찍어서 올렸다, 나는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해서 대대적인 거리 행진과 궐기를 준비하고 있다, 나도 감성에 호소할 줄 안다, 회사만 똑똑한게 아니다 '모두 서울 거리 행진을 할 테니 모여주십시요 삼천의 카페 회원 여러분 여러분의 힘이 필요합니다, 선풍기 회사의 음모를 물리치고, 저와 함께 세상을 진실되고 논리적이게 바꿉시다,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이 없도록 말이죠' 나는 오랜만에 밖으로 나섰다, 피부로 느껴지는 나의 길을 위해서.


약속된 장소에 경찰이 두명 있었다, 사람들도 내가 약속한 자리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평범하게 서울 거리를 지나는 것 같은 저들은 모두 내 카페 회원으로 영화 브이 포 벤데타 처럼 약속된다면 모두 궐기할 사람이다, 나는 경찰에게 달려들어 총을 빼앗았다, 한발 다른 경찰에게 쏜다! 어떤 피해도 당하지 않자, 한발 더 쏜다! "이 기업의 개자식 부패한 공무원 놈!" 나는 사람들이 도망가기 시작하자, 그들에게도 총을 쏘았다 "도망가지마! 진실을 보란 말이야!" 가방에서 선풍기를 꺼낸다, 예비 충전기에 콘센트를 연결하자 모터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미래로의 희망이 느껴진다 나에게는 자신만의 길이 존재한다, 그것은 올바르며 곧게 뻗어있고, 맨 끝에는 빛이 비추고 있다! 나는 왼손의 붕대를 풀고 멀쩡한 손을 사람들에게 비추어주었다 "지금부터 선풍기가 사람의 손을 갈아버린다는걸 증명해보겠다! 음모는 사라지고 진실이 회복된다! 나는 거짓된 세계의 마지막 용사다!" 나는 선언하며 사람들을 쳐다보았다, 그들은 진실이 무서운 나머지 두려워하고 있다!


나는 손을 빠르게 돌고있는 선풍기의 무서운 날에 순간적으로 밀어넣었다 "윽! 내 손이 갈리는게 보이냐! 우민들아!" 손을 밀어넣자마자 갑작스러운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선풍기의 날은 멈춰버렸다, 나에게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지만, 감당하며 처참히 잘려버린 왼손을 주먹쥐며 굳세게 사람들에게 내보였다! "나의 잘려버린 왼손이 보이냐! 이게 너희들이 지금껏 보지 못한 진실이다!" "멀...멀쩡하잖아?" 사람들이 수군댄다 "아무리 진실이 절망스럽더라도 도망쳐선 안되!" 나는 진실을 회피하는 그들을 꾸짖었다, 나에게는 싸울 목표가 존재한다, 이게 나와 그들이 다른 점이다, 인간에게 반드시 필요한 영광스러운 인생의 길이 나에게 존재한다.


은하가 뇌 속에 들어오는 느낌에, 나의 동공이 확장되고 있다, 아아, 나는 위대하다.


비평감사, 욕도 해도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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