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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좀 삐쳐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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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향이 그 말을 들으니, 이게 왠 팔자가 필 소리이거니와
제가 이 맛에 그네를 탄다고 홀로 좋아하며
순간 너무 기쁘매 목이 매이나, 붉은 입술을 겨우 열어 옥소리로 말하거늘,
“ 예로부터 충신은 두 임금을 모시지 않고, 정숙한 여인은 두 남편을 모시는 불경을 저지르는 일이 없었으니, 도령님은 귀공자요, 소녀는 천한 몸이라 한번 정을 섞은 뒤 그 후에 버리시면, 저는 도련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리 없으며, 홀로 독수공방하며 누워 우는 하는 이내 신세 내 아니면 무엇이 있겠습니까. 그런 분부 마옵소서.”
하며 엑소의 넌 늑대고 난 미녀 스킬을 쓰는 것이었다.
이에 몽룡이 이어 대답하기를
“네 말을 들어보니 어이 아니 기특하랴. 우리 둘이 인연 맺일 적에 금석뇌약 맺이리라. 네 집이 어디매냐.”
존나 돌같은 맹세를 하겠다며 집을 물으니 춘향이 그 말에 조금 토라져
방자더러 물으시오하는 것이다.
몽룡이 허허 웃고 방자에게 물으니 방자놈이 넌지시 약도를 머릿속으로 그리며 말하는 것이,
"저기 저 건네 동산은 울울하고 연당은 청청한듸 양 어생풍하고, 그 가온대 기화요초난만하야 나무나무 앉인새는 호사를 자랑하고, 암상에 구분 솔은 청풍이 건듯 부니 녹이이 굼니는듯, 문 앞우 버들 유사무사양류지요, 들축 죽백 전나무며 그 가온대 행자목은 음양을 좇아 마주서고, 초당문전에 동대초나무 짚운 산중 물푸레나무, 포도 다래, 으름 넌출 휘휘친친 감겨 단장밖이 우뚝 솟앗는데 송정죽림 두 새이로 은은이 뵈이는게 춘향의 집입니다."
으매 시방, 겁나 복잡하게 말하는디, 단게 아니라 어디 구석탱이에 있다 하더라. 이 말을 듣고도 몽룡은 그저 기분이 좋아서 한다는 말이
“장원이 정결하고 송죽이 은밀하니 여자절행 가지로다.”
니예니예, 무슨 얘기를 하든 안 좋겠수이까.
춘향이 부끄러워 하며
"사람들이 보니 저는 집으로 가 보겠습니다."
하고 일어나니, 몽룡은 안타까워 하면서도
“기특하다. 그럴듯한 일이로다. 오날 밤 퇴령후에 네의 집에 갈것이니 쫓가내지 말라.”
"나는 몰라요."
"네가 모르면 쓰것나냐. 잘 가거라. 오늘 밤에 상봉하자."
하고 밤을 기약하는 것이다.
춘향이 돌아오자 월매가 버선발로 뛰쳐나와 말하기를,
“애고 내 딸 다녀오냐. 도령님이 무엇이라 하시더냐.”
“무엇이라 하여요, 조곰 앉엇다가 가것노라 일어나니 저녁에 우리집 오시마 허옵네다.”
“글헤 엇지 대답하엿나냐.”
“모른다 하엿지요.”
“잘 하엿다.”
하며 밀당을 가르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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