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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꿈을 꾸었다
게시물ID : panic_777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칼융
추천 : 10
조회수 : 103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2/23 02:20:31
3일째 같은 꿈을 꾸었다.

길을 헤매는 꿈이었다.  
더 정확히는 깊은 밤, 사람은 하나도 없이
빈 상가만 있는 텅 빈 광장을  드문드문 서 있는 
가로등과 반달의 희미한 빛에 의지하며 헤매이다 
어떤 집 앞에 도달하였던 꿈이었다.  

사람 하나 없는 광장 끄트머리에 있던 거 치고는 
너무나도 으리으리한 집이었던데다  그 집안에는 
아무런 가재도구도 없이 마당 한구석에 
우두커니 서 있던 소나무와 그 밑에  왜인지 모를 
우물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어 꿈에서조차 
당황했다,  라는 기억들을 지우며 출근한 
회사에서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부장이 발견되었단 소식이었다. 

하는 일이라고는 네이버에서 야한 사진을 
찾아보거나  얼토당토 않는 업무를 지나치게
짧은 기간으로 발주받아 와  부하직원들의 
일거리를 늘리는 것밖에는 아무것도 못하면서도  
걸핏하면 내가 잘되어야 너네가 잘된다며 
부하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훔쳐 보고하는 
무능력함과 뻔뻔함에도 사장의 지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모두의 
 -심지어는 부장이 최고로아끼며 자신의 
오른팔로 두고 있던 부하직원에게조차- 
원한을 사고있던 부장.

최근 몇일 간 무단결근을 했음에도 화를 내거나 
걱정을 하기는 커녕  입을 모아 이 참에 사장님이 
부장을 어디 한직으로 내보내줬으면,  했었던 
그 부장.

그 부장의 죽음임에도 모두의 얼굴이 좋지 
않은 걸 보고 어떻게 발견되었길래  표정들이 
그모양이냐 물었고,처음으로 부장의 모습을 
봤었다는 사원의  말을 듣고 차라리 물어보지 
말걸 하고 후회했다.

살해였다고 한다. 
거기다 사망 후 며칠이 지나 발견한데다 
온 벽에 피가 흩뿌려지고 바닥에  피가 흥건해 
냄새가 지독했다고 했다. 

그것만으로도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부패하면서 
몸이 부풀어 오른데다 벌레들이 부장의 얼굴 
일부를 파먹어 상당히 알아보기 힘들었다고 
들었다.  

더 참혹했던 건 부장의 배 한가운데가 
십자 모양으로 깊게 벌려져 있었다고 했다.  

여기에 내장의 일부가 잘려 있었는데 
정확한 건 검사를 해야  알 거 같지만 절단면이 
마치 누가 먹기 위해 잘라간 것처럼 매끄러운 
편이다, 라고 경찰들이 말하는 것을 주변인 진술 
당시 들었다고 했다.
입 안에서 은근한 피맛이 난다. 
비명을 지르지 않으려고 나도 모르게 
입을 깨물었나 보다. 
회사 근처에 마련된 장례식장에 찾아가 
부장님 사모님께  형식적인 위로와 절을 하는 
그 순간까지 피맛은 떨쳐지지 않았다.  

 그렇게 흉흉한 분위기 속에 회사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한바탕 샤워를 하고 고양이 밥을 준 다음 
냉장고를 열며 생각한다. 

혹시 모를 경찰의 방문 전에 남아있는 
부장님의  내장을 먹어치워야만 하겠다고.  

순대를 만들까 곱창찌개를 만들까, 
한동안 인터넷을 뒤지다 적당한 메뉴를 
발견해 가까운 마트에서 필요한 재료와 
맥주 두어캔을 사 와  요리를 하고, 냄새를 맡고 
어느 새 자기도 달라고 식탁에 올라온 고양이를  
어떻게 달래가며 간신히 상을 차린 후 tv를 틀며 
문득 생각한다.

오늘은 조금 다른 꿈을 꿀 거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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