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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홈런왕이 현 홈런왕 이승엽한테 보내는 편지
게시물ID : baseball_967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Alicization
추천 : 7
조회수 : 721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6/08 17:46:31

존경하는 후배의 400호를 축하하며.

나는 지금 적도와 가까운 무더운 나라 라오스에 와 있다. 오늘도 올해 내가 가져온 공과 방망이로 처음 야구를 시작한 라오브라더스팀을 지도하며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들어왔다. 샤워 후 핸드폰을 통해 들려오는 잊지 않고 연락해주는 한 후배의 기쁜 소식에 마음이 동해 글을 남기고 잘련다.

이승엽, 두 말이 필요 없는 대한민국의 최고의 타자이자 내가 본 후배 중 연습을 가장 많이 하는 선수다. 내가 은퇴를 앞 둔 해에 이승엽 선수가 루키로 팀에 합류했다. 나는 그가 처음 삼성 유니폼을 입고 프리배팅을 하는 장면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의 스윙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고 힘이 느껴져 마치 대포알처럼 공을 야구장 밖으로 날려버렸다.

나의 타구와 너무 비교돼 고참으로서 선배로서 부끄러움을 느꼈던 그 감정이 400호의 홈런타구가 날아가는 장면과 오버랩됐다. 지금에 와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 때 나는 루키인 이승엽 선수의 배팅 연습을 몰래 컨닝하면서 따라해보기도 했었다. 그 시절 경직된 선후배 문화만 아니었다면 가서 물어보고 후배한테 배웠더라면 나도 홈런을 조금은 더 치지 않았을까 후회가 되기도 한다.

이런 완벽한 스윙을 가진 그가 가진 최고의 장점이 연습량과 자기관리라는 것이 또 한 번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만족할 줄 모르는 성격 덕분에 그의 스윙은 계속 진화한다. 팀에서 최고참인 그가 동계훈련에서 보이는 모습, 시즌 중 시합 전 연습, 시합에 들어가서 보이는 정신력, 시합 후 다음시합을 준비하는 자세, 이 모든 것들이 지금 삼성 라이온즈의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나같이 성공하지 못한 지도자의 끊임없는 잔소리보다 팀의 선배가 보이는 작은 정성의 모습들이 열 배 아니 스무배 이상 팀에 공헌하는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의 4번 타자이자 아시아의 4번타자가 보이는 그 겸손함은 앞으로 우리 프로야구 선수들이 더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시카고 화이트 삭스 배터리 코치로 있을 때 이승엽 선수가 동계 훈련차 지역 라이벌 팀인 시카고 컵스로 초대받아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내가 모시고 있던 기옌 감독에게 저 선수를 빼앗기면 우리는 앞으로 지역 라이벌 전을 더 힘들게 치뤄야 할 것이라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한 적이 있다.

기옌 감독은 몰래 승엽이의 프리배팅을 한 참을 지켜보더니 어떻게 저런 선수가 아직도 한국에 있을 수 있냐고 꼭 데려오고 싶다고 흥분했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만약 승엽이를 일본에 빼앗기지 않고 우리가 데려왔더라면 그 해 메이저리그 홈런왕은 어쩌면 대한민국 4번 타자의 차지일 수도 있었을 것이다.

다시 추억에서 나와 내일 훈련할 라오스 선수들을 위해 지도방안을 수정해야 한다. 그렇게 훌륭한 스윙을 가지지도 않았고 훌륭한 지도자의 능력을 갖추지도 못했기에 항상 내 몸이 고생을 한다. 아직도 저렇게 멋진 스윙을 가진 승엽이가 이 곳에 있었으면 더 훌륭한 야구를 가르칠 수 있을 텐데 라는 말도 안 되는 아쉬움을 접어두고 나는 또 내일 자라나는 선수들이 이만수가 아닌 더 멋진 이승엽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해야 겠다. 승엽아. 자랑스럽고 정말 축하한다.

이만수 KBO 육성 부위원장.


감동니뮤ㅠㅠㅠㅠㅠㅠㅠ

출처 http://m.sports.naver.com/kbaseball/news/read.nhn?oid=109&aid=0003082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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