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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군 6년차
게시물ID : military_533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뭐라굽쇼?
추천 : 14
조회수 : 2073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5/02/24 14:3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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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예비군 6년차가 되는 새해가 밝았다.

설 연휴를 맞아 지방에서 일하던 나는 친구 S군과 만나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니 옛 추억이 떠올랐다.
..

 21살. 나와 S군을 포함한 친구들은 여름을 맞아 부산에 여행 가기 위해 PC방에서 숙소와 교통편 등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나 S군은 전혀 다른 홈페이지에 접속해 있었다.

S: 야 너 주민등록 번호 뭐냐?
나: 8*****-1***** 근데 왜?
S: 너랑 동반입대 신청하게
나: 왜?
S: 차였다
나: 그래

당시 사회에 만연해 있던 귀차니즘에 찌들어 있던 나는 그렇게 그해 겨울에 동반 입대를 신청하고 우리는 부산에 다녀왔다. 
S군은 새 여자친구가 생겼고 난 여전히 그러했듯이 솔로였다. 
알바와 개강으로 동반입대는 잊혀졌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 학기말이 다가왔다.
입영 일자는 기말고사 바로 다음이었다.

S군은 여자친구와 여동생과 어머니와 눈물의 이별을 하며 입대했다. 겨울방학은 늦잠좀 자자는 우리 여동생녀ㄴ은 따라 오지도 않았고 부모님과

나: 다녀올게요
부모님: 그래
 라는 쏘쿨한 대화를 끝내고 입대했다.

그렇게 우리는 동반입대를 했고 이후 내내 그 해 여름의 우리를 저주했다.

 강원도 최전방 부대로 배치된 우리는 이후 우리 부대가 있는 지역보다 따뜻한 지방이 일기예보에서 나오지 않는 지역에 끌려갔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여름의 우리를 저주했다.

씐나는 훈련소에서 씐나게 눈도 치우고 씐나게 행군하고 씐나게 총쏘고 씐나게 밥을 먹고 문 고리를 잡았더니 손에 있던 물기가 얼어서 달라붙으어어어엌 씌브ㄹㄹㄹㄹㄹㄹㄹㄹㄹ 아파 ㅠㅠ

훈련소 중간에 군에 계시던 아버지 친구분이 찾아 오셨다. 계급은 생각 안 난다. 
부대가 뒤집혔던건 기억난다. 훈련소에선 금지되었던 담배 한 갑과 여자친구에게 전화 하라고 핸드폰을 주셨다.
 난 비흡연자 였고 여자친구도 없었다. 하아....
담배는 이후에 소대장에게 주고 전화는 집에만 잠깐 통화했다. 
설 날이라 한 시간 전에 부모님과 통화했던 터라 별달리 한 말은 없었다.

S군은 어머니 여동생 여자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나는 그래도 여동생에게서 편지가 왔다.
신나서 읽어보니  입대전에 읽던 만화의 스포일러를 적어서 보냈다.
하...이녀ㄴ이...

S군과 나는 포병으로 주특기와 자대배치를 받았다.
두큰두큰한 마음으로 씐나게 찾아간 자대에는 군생활에 찌들어 삼촌뻘로 보이게 늙어있는 선임들과 4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나무관물대가  나를 반기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이틀 후에 혹한기 훈련을 나갔다.

 그렇게 S군과 나의 지옥같은 군생활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틈만나면 그 해 여름의 우리를 저주했다.
그렇게 두 번의 유격과 두 번의 용화동 방화지대 공사.  그리고 세 번의 혹한기 훈련. 그리고 40년을 넘게 버텨준 보일러가 한 많은 생을 뒤로 하고 숨을 거두면서 인생 가장 힘들고 잔혹한 겨울을 보내고 군 생활을 마무리했다.

전역 이후에도 S군과 나는 예비군 훈련도 같이 다녔다.
올해로 우리는 예비군 6년차를 맞이했다.
S군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으니 군대 이야기가 저절로 나오게 되었다.
그리고 S군이 입을 열었다.

얼마 전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은 S군은 의사로부터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척추 뼈에 기형이 있으며 군대 면제가 가능한 수준 이라고 했다.

그렇다. S군은 군대에 다녀오지 않아도 되는걸 모르고 다녀왔던 것 이다.
  
고개를 숙인 S군 앞에 놓이 국 그릇에 아롱아롱 떨어지는 것은 육개장이 매워 흐르는 것 이리라... 

나는 속에서 받쳐 오르는 감정에 먼 산을 바라보았다.

그래도 참지 못하고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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