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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비뇨기과 의사선생님께 '적당히 좀 하라'고 들은 이야기.txt 上
게시물ID : humorstory_4332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알파찌개
추천 : 37
조회수 : 4009회
댓글수 : 84개
등록시간 : 2015/02/25 02:42:15

나에게는 참 다행스럽게도 내 친구 중 한 명은 야신, 이른바 야동의 신이다. 사진만 내던지면 알아서 척척 물어오는게 무슨 모누리당 날치기 법안들이 하이패스로 국회 통과하듯 그리 쉬워보일수가 없다.


내가 매번 아쉬운 소리를 하기는 무엇하고 하니 '불감청고소원하나, 대체 어디에서 그리 수이 야동을 찾아오시나이까? 어린 벗들을 굽어 살피사 야동을 물어다 주지만 마시고 야동을 물어올 수 있는 능력을 주옵소서!' 하며 야신에게 간곡히 청탁을 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야신은 '네 엇지 구글신과 갓토렌트, 닷지크롬을 모르는가? 저 신들을 모르는 이상 너는 표지조차 구경치 못할지니!' 라는 알아들을 수 없는 해괴한 소리만 해대며 야동독립을 시켜주기를 완고히 거절했다. 야동 독립은 커녕 도리어


'무한한 기회의 시대에 어찌 야동 하나 못 구한단 말인가!' 라던지

'타인에게 구걸만 하는 자, 볼 자격이 없으니!' 라던지

'널린게 자료요, 손만 넣으면 구해지는 걸 어찌 저리....' 라던지

'야동도 다운로드 못하는 자가, 어찌 세상을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하며 함부로 훅닥이었다.


가르기의 명수인 모세라도 불러다 야신의 얄미운 조둥아리도 좀 가르고 싶었지만 나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냥 야신에게 욕만 했다.


아무튼 뭐, 이 이야기는 내가 수컷임에서 기인한 이야기이다.


바야흐로 내가 대학 재수를 하던 무렵이었다. 재수생활이라는게 뭐 다들 그렇겠지만 정말 더럽게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정신은 하루하루 좀먹어 들어가는 일이 태반이었지만, 육체는 날이 갈수록 건장해지고 있었다. 재수하는 놈 체력이 뭐 좋아질 일이 있겠느냐 싶겠지만 칼 같은 6시 기상과 00시의 취침은 나의 육체를 '근육 돼지'는 아니더라도 '돼지 아님' 정도로는 만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도, 건장한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아침마다 텐트를 치듯 나도 별 반 다를건 없었는데, 뭐...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서커스 천막 정도는 쳤다.


여자친구는 없지, 여자친구를 만들 상황도 아니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은 단 한 가지. 자기위로 뿐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또 무슨 쾌락한탕주의에 찌들어버린 키레네 학파 추종자는 아니므로 오해는 하지말자. 미국 어디 대학에서는 1일1위로가 또 하나의 자아를 굉장히 건강하게 만든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적이 있다. 아마 캘리포니아 주립대학인가 뭐 하여튼 어디 주립대학일거다. 진짜 아무런 쓸모도 없어 뵈는데 흥미가 동하는 연구를 주로 하는게 또 미국 주립대학의 특징이니까. 하여튼.


적어도 일요일은 휴식을 취하였으므로, 자연스레 나의 자기위로는 토요일 새벽으로 시간대가 배정이 되었다. 무슨 근무 서는 것도 아니고 토요일 새벽마다 '아이고, 오늘 참 자기위로 해야지' 하면서 자려다 말고 일어나 천공 카드 꼽듯 기계적인 위로를 해댄게 아니라 평균적으로 시간대가 그렇게 잡혔다는 이야기이다.


그 날은 여느때와는 달랐다. 일을 마치고 난 뒤 아무 생각없이 보는데, 나의 소중한 씨앗들 사이에 있어서는 안 될 적혈구들이 분포해있는게 아닌가?


그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자들이라면 아마 '정신적인 고환을 가격당했다' 는 표현으로 나의 맨탈쇼크를 어림할 수 있을게다. 혈구가 지나다닐 길이 아닌데 혈구가 나왔다는 것은 날 경악시키기에 굉장히 충분한 일이었다. 아마 출애굽기 시절 애굽 사람들이 나일강이 붉게 변한것을 보았을 때 나와 같은 심경이었으리라. 애굽사람들이나 나나 붉으면 안 될 것이 붉어졌으니.


나는 스스로에게 '당황하지 말자. 어디 손에 생체기라도 났겠지' 라며 필사적으로 내 손과 팔 허벅지 뭐 하여튼 피부란 피부는 다 뒤져보았지만 야속하게도 나의 허약한 껍데기는 그 날 따라 윤기가 촤르르했다.


나의 머릿속은 온갖 걱정들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허망하게 행위 무능력자가 되는 것일까?'

'야, 이거 잘못하다간 총에 빈 탄창이나 꽂고 돌아다니게 생겼네'

'뭐 얼마나 했다고 대체.... 많이 한 건가? 남들이랑 X치는 이야기를 하질 않으니 내가 많이한건지 아닌지 비교를 해볼 수도 없잖아'


으레, 선무당들이 사람을 잡듯, 나는 인간 생식기관에 아무런 의학적 지식도 없는 주제에 나 스스로를 고자로 몰고가기 시작했다. 종국에는

'아, 이게 뭐야! 칼 뽑기도 전에 칼자루가 부러져?! 재수도 없지'

'신이 있다면 엿이나 먹으라지!' 라고 신성모독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렇게 초조함 속에서 일요일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었다. 나는 공부고 나발이고 고자 될 걱정에 점심을 먹기가 무섭게 비뇨기과로 내달았다. 내 첫 비뇨기과 방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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