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전에 본 전경 가혹행위 이야기를 보고 느낀 바가 있어 몇 자 적습니다.
저는 공군 헌병 출신입니다. 비행단 경비 소대에서 근무했고요. 말씀드리자면, 해병대, 육군, 전경 등에서 행해지는 가혹행위, 악폐습에 비교하면 제가 나온 소대는 악폐습이라 부르기에 민망한 수준입니다.
일단 구타는 거의 없었고요, 아주 가끔 병장이 빡쳤을 때나 한 대 때리지, 거의 없었습니다.
집합이라든가, 욕설 등은 물론 존재했습니다만, 그건 어느 부대나 다 그러겠지요.
계급에 따른 제한 사항은 존재했습니다. 특이한 점 몇 가지 나열하자면
1. 이병은 정수기에서 물을 빼 먹을 수 없다. 냉장고에 있는 물만 사용 가능하다.
2. 상황실과 내무실을 연결하는 문은 꺾인 일병부터 사용 가능하다. 그 이하의 짬은 밖의 문으로 돌아서 출입한다.
3. 건푸로스트, 보급 육개장은 꺾인 일병부터 취식 가능하다.
4. 이병은 취침 시간에 침상에 누운 채로 새벽 3-8근무(새벽 3시부터 아침 8시까지 초소 근무)를 위해 알람을 맞출 수 없고 반드시 일어난 상태에서 맞추어야 한다.
BX(육군 PX)는 상병급 이상이 데려다 주어야 일이병들이 이용 가능했고 요리, 운동, 공부 등은 일이병은 할 수 없었습니다.(이건 어느 부대나 똑같으리라 생각합니다.)
초소에서 고참이 후임한테 총기 제원, 해상박명초 개념, 초병 수칙, 간부 차 번호, 초소 일반수칙, 특별수칙같은 암기사항 외웠나 못 외웠나 확인해서 미친 듯이 5시간 내내 갈구고 집합을 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자잘한 룰이 꽤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고참 수건 말랐나 안 말랐나 확인할 때는 손등으로만 터치하고 (손바닥으로 확인하면 갈굼)말랐으면 한 칸 더 접어서 말랐음을 고참에게 알리는 것 등등, 많았지만 이상 줄이겠습니다.
이병 때 힘들다는 건 많이 느꼈지만 육군처럼 혹한기, 유격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참을 만 하다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러나 악마같은 고참들은 정말 악마같았습니다.
제가 이병 때 고참들 기수가 660대 기수였는데 얘네들이 좀 질이 안 좋았습니다. 집합은 수시로 걸어대고 외할머니 돌아가셨다는 소식 알리러 부모님이 갑자기 면회왔는데 갑자기 왔다고 갈구고, 김치 안 먹는다고 상병한테 막내가 하는 짬통 드는 일 시키고(속칭 김치TO로 불리며 소대에서 전설로 남았죠.)제 맞선임은 병장 고참이 인신공격+정신공격을 시전하는 바람에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습니다.
한 번은 심기 불편한 꺾인 병장 덕에 청소 TO가 꺾인 상병선까지 올라가서 4시간 동안 청소+미싱->검사->폭풍 갈굼->다시 청소...이런 식으로 진행된 적이 있었습니다. 꺾인 상병부터 막내까지 미친 듯이 미싱하는 모습이 막내였던 제가 보기에도 컬쳐 쇼크였더랬죠.
그러던 중, 저보다 여섯 기수 선임이 창고에서 자살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너무 길어질 거 같으니 여기서 줄이고 반응이 괜찮으면 더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