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는 버스 안
나의 고정석인 맨 뒷자리 젤 왼쪽에 앉았는데
다음 정거장에서 또래로 보이는 어떤 여성분이 옆자리에 탔다
쩍벌남으로 인터넷에서 까일까봐 다리를 다소곳하게 오므리고 넓게 앉으시라고 벽에 찰싹 붙었다
역시 난 배려 넘치는 남자
암튼 그녀는 앉자마자 스마트폰을 켜더니 인터넷창을 띄워
복고스러우면서 추레한 디자인의 아주 익숙한 어느 유머사이트로 접속했다
그랬다 오유였다 짱 반가웠다
그녀는 뭔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베오베를 광속으로 훑고는 베스트30으로 넘어갔다
곁눈질로만 봐도 내공이 상당해보였다
그러다 우연히 스마트폰 뒤로 있는 쭉 뻗어놓은 짧은 다리끝에 운동화 끈이 풀려있다는 걸 보았다
또 쓸데없는 오지랖이 발동했다 아아아아아아아ㅏㅏㅏㅏ
'말해줄까?' '분명히 사람 많아서 모르고 내리다가 밟힐텐데' 같은 걱정이 들었다
예전에 지하철에서 앞에 서 있는 여자분 코트에 붙은 긴 머리카락을 몰래 때다가
마침 지하철이 쿵 움직여서 손가락으로 옆구리를 쿡 찌르고
얼굴이 홍당무가 되서 급 사과한 뒤로 절대 이러지말자고 다짐했거늘
10 정거장 가까이 지나도록 혼자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가
결국 내려야 하는 정거장에 다와서 일어서기 직전 "저기...신발끈 풀렸어요..." 라고 말하고 후다닥 도망쳤다
그녀는 저건 왠 미친놈이야 생각 했을 것이다
하하하하하하ㅣㅏㅎㅁㅁ니ㅑ어ㅑㅏㅑ다5ㄱㅁㄴ14ㅈㅍ1홈8ㅈ3.....창피하다...
오늘밤은 이불을 뻥뻥 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