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뜬 어느 겨울밤. 죽은 고양이가 나타났습니다.
유령만 보면 기절하던 제 심도, 키우던 고양이 유령에는 놀라지 않더군요. 빗질도 해주고
품에 안고 뽀뽀도 해줬습니다. 살아생전처럼요.
돌아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날이 밝을때까지 레이저포인터로 놀아줬습니다. 살아있을땐 왜 이렇게 못했을까..
친하게 지내던 동거묘와도 반갑게 인사하고
피곤했는지 살아생전 좋아했던 쇼파에 올라가더니
몸을 말고
물고기 꿈을 꾸면서 곤히 잠들었어요. 이미 해뜬지 오랜데 돌아가질 않으니 슬쩍 기대하며 그 옆에 앉은 심.
그렇지만 제 심의 기척을 느꼈는지 부스스 일어난 냥이는
순식간에 연기가 되어 사라집니다.
사실 이 집 뒷뜰엔 고양이 무덤이 있어요. 그동안 바빠서 별로 찾지도 못했는데.
새삼 미안하고 그리워지는 마음.
생전 모습이 이렇게 생생한데.
결국 오열하는 심
눈물을 훔치고
잊지 말아야지. 다짐해봅니다. 죽어서도, 우린 가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