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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던 시
게시물ID : lovestory_722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키네틱
추천 : 6
조회수 : 95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2/26 05:25:17
호박오가리
                                    복효근


여든일곱 그러니까 작년에
어머니가 삐져 말려주신 호박고지
비닐봉지에 넣어 매달아놨더니
벌레가 반 넘게 먹었다
벌레 똥 수북하고
나방이 벌써 분분하다
벌레가 남긴 그것을
물에 불려 조물조물 낱낱이 씻어
들깻물 받아 다진 마늘 넣고
짜글짜글 졸였다
꼬소롬하고 들큰하고 보드라운 이것을
맛있게 먹고
어머니께도 갖다 드리자
그러면 
벌레랑 나눠 먹은 것도 칭찬하시며
안 버리고 먹었다고 대견해하시며
내년에도 또 호박고지 만들어주시려
안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시집「따뜻한 외면」2013. 실천문학


복효근 시인의 호박 오가리 라는 시 입니다

실제 따듯한 외면 시집을 보면 호박오가리가 실려있는 부분이
의도된건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건지
가슴 파고드는 마지막 행이 한장 옆에 있는데요.
쭉 아무렇지 않게 읽어내려 가다가 옆장에서 턱. 하더라구요
이 시집의 많은 시들이 좋았는데 저는 이 시가 가장 좋았던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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