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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출산을 경험한 아빠 이야기
게시물ID : baby_63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코뀌리
추천 : 14
조회수 : 1368회
댓글수 : 38개
등록시간 : 2015/02/26 11:23:08
얼마전 200일 지난 아들을 둔 초보아빠입니다.

저는 특이하게 자연출산이라는 것을 경험하게 되어 혹여 자연출산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 분들께 도움이 될까 하고 한번 써 봅니다.

우선 자연출산 또는 자연주의 출산은 자연분만과는 또 다른 영역입니다.

제왕절개의 대립하는 개념으로 자연분만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자연출산은 자연분만 +a 입니다.

의료적행위(대표적으로 회음부절개, 무통주사, 제모, 관장 등등)이 배제된 채 마치 예전 산파가 아이를 받듯이 출산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들어 자연출산의 비율이 높아진다고 하는데 사실 그건 잘 모르겠고

집근처에 있는 산부인과가 자연출산을 권장하고 많이 시행하는 병원이라 의사가 많이 권하길래 반 등떠밀려 했던것 같습니다.

와이프가 키도 좀 큰 편이고 임신중에 살도 별로 안찌고 운동도 나름 열심히 했던 터라 조건이 잘 맞았고 자연출산을 하면 아기가 좀 더 온순하고

부모와의 교감도 더 증진된다고 하기에 자연주의 출산 관련 책을 찾아보고 고민하다가 7개월쯤 자연출산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의료행위들이 빠지기에 걱정도 많이 되었으나 여차하면 의사가 자리에 할 수 있는 병원에서 자연 출산을 한다는 것에 좀 마음을 놓기로 했습니다.

자연출산 준비를 위해서 저희부부는 8개월 중순 무렵부터 약 4주간 주말마다 라마즈 호흡법 및 출산 관련 강좌를 듣고,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하는 임산부를 위한 부부요가 수업을 들었습니다.

9개월이 끝나고 10개월차에 접어들 무렵 듈라라고 하는 분만을 전문으로하는 간호사 선생님과 상담을하고 

출산을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해야하는지 설명을 들었습니다만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네요 ㅠ 작년 여름에 바로 글을 썼어야 했는데)

남편이 해야할 것 중 기억나는 부분이 아내의 가슴 맛사지 및 호흡법 연습, 태아와 이야기 나누기, 출산 준비물 미리 같이 챙기기

자연출산이 아니더라도 요새 많은 병원에서 르봐이에분만이라고 하여 어둡고 편안한 환경에서 약간의 음악을 듣기도 하며 출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 부부가 선택한 병원 분만실은 좀 넓고 따뜻한 방에 담요가 깔려있고, 편안한 쇼파와 짐볼, 음향기기 등이 구비되어 있었기에

저는 분만 중 들을 음악들을 열심히 열심히 골라갔습니다. (여담으로 저는 아기가 나올 때 라이언킹 주제가 "나주평야~ 발발이 치와와~ "를 듣고 싶다는 이야기를 와이프와 재미삼아 나누다가 진통 중에 그 음악을 듣고 와이프와 한참을 웃으며 진통을 잠깐 잊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진통이 걸리고 병원에 가기 까지의 나름 흥미진진한 이야기(저에게만 그럴수도 있습니다)가 있으나 

이부분은 빼고(이야기하면 너무 길어질거 같아요) 출산중에 어떤일이 있었는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12시 30분 진통이 시작되고, 집에서 약 1시간 반을 버티다 새벽 2시경 병원으로 찾아갔습니다.

아직 6센치정도 밖에 안되었으니 잠시 더 기다리고, 양수가 터졌으니 이제 더 아플거다 라는 듈라의 말을 듣고 저는 지금까지는 견딜만 한데 뭐 잘 버티겠지라는 생각을 했으나 이는 오산일 뿐

양수가 터지고 나니 와이프의 고통은 격해짐을 저의 손을 잡아당기는 아내의 손힘과 일그러지고 어찌 할 바를 모르는 표정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진통이 잠깐 사라지는 동안 저는 음악을 틀고, 와이프에게 물을 건네주고, 집에서 싸간 복숭아를 입에 밀어넣어주는 일을 하였습니다.

다시 진통이 찾아오면 저는 와이프를 진정시키며, 호흡을 유도하고, 손목이나 어깨에 힘을 주다가 뼈마디가 쑤시지 않게 힘을 빼도록 도우려 하였습니다.

그렇게 약 한시간 남짓을 보내니, 약 이틀간 잠을 설쳤던 저와 진통으로 힘이 빠진 아내는 어둡고 따뜻한 이불속에서 진통이 사라지면 잠들었다가 진통이 오면 다시 같이깨고를 2시간여를 반복하였고

새벽 5시 무렵 듈라 선생님이 아직 소식이 없으니 병실에가서 있다가 오는 것이 어떻겠냐며 마지막 내진을 하는 순간 

아니 벌써 머리가 나오고 있다며 1시간 내로 나올 것 같으니 준비를 하라는 말에 저와 아내는 깜짝 놀랐습니다.

저는 양가에 전화를 하고, 아기를 받는과정을 머리속에 다시 그리고, 세상에 나온 아기에게 해줄 말을 다시 되뇌이고 있었습니다.

듈라 선생님이 아내의 아래에서 아기를 보며 아내에게 힘주고 빼고를 지시하는 동안 옆에서 손을 잡고 30분여를 더 있다가

저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수술용 장갑을 끼고 아기를 받을 준비를 하였습니다.

아기의 머리가 다 나와 있고 어깨가 걸쳐있는듯 했으나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순간 아기가 쑥하고 미끄러져 나오며 제 두 손위에 올라왔습니다.

사실 너무 미끄러워 아기를 잘 못받았고 옆에서 선생님께서 많이 도와주셨습니다.

아기를 받아서 아내의 가슴위로 올려주며 아내와 아기에게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습니다만

눈물이 나와서 제대로 말도 못했던것 같습니다.

아기가 나와서 잠시 울다가 아내의 품에서 안정을 찾아가고 잠시 뒤 탯줄에서 뛰던 맥박이 멈추고 저는 탯줄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난 뒤 아내가 후 처치를 받는 동안 저는 윗옷을 벗고 아기를 가슴에 안고 캥거루 케어를 하였습니다.

가슴에 올라간 무게가 엄청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후 처치(와이프는 출산 중 회음부가 살짝 찢어져 2바늘 꿰메었다고 했습니다, 확실히 회음부 절개를 하는 것 보다 회복이 빠른것 같습니다.)후 듈라선생님과 의사선생님은 우리 가족을 위하여 자리를 비켜 주셨습니다.

저는 아기를 다시 아내에게 올려주고 아기를 위해 미리 써둔 편지를 읽어주었습니다.

편지를 읽는 동안 목이 메이더라구요 하지만 아기 엄마는 울지 않았습니다 ㅋㅋㅋ

그렇게 편지를 일고, 사진을 찍으며 아기와 시간을 보내고 나니 밖에 양가 부모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더군요.

아기는 검사를 위해 간호사 선생님 손에 맡기고 저는 부모님들과 함께 병실로 이동하였고 아내는 천천히 휠체어를 타고 따로 병실로 올라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가슴이 짠해지는 순간이네요.

일반 분만에 비하여 남편이 해야 할 부분이 좀 더 많고 아내도 힘들고 하지만 잘 울지 않는 아기를 보면 잘 결정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뭐 이것도 아기 엄마가 축복을 받은 신체라 그런 것인지 진통을 5시간 남짓 밖에 안했기 때문에 하는 말일수도 있지요.

아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그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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