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레즈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연애상담 할 때는 최소한의 예의를 갖추세요.
이별한 지 얼마 안 된 친구를 일요일 한밤중에 불러내서 술먹자고 하고 만나서 자기 연애 고민 얘기만 하고
몇 시간 동안 술먹다가 새벽에 보내주고
며칠 안돼서 또 한밤중에 피곤에 쩔어있는 친구 불러서 술먹자고해놓고 자기 연애 하소연하고 이게 뭡니까.
그럴 거면 하소연 들어주는 친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로, 상황 설명이라도 제대로 했어야죠.
'내가 여자를 좋아하는데 레즈도 아니고 바이도 아니다. 나를 그런 식으로 취급하지 마라.' 이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여자를 좋아하게 됐는데 아직 레즈나 바이라고 할 만큼 확신은 없다든지, 아니면 이성애자인데 딱 한 여자한테 엄청나게 끌린다든지
뭐 어떤 식으로든 당신의 현재 상태를 하소연 상대에게 이해시킬 방법이 있었을 거 아니에요.
상대가 듣다 지쳐 니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 확실히 해라 한마디 한 게 무슨 그렇게 잘못이라구요.
적어도 당신한테 막말한다느니 어쩌니 쌍욕먹고 당신한테 용서해달라고 싹싹 빌 정도는 절대 아닐 텐데요.
물론 정체성을 밝히라거나 정하라는 요구가 때로 폭력일 수 있는 건 알아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네요.
당신 덕에 마음 약한 그 상대 친구는 한동안 내가 소수자를 잘 이해해주지 못하나, 내가 호모포비아인가 한참 마음고생했대요.
아직도 그 얘기 나오면 상처받고요.
당신이 레즈비언이건 아니건, 잘한 건 잘한 거고 잘못한 건 잘못한 거예요.
철 좀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