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두고 한국으로 온 한인 남성들의 행동을 어떤 시선으로 봐야할까.
1월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한국인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필리핀 한인 2세 '코피노' 아이들의 실상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국 나이로 6세인 칼레일라의 사연이 소개됐다. 칼레일라의 엄마 제시카는 2005년 자신이 강사로 일하던 한국 어학원에서 같은 나이 또래의 학생 최씨(가명)를 만나 9개월 동안 사랑을 나눴고 결혼도 약속했다.
하지만 제시카가 임신을 하고 나서 최씨는 한국으로 떠났다. 한국에서 취직이 되면 아이와 제시카를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지만 소식이 끊겨 버렸다. 그렇지만 제시카는 믿음의 끈을 놓지 않은 채 5년 동안 최씨를 기다려왔다. 연애 시절 주고받던 편지들도 여전히 간직하고 있었다.
제작진은 수소문 끝에 최씨를 만났다.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 상태였다.
최씨는 제작진에게 "(제시카가) 저라는 사람 잊고 새롭게 출발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딸에 대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없고요, 잘 키우라는 말 밖에는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고 전했다.
제시카가 바라는 건 단 한 가지였다. 딸 칼레일라가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갖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제작진은 제시카의 마음이 담긴 장문의 편지를 최씨에게 전해주었고 두 사람은 5년 만에 전화통화를 했다. 이날 딸에게 아빠의 목소리를 처음으로 들려준 제시카는 "부디 딸과의 연락만은 끊지 말아줘"라며 "그게 당신에게 바라는 전부야"고 했다. 하지만 최씨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대답만을 남겼다.
제시카는 "당신에겐 한때의 일일지 몰라도 나에겐 인생의 전부야"라며 "딸이 너무너무 예뻐. 당신도 아빠가 되면 이해하게 될거야. 그럼 잘 살길 바랄게"라는 말을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
한편 7~8년 전부터 양산된 '코피노' 아이들은 현재 약 10,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코피노 아이들은 피부색이 달라 현지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한다는 점이 문제다. 또 점차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면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원망과 미움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국 여성을 임신 시키고 도망가는 한국인들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필리핀 내 반한감정도 만만치 않다.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은 관련 게시판을 통해 "코피노 여성과 아이들의 현실에 참으로 안타깝고 기가 막혀서 뭐라고 표현할 길이 없네요", "아이들이 아픔을 이기고 꼭 훌륭한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네요", "코피노에 대한 정부나 민간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심도 있어야 하겠습니다"라는 의견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