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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탕주의][하드론 레전드]수상한 후임병-2
게시물ID : panic_969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문지기]TOMMY
추천 : 13
조회수 : 107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12/01 09: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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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말을 듣고 있는지 안듣고 있는지 부릅 뜬 누 둔의 초점을 여전히 나에게 맞춘 채 괴상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절대로 혼자 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오늘 오전에 말입니다..... 웁!!!"

나는 들고 있던 세제 묻은 수세미를 그의 얼굴에 던져 버렸다.나도 한 성질 한다. 지금 졸병이라 이러고 있지 사회에서는 나름대로 싸움 좀 한다는 놈에 속했다."이 X발놈이... 오냐오냐 하니까 별 X친 소리를 다 하네. 너 무당이야? 
니가 내 고참이야? 니가 왜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야?
너 내가 같은 이등병이라고 만만하게 보이냐? 응? 
한 주먹감도 안되는 새끼가..."
그제서야 그는 정신을 차렸는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목소리가 정상적으로 돌아왔다."시정하겠습니다!!!!!!"

순간 텅 빈 세면장이 그의 목소리로 쩌렁 울렸다."X발놈아 목소리 안 낮춰?? 고참들 듣잖아!"순간 돋았던 소름 때문인지 아니면 갑작스런 분노 때문인지 세제 묻은 두 손이 부르르 떨렸다.

난 그가 왜 이 부대에 전입오게 되었는지 조금은 감이 오는 듯 싶었다.

그 날 밤 저녁에 있었던 소름끼치는 그의 행동과 말 때문에 잠을 뒤척였다.'X발 재수없는 새끼....'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나는 내 스스로를 진정시켰다.
오늘 밤도 역시 X친 놈들이 행동을 개시한 것 같았다.
한 쪽 구석에서 끙끙 앓는 소리가 들렸다.
삐쩍 골아서 밤마다 중증 환자처럼 신음한다는 그 녀석이다.
계급은 상병 3호봉인데 저대로 나머지 군생활이 가능할까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이 약하다.
게다가 무지하게 게을러서 고참들에게 거의 매일 처맞기 일쑤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답답하고 행동이 느릿느릿하다.
웬만한 할아버지가 해도 그 보다는 더 빨랐을 것이다.
어디선가 잠 못든 병장 한명의 욕설이 들렸다."아...저 X새끼...공포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으이 X발!!"모포를 얼굴에 확 뒤집어 쓰며 병장이 짜증을 냈다.

처음엔 그를 깨워 병장들이 구타를 앞세워 고쳐보려고도 했지만 한 대 맞은 날은 신음 소리만 더 커질 뿐이었다.
솔직히 병장들은 잘못 때렸다가는 그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앞섰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모두들 그를 포기하고 잠드는 연습에만 충실했다.
그런데 나만의 느낌일까? 
오늘은 소리가 좀 달랐다.
진짜 아픈 것 같았다.

"끄으..응..끄으..응..."

보통은 이랬다.
그런데 오늘은 자장가처럼 들리던 그 소리가 아니었다.

"아아...아....아....악........으..으..윽."

정말 아픈 것 같았다.
나이 30살 먹은 애 아빠 병장이 불침번을 불렀다."어이.. 불침번. 윤상병 좀 살펴 봐...진짜로 어디 아픈가 보다."근무를 서고 있던 불침번이 취침등 아래에서 조용히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이리저리 살피던 불침번이 깜짝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윤상병님!!!!!!!!!!!!!!!!"불침번의 거친 외침소리에 모두들 벌떡 깨어났다.
실내 조명이 켜지고 모두들 윤상병의 상태를 확인하러 몰려들었다.
뭔 놈의 분비물을 입으로 쏟아냈는지 매트리스와 배개가 물을 쏟은 듯 흥건했다.
옆으로 누워있던 그를 바로 눕히자 그의 신음소리는 부글거리는 거품소리로 바뀌었다.

간질병 환자처럼 그의 몸은 뻣뻣하게 차렸자세로 굳어 있었고, 눈은 뒤집힌 채 연신 입에 거품이 뿜어져 나왔다."이 새끼 뭐야..간질병이야? 야!! 일직사관 불러!!!!!!!!!!!"

병장들의 외침에 불침번은 후다닥 행정반으로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렸다.
일직사관인 선임하사 도착했지만 그도 몇 개 알고 있는 응급처치만 취할 뿐 더 이상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상태가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고참들이 급히 윤상병을 등에 업고 수송부 차량을 이용해 의무대로 달렸다.다음 날 아침 우리는 그가 국군통합병원으로 이송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제발 완치되기를 바랬지만 완치가 안되더라도 거기서 치료받고 그냥 전역하기를 바랬다.

간밤의 소동으로 오늘 일과에 어떤 변화가 생길 줄 알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그런데 점심시간이 다가올 쯤이었다.

갑자기 부대에 집합명령이 떨어졌다.
집합을 명령한 것은 중대장이었다.
내무반 앞 공터에 모두 집결한 우리는 열중쉬어 자세로 중대장을 기다렸다.

그런데 행정반에서 걸어오는 중대장의 표정이 심상치가 않았다.
뒤따라 걸어오는 소대장, 선임하사들의 표정도 마찬가지였다.부대원들 앞에 선 중대장은 우리를 한 번 천천히 둘러보더니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윤ㅇㅇ 상병이 오늘 오전 국군통합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그 말에 너무나 충격을 받은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느라 바빴다.
당시 군대에는 사고사례 전파라는 것이 있다.
사고사례 전파란 그 날 있었던 전 군의 사고 중에 인명 피해가 있는 사고의 내용을 각 부대에 전달하여
저녁 점호시간에 모두 듣도록 하는 조치이다. 
일종의 사고예방프로그램이다. 이렇게 하면 다치거나 죽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사고사례 전파에서나 듣던 군인의 사망이 우리 부대에서 일어난 것이다.
"사망 원인은 정확하게 아직 전달받은 게 없다. 심장쪽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 대대장님께서 통합병원으로 가셨다. 오늘은 오후 모두 일과를 취소한다. 대신 부대 막사를 깨끗이 정리하고 임시 분향소를 설치할 것이다.그리고 내일 쯤 헌병대에서 구타나 가혹행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해 조사관이 올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어제 무슨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모두 말해 주기 바란다."잠시동안 아무런 대답이 없자 병장 중의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어제는 특별한 일이 없었습니다."

"윤상병의 작업 내용이 뭐였지?""오전에 싸리나무 채취하러 갔었고, 오후에는 윤상병하고 밑에 애들이 싸리나무 말리는 작업을 했었습니다.진지 보수 작업 나간 애들에 비하면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이에 중대장은 뭔가를 확인해야겠다는 듯 다시 물었다.

"어제 싸리나무 채취하러 간 사람들 손 들어 봐!"

여기 저기서 10여명이 손을 들었다.그 중에 일병 두 명과 이등병 한 명이 섞여 있자 중대장은 그들을 앞에 불러 다시 물었다."정말 아무 일도 없었나?"

"네. 그렇습니다!!""내 눈을 보고 얘기 해. 정말로 아무 일도 없었나? 고참들이 괴롭혔다거나 그런 일 없었나?"

"네. 그렇습니다!!"
거리낌없는 그들의 대답에 그제서야 중대장은 안심한 듯 말을 이었다."일직사관 얘기를 들어보니 어제 일과 후에는 별 다른 사안이 없었던 같다. 게다가 일과 중에도 특별한 일이 없었던 걸로 보인다. 내일 헌병대 조사관이 오면 나한테 말한 그대로 얘기하면 된다. 알겠나?""예. 알겠습니다!!!"중대장을 등지고 돌아서서 자리로 돌아가는 이등병 한 명..... 이강수......
사람의 죽음이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는 듯 지나치게 침착한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나는 전날 저녁 세면장에서 그가 한 말이 떠올랐다.

그가 뒤돌아서 자기 자리에 돌아갈 때까지 나는 계속 그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갑자기 그가 무서워졌다.'싸리나무..뒷산.....저 X새끼 지금 뭔가 감추고 있어'
-계속-
출처 http://web.humoruniv.com/board/humor/read.html?table=fear&number=5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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