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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게시물ID : panic_96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2
조회수 : 124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12/28 10:10:50
설거지를 마치고, 이를 닦는다.

슥슥슥슥.

가글가글.

퓃.

입을 닦고, 불을 끈다.

똑.

형광등이 꺼진다.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은 눈으로 이부자리를 더듬어 찾는다.

이불 속으로 들어가 가만히 눕는다.

왠지 오늘은 잠이 오지 않는다.

곧 어둠에 익숙해진 눈에 형광등이 들어온다.

남은 전하가 이리저리 형광등을 반짝기에 하는 걸 보니 더 잠이 오지 않는다.

눈을 꾹 감는다.

탁상 위의 빨간 알람시계가 요란하게 느껴진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고요한 방 안을 째깍거림으로 가득 메운다.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또르르르.

수도에서 고여 있던 물이 흘러 내린다.

똑.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웨에에에에에에에엥

야식을 배달하는 배달부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린다.

얼마나 시계가 째깍거렸을까.

배달을 마치고 되돌아가는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뚝.

뚝.

팔 뻗으면 닿을 거리에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그리 빠르지 않게, 그러나 집중이 흐트러질 시점이면 꼭 뚝 하고 소리가 난다.

뚝.

어둠에 익숙해진 눈으로 쳐다보지만 그곳은 그냥 장판 뿐이다.

물 같은 건 없다.

손을 뻗어 본다.

그냥 물기 없는 장판이다.

째깍.

째깍.

뚝.

째깍.

시계와 장판 위의 물방울 소리가 섞이고 있다.

물 소리는 왜 나는 것일까.

가만히 있는 물건들이 가끔 몸이 쑤시면 한 번씩 뚝하고 소리를 내는 그런 것일까.

그런 것 치고는 꽤나 규칙적으로 소리를 낸다.

끊임없이.

이제 시계의 째깍임은 귀에 익숙해졌다.

다만 물방울 소리가 거슬려 눈을 감을 수가 없다.

물방울 소리에 집중하다 보니 땅 밑에서 진동음이 들리는 듯 하다.

우우웅.

보일러도 껐고, 티비와 컴퓨터도 껐는데, 이상하게 진동음이 들린다.

뚝.

째깍.

째깍.

우우웅.

째깍.

째깍.

한참을 몰두하고 있을 때였다.

웽에에에에웽.

머리 쪽에 있던 냉장고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돌아간다.

등골이 오싹하다.

땀이 맺힌다.

그냥 자연스러운 일상의 소음일 뿐이라며 자신을 달래본다.

겨우 마음을 진정하고 눈을 감을 쯤에

모든 소리가 딱 맞춰 동시에 귓가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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