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태는 애매한 확률 문제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의혹 정도로 끝날 문제였을 수도 있었습니다. 가령, 누군가 수천 개의 키트를 개봉하였음에도 불조각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했다 한들, 그것조차도 확률 문제이기 때문에 '운이 없었던 것'으로 치부할 여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많은 분들이 이미 주지하고 계시다시피, '소지하고 있는 불조각이 0개일 때 1개는 확정적으로 획득'이라는 상황이 명백히 증명되었고, 이를 마영전 측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함으로서 모든 해명 및 명예회복의 가능성이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먼저 첫째로, 마영전 측에서 해당 현상을 '버그'라고 규정하였으나, 이는 애초에 구조적(프로그래밍적)으로는 성립하기 어려운 문제(버그)라는 점에서 신빙성을 얻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의도하지 않았고서야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차라리 '원래 소지하고 있는 불조각의 갯수가 많아질수록 확률이 감소하는 구조였으나, 버그로 인해 소지 개수가 0개일 때 확률이 100%가 되게끔 작동하였다'고 보는 게 더 자연스럽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둘째로는, 버그라고 공식적으로 규정하였으면서도 이를 이용한 유저들을 처벌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례로 보나 약관 등에 의해서나 분명히 '버그'였다면, 그것도 부당한 실질적 이익을 취한 행위였다면 관련 규정에 의거하여 분명히 처벌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형평성'을 언급하면서 추가 보상 대책안을 내놓았습니다. 금전과 관련된 일이므로 느슨하게 규칙을 적용했다고 보기에도 역시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또한 도주로(?)가 없는 상황입니다.
사실 '가지고 있는 불조각의 갯수가 많을 수록 획득 확률이 감소'라는 의혹이 설령 거짓이었다고 해도, 이미 위에서 언급한 문제만으로 명백히 크리티컬한 이슈가 됩니다. 추가(다량)구매를 유도하고 구매 매력도를 배가시키려는 비윤리적 상술인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설령 정말로 이 현상이 '버그'였다고 해도, 이는 키트 구매자 전원에게 묻지마 환불을 보증하는 등의 후속 조치가 필요한 문제입니다.
게다가 제 아무리 메인 디렉터가 나서서 해명글을 올리고 불조각 획득 관련 로그 내역을 공개한다고 한들, 이 또한 얼마든지 마영전 측에서 손을 볼 수 있는 부분이고, 그렇지 않았다고 한들 로그 내역에서는 확률에 대한 데이터를 알 길이 없으므로 유저들이 이를 통해 조작 유무를 역분석할 여지가 없습니다. 과거 '메이플스토리'의 경우처럼 클라이언트 언패킹을 통해 직접 확인을 하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통상의 경우 이런 중대한 부분은 서버에서 처리를 하기 마련이므로, 유저 입장에서는 정확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는 방법이 없다는 것 자체가 논란이 사그라들 수 없는 부분인 셈입니다.
결국 말 그대로 '물증은 없고 심증만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더 할 수 없는 것일 뿐인 셈인데, 사실 그 심증이라는 것도 과거의 사례나 평소의 탈기업윤리적 경영 작태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물증에 가깝다고밖에 볼 수 없는 상황인지라, 유저들은 작금의 이 상황을 '의혹'으로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입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비단 넥슨이어서가 아니라도, 막말로 단순히 확률 몇 퍼센트만 조정하면 수백 수천억의 수익이 변동할 수 있는 사안인데, 오히려 이들이 양심적일 것이라고 믿었던 것부터가 어쩌면 순진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아쉬운 것은, 여전히 많은 코어 유저들은 앞장서서 기업의 이익을 옹호하고 대변해 주고 있다는 것, 혹은 속으로는 문제를 주지하고 있음에도 대체재가 없다거나 재미만 있으면 상관 없다는 이유로 '앞으로 또 키트가 나와도 결국 어쩔 수 없이 또 구매를 하게 될 것 같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이들이 산재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마영전 코어 유저들의 대표(이자 사실상 유일의) 커뮤니티인 '인벤'에서도 현 사태에 대한 지탄의 목소리와 확률 논란 입증을 위한 데이터 수집 등 여러 움직임이 포착되고는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란의 불씨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은 역시 안타까운 점이라고밖에 할 수 없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