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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의 근무태만 현실(스압, 재미없음 주의)
게시물ID : military_535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돈주고사먹어
추천 : 6
조회수 : 248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2/28 11:16:31
02 10월군번인 저는 15사단 수색대에 들어가 (신검에서 3급을 받았는데도!ㅠㅠ) 이등병때 죽도록 DMZ 수색매복을 뛰었더랬죠.

30kg 수색군장을 매고 산 두개를 넘어 gop(DMZ철책관리부대)에 도착해서 저녁먹고.. 철책넘어가서 DMZ 전후방 루트대로 수색하다 진지에서 매복하고 일출 몇분전에 철수하고..

이짓을 하루걸러 한번 하다보니 비쩍 마른 제 몸매는 상체는 그대로인데 하체만 점점 더 경륜선수화 되어갔더랬죠(지금은 살로 바뀐 내 슬픈 허벅지야ㅠㅠ)

그 추운 철원의 겨울.. 땀이 살얼음으로 변해서 막사로 돌아오면 샤워하라고 온수를 틀어주는데.. 우리막사만 그랬는지는 몰라도 이게 틀면 20분?정도만 따뜻하고 급 냉수화되어갑니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 막사 샤워실은 샤워기가 6대 ㅠㅠ 수색작전 9명중(이거 말해도 되나?) 밑의 3명은 고참들이 온수로 몸을 지지며 '어흐~어허~' 소리만 들으며 고참들 짐을 정리하다가 물이 식으면 그때서야 들어가 바들바들떨며 냉수마찰을 합니다.

그러다가 제가 일병이 되고 얼마 안되어 저희 부대 임무가 바뀌어 수색매복 -> GP근무로 바뀌었는데요.

왔다갔다하지 말고 그냥 DMZ안에서 살아라 라는 계시로 알고 또다른 보금자리로 들어갔습니다.

GP는 정말.. 천국이더군요! 고참들에게는요. 군생활 2년된 갓 중위인 우리 소대장, 즉 GP장은 이 폐쇄된 공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합니다. 일주일에 두번, 부식공급을 받을때(1시간남짓) 빼고는 완전히 밖의 세상과는 단절되죠. GP라는 공간 안에서만큼은 소대장은 연대장이요, 부소대장은 연대 주임원사가 된 듯 합니다.

수색매복할때만큼 몸을 쓰지 않고 하는것은 24시간 보초, 보초, 보초서기... 점점 고참들은 소대장의 비위를 맞추며 은근슬쩍 근무에서 빠지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야간에 2개초소에서 3팀이 2시간씩 4시간 보초를 서고 2시간 쉬는(이른바 3교대 뺑뺑이) 근무체계를 자기들 맘대로 손을 댑니다. 초소 하나는 비워두고 하나만 채워넣기로 한거죠. 그러면서 소대장에게는 애들이 너무 피곤해한다 어쩐다 하면서 보는사람도 없고 확인도 불가능한데 걍 하나만 채우자 어쩌고 하면서 구워삶습니다(이걸 ok한 소대장도 참..)

이래서 경계근무가 좀 편해졌습니다. 2시간 근무를 서고 2시간 쉬는걸 반복하면 됩니다. 하지만 사람은 더 편한걸 추구하게 되죠.  곧 고참들은 휴게실에서 탁구를 치거나 티비를 보고(위성 티비 스카이..어쩌고는 비무장지대에서도 빵빵합니다~^^) 분대에서 제일 밑의 두명만 한개초소에서 두시간씩 2교대로 근무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두명이 '한명씩' 번갈아가며 경계근무를 선다는 겁니다. 

GP야전교범에 나와있는 야간 2개초소(한개 초소당 2명) 상시 경계가 실제로는 한개초소, 그것도 한명으로 되는데는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한달 남짓한 시간에 모든게 바뀌어버렸지요. 

혼자 근무를 서는데 적외선 쌍안경으로 전방을 잘 주시하고 있을까요? 봐봤자 가끔 고라니나 멧돼지뿐 DMZ는 평온합니다. 아무리 군기든 일이등병이라도 꾸벅꾸벅 졸수밖엔 없는데요. 이때 놀다 지친(야간경계분대는 아침을 먹고 점심때까지 수면시간을 줌) 고참들중 하나가 발소리를 죽이고 살짝 초소로 와서 졸고있는 후임을 목격합니다.

선임들은 이런 근무태만의 행태가 소대장에게 들킬까봐 안절부절합니다. 아무리 단절된 공간이라지만 만에하나 무슨일이라도 생기면(노크귀순같은) 그 책임은 소대장과 그 윗선이 고스란히 떠맡아야 하니까요. 이때부터 슬슬 군기를 잡는답시고 가혹행위와 구타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눈내리는날 밖에서 냉수샤워, 태권도교육한답시고 다리를 군화발로 까는 것(일명 조인트)부터, 한여름에 웃통벗고 두세시간 부동자세로 모기뜯기기(DMZ와 철원은 말라리라 위험지역입니다), 조그만 실수로 인해 빈 초소에서 구타 등등..

솔직히 실탄을 들고 경계근무를 하는지라 저놈들을 확 갈기고 나도 죽을까 생각도 가끔 듭니다. 제가 전역하고 몇달되지 않아 김일병 사태가 터졌을때도 저는 '충분히 저럴수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감정은 메말라가고 하루하루 눈치만 보며 사는.. 감옥이 여기보단 낫겠다 라는 생각이 자주 들었죠.

이후 저는 상병 달기 전 계원으로 차출되어 주둔지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예전 저희소대가 휴가차 주둔지에 내려와서도 GP에서처럼 구타를 하다가 걸려서 부대가 한바탕 뒤집어졌죠. 그동안의 썩었던 고름같았던 부대내의 악습이 비로소 밖에 알려지고 가해자들은 영창에 갔다가 다른부대행, 중대장 교체 등을 겪고 나서야 부대는 좀 잠잠해지더군요.

음.. 그래도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잠잠한 부대 내부까지는 밖(주둔지)에 있었던 저는 잘 모르니까요. 예전에 GP506이라는 영화를 보고 좀 놀랐던게 GP내부를 정말 정확하게 묘사해뒀더군요. 불연듯 그때순간이 떠오르면서 기분이 참 묘하더라구요.

물론 관측실에서 보았던 북한군의 농사짓는 모습, 일몰 몇십분 전 한꺼번에 켜지는 DMZ감시등의 야경, 우리GP에서 북한에 방송한 심리전병사의 유머감각 등 추억거리도 많지만 그보다 먼저 드는 생각은 악마같은 고참들이 어디서 나를 보고있진 않을까 하는 찐득찐득한 불쾌감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고생하는 우리 장병들의 고생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할수만 있으면 얼마든지 자기마음대로 할수 있는 곳이 군대 내에서도 격리된 그곳, GP와 DMZ입니다. 이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게 밖에서의 GP 감시방법을 군법으로 정하든 교범으로 만들든 해야 할것이구요.

어떻게 마무리지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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