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前) 국민의당 대표의 부인 김미경 교수를 지난 2008년께 분당서울대병원에 영입코자 주도한 사람은 하규섭 전 국립정신건강센터장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서울대의대 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서울대병원 정신의학과장인 하 교수는 지난 2004년부터 2008년까지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기획조정실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쿠키뉴스가 확보한 녹취록에서 하 교수는 기획조정실장 재직 당시 김미경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본인이 직접 자리를 만들었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김미경이를 분당병원(분당서울대병원)에 꽂으려고 했었거든…(중략) 김미경이가 이제 뭐 법도 하고 지적재산권 이런 거 했거든…. 근데 이제 내가 분당병원에서 그런 자릴 만들었었어.”
녹취록에서 하 교수는 “분당(분당서울대병원)에 그 자리를 어렵게 만들었어. 어렵게 만들었고 원장하고 기획실장이 그렇게 만들고자 그러는데도…”라고도 말한다. 기획실장은 기획조정실장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며, 당시 하 교수의 병원 내 직책도 그것이었다.
앞서 하 교수는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의료법무담당교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의사이면서 변호사를 대상으로 정했고 그 과정에서 김미경 교수라는 사람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해명은, 그러나 본인의 발언과는 정면으로 대조된다. 하 교수는 녹취록에서 “신념을 갖고 자리를 만들었다”든지 “김미경이를 못 뽑아서 걔(이후 채용된 교수)를 뽑은 거야”라고 말하며 김 교수의 영입 의지 및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힌 바 있다.
하규섭 교수가 당시 왜 김미경 교수를 영입코자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김미경 교수를 위해 하 교수가 만들었다는 ‘의료법무담당교수’ 자리에 비단 국내법에만 정통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병원의 해외진출 등을 고려할 때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김미경 교수가 경쟁력을 가질 여지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의 반응은 전혀 다르다. 병원 측은 “국내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김미경 교수는 영입하려던 인재와 거리가 멀었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국내법에 어둡고 연구 실적이 부족한 김 교수를 위해 하 교수가 없던 ‘자리’까지 만든 이유는 뭘까? 하규섭 교수는 이러한 물음에 침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