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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이누야샤 - 동행
게시물ID : animation_3143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2
조회수 : 26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01 12:32:28
각각의 계절은 저마다의 냄새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냄새는 아무나 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대부분이 그 냄새를 어렴풋이 상상해볼 뿐이다.
그런 면에서 이누야샤는 감성적이지 못 했다. 이누야샤는 자신이 가진 예민한 후각은 어디까지나 원하는 대상의 뒤를 쫓을 수 있다는 것 하나만을
장점으로 여겼고 그 외엔 전부 단점으로 치부했다. 각각의 계절이 풍기는 여러가지 잡다한 냄새들은 끊임없이 이누야샤의 코끝을 간질였고 이누야샤는 그 점을 무척이나 귀찮아 했다.
 
그래서 이누야샤는 겨울을 좋아했다. 소복이 쌓인 눈은 사물의 형체 뿐만이 아니라 본연의 냄새까지도 덮어 버렸기에 그 때 만큼은 이누야샤의 코끝이 그나마의 정적을 만끽할 수 있었다.
 
'키쿄우의 냄새가 멀어지려 하고 있다'
 
잠에서 깬 이누야샤가 제일 먼저 느낀 사실이었다. 온 천지가 눈에 파묻혀 있는 만큼 이누야샤의 후각은 더더욱 강렬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이누야샤는 냄새를 맡은 즉시 몸을 움직여 서서히 움직이고 있는 키쿄우의 냄새를 뒤쫓았다.
 
 
...........
 
 
"언니, 괜찮으시겠어요?"
 
카에데는 걱정 어린 눈빛으로 언니 키쿄우를 바라보았다. 언제나 고고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로 사혼의 구슬을 수호, 정화하는 무녀이지만 동생인
카에데에게 있어 아직 키쿄우는 중요한 직책을 맡은 무녀라기보단 자신의 소중한 누이로 보이고 있었다. 키쿄우는 카에데의 붉게 달아오른 볼을 손의 온기로 데워주었다.
 
"걱정 마렴. 금방 돌아올테니"
 
"정말이시죠?"
 
그제서야 카에데는 제 또래에 어울리는 미소를 지었다. 키쿄우도 그에 답하듯 온화한 미소를 카에데에게 보여주었다.
 
"그런데 언니, 언니가 마을을 나가시면 사혼의 구슬을 노리는 요괴들이 마을을 습격하지 않을까요?"
 
"내가 사혼의 구슬을 가져갈 생각이니 걱정할 필요 없단다"
 
"그럼 언니가 위험한 거 아니에요? 온갖 요괴들이 언니를 습격할텐데.."
 
"카에데, 언니가 지금까지 숱한 요괴들을 퇴치해 왔다는 사실을 잊었니?"
 
"그렇긴 해두.."
 
"일곱밤이 지나기 전에 이 언니는 반드시 돌아오겠다. 약속하마"
 
아직까진 아이여서 생각이 짧았던 모양이었다. 카에데는 다시 한번 얼굴이 키쿄우에 대한 걱정으로 물들었고 키쿄우는 그런 카에데를 안심시키기 위해 무릎을 꿇어 카에데와 눈높이를 맞추고 카에데의 여린 새끼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엮어주었다.
 
"아, 언니.. 혹시나 해서 말인데 언니가 마을을 떠나시면.. 저기 있는 저 녀석도 언니를 따라가지 않을까요"
 
카에데는 마을 근처의 숲을 바라보았다. 이누야사가 주로 머무는 숲이었다. 키쿄우는 카에데의 시선을 따라 이누야샤가 머무는 숲을 보며 뜻 모를
감정이 실린 표정을 내비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렇지 않게 나직이 말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 없다"
 
 
...........
 

이누야샤는 얼마 가지 않아 마을의 입구에서 마을을 빠져나가려고 하는 키쿄우를 발견할 수 있었다. 키쿄우는 어딘가로 긴 여정을 떠나려고 하는
것인지 만반의 채비를 한 상태였다.
 
"이봐 키쿄우!! 어딜 가려고 하는 거지? 혹시 내가 두려워서 꽁무니라도 빼는 건가?"
 
"먼 마을에서 요괴 퇴치를 부탁 받았기에 그 마을로 가려고 하는 것 뿐이다. 착각하지 마라 이누야샤"
 
"하! 그럼 사혼의 구슬은 어떻게 할 생각이지? 내가 이대로 가져가도 상관 없다는 얘기야?"
 
이누야샤는 키쿄우를 비웃듯 말했고 키쿄우 또한 그런 이누야샤를 비웃는 듯한 미소를 보였다.
 
"아둔하구나. 사혼의 구슬은 내가 가지고 있다"
 
키쿄우는 눈이 쌓인 삿갓을 위로 치켜들어 이누야샤를 바라보았다. 그와 동시에 놀리기라도 하듯 자신의 목에 걸고 있는 사혼의 구슬을
이누야샤에게 슬쩍 보여주었다. 이누야샤는 사혼의 구슬이 눈에 들어오자 마자 재빠르게 지붕에서 뛰어내려 키쿄우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이누야샤는 키쿄우의 몸에 손끝도 대지 못한 채 키쿄우의 화살에 움직임을 봉인 당했다.
 
"앞으로 쓸 화살을 너에게 낭비하고 싶지 않구나. 이번 여정은 기니까 말이야"
 
키쿄우는 화살을 한발 더 쏘아 이누야샤의 양 팔을 움직이게 못 하게 하려 했으나 이내 잡아당긴 활시위를 거두고 화살을 화살통 안에 집어 넣었다.
이누야샤는 소매에 박힌 화살을 거칠게 뽑으며 외쳤다.
 
"뭐야?! 이젠 나에게 쓸 화살조차 아깝다는 거냐?"
 
하지만 키쿄우는 이누야샤의 외침을 무시하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이누야샤는 사혼의 구슬을 쟁취한다는 욕심보다 키쿄우에게 무시
를 당했다는 사실이 분해 길길이 날뛰며 키쿄우의 뒤를 쫓았다. 하지만 실상 키쿄우가 무섭긴 한 모양인지 당장에 키쿄우를 덮치지 않고 안정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흡사 술래잡기 같은 풍경이었다. 그 풍경은 키쿄우의 여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마을 앞의 큰 산 까지 계속되었다.
키쿄우는 나무 어딘가에 앉아 있을 이누야샤를 향해 외쳤다.
 
"이누야샤, 날 언제까지 쫓아올 생각이냐?"
 
"난 언제까지고 네 주위를 맴돌 거야! 그리고 네가 방심하는 그 순간, 너의 목숨과 사혼의 구슬은 내 것이 되는 거지!!"
 
이누야샤는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혔지만 그 큰 목소리 때문에 자신의 위치가 키쿄우에게 발각되었다는 건 모르는 것 같았다. 이누야샤는
키쿄우의 화살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와 있었지만 키쿄우는 어째선지 이누야샤의 말을 잠자코 들어주고만 있었다.
 
"뜻은 좋구나. 하지만 그렇게 될까"
 
그 말을 마지막으로 키쿄우는 침묵을 유지한 채 하염없이 걸었다. 이누야샤 또한 쥐 죽은 듯 키쿄우의 뒤를 밟았다. 키쿄우의 발이 눈을 밟는 소리가 들
리면 연이어 나뭇가지의 눈이 뭉텅이로 떨어지는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그 소리의 연쇄는 키쿄우의 걸음이 멈출 때 까지 계속되었다.
 
해가 지고 달이 뜨자 온 만물을 뒤덮었던 흰색의 향연은 하늘에 수놓인 빛을 반사 받아 더더욱 그 아름다움을 배가시켰다. 하지만 키쿄우의 눈엔 이런 진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아니, 감상하고 싶어도 그럴 틈이 없었다. 지금 키쿄우는 사혼의 구슬이라는, 요괴들이 가지지 못해 안달이 난 물건을 품 속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키쿄우는 비단 이누야샤 뿐 만이 아니라 주위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요괴들 전부를 경계해야 했다.
 
이누야샤는 키쿄우를 응시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게 기다림은 시간 단위로 변하게 되고 그 시간의 단위가 한번 두번 쌓이게 되자 되려 이누야샤 자신이 한계를 느낄 지경이 되었다. 자신의 정신력이야 반쯤 흐르고 있는 요괴의 피로 대체가 되었지만 인간의 몸으로 더군다나
여성의 몸으로 저런 정신력을 보여준다는 것이 이누야샤의 입장에선 전절머리가 났다.
 
그 순간, 키쿄우는 육체의 피로 따윈 아랑곳 않는 경이로운 반사 동작으로 화살을 쏘았다. 화살은 나무들 사이의 심연을 관통했고 이내 한 요괴의
기괴한 비명소리가 숲을 깨웠다.
 
"나와라!"
 
키쿄우는 두번째 화살을 활시위에 얹으며 소리쳤다. 곧 모닥불이 밝혀주는 주위에 수많은 요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요괴들의 대부분이 하급
요괴이긴 했지만 그들의 숫자는 가히 백귀야행이었다.수적 열세에 몰린 키쿄우는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철저히 배제한 냉철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는 동요하고 있는 상태였다.
 
"우리들을 얕보았군. 겨울이라고 모든 요괴들의 활동이 뜸해지는 건 아닌데 말이야"
 
"너희들 같은 조무래기들을 상대로 이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다"
 
"하하하, 이런 상황에서 조차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놀랍군 그래"
 
"자, 사혼의 구슬은 내 목에 걸려 있다. 사혼의 구슬을 원하는 녀석들은 나에게 와라"
 
키쿄우의 외침을 시작으로 요괴들은 키쿄우에게 달려들었다. 키쿄우는 겨누고 있던 활시위를 놓았고 궤도를 탄 키쿄우의 화살은 요괴들의
무리 중 한갈래를 소멸시켰다. 키쿄우는 요괴들이 소멸된 빈 공간으로 몸을 움직이면서 다음 화살을 활시위에 얹었고 다음 화살이 쏘아지면
다시 한번 요괴 무리의 한갈래가 정화의 빛과 함께 사라져 버렸다. 키쿄우는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요괴들의 무리를 홀로 상대하고 있었다.
 
키쿄우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던 이누야샤는 새삼 사혼의 구슬을 지키는 무녀의 전력이 이 정도라는 것을 되새겼고 그런 키쿄우에게 매번 달려드는
자신의 무모함을 내심 인정했다.  그리고 그와 못지 않게 느껴지는 점이 있었다면 키쿄우는 무척이나 고독해 보였다. 물론 자신의 고독과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키쿄우는 여지껏 자신처럼 혼자만의 힘으로 싸워왔음에는 분명했고 요괴들로 이루어진 물결을 헤치고 있는 지금의 모습은 더더욱
그 고독을 부각시키는 것 처럼 보였다. 이누야샤는 처음엔 사혼의 구슬을 빼앗기 위해 그저 키쿄우가 요괴들을 상대하다 지쳐 죽어 버리기를 바랬지만 처절하리만치 싸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계속 바라보면서 자신의 마음이 변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키쿄우를 바라보는 이누야샤의 눈빛이 서서히 물기를 머금어 갔다.
 
그러는 사이 키쿄우의 화살은 서서히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리 조무래기 수준들의 요괴들만 모였다지만 압도적인 숫자의 차이는 끝내 키쿄우의
열세를 불러왔다. 물론 키쿄우의 힘이라면 이 정도의 요괴들은 활이 없더라도 능히 상대해낼 수 있었지만 목에 걸린 사혼의 구슬을 뺏길 경우의 수를
생각한다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
 
"이제 화살은 바닥났다. 이젠 어떻게 할 셈이지? 우리들을 당해낼 수 있겠나?"
 
"애초부터 화살 따윈 필요도 없는 상대였다. 이제와서 기고만장해 하는 꼴을 보니 네놈들의 추태가 참으로 우습기 그지 없구나"
 
키쿄우의 표독스러움은 이런 상황에서 까지 유감없이 발휘되었다. 남은 요괴들은 낮게 으르렁 거리며 노기를 방출하고 있었다. 이내 요괴들은
저네들의 육체를 하나로 똘똘 뭉쳐 새로운 하나의 육체를 만들었다. 아무리 잡스런 수준의 요괴들이라지만 집합체가 되자 위협의 수준이 한 단계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 키쿄우도 예상치 못한 전개에 뺨 한쪽에선 저도 모르게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죽어라!!"
 
괴악스런 목소리와 함께 육중한 요괴의 집합체가 키쿄우를 덮쳤다. 키쿄우는 가까스로 요괴의 공격을 피했지만 피로가 쌓인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바닥에 엎어지고 말았다. 요괴는 당장에 키쿄우를 공격할 수도 있었으나 지금까지 자신들을 멸시한 키쿄우에게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는지
키쿄우의 바로 앞에 서서 키쿄우를 내려다 보았다. 눈은 불규칙 적으로 크기를 바꾸었고 아무렇게나 솟아난 이빨은 당장에라도 키쿄우의 살점을
씹을듯 빠드득 빠드득 이 가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사혼의 구슬을 내놓으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헛소리하지 마라.."
 
키쿄우는 쥐어짜내다시피 말했다. 요괴는 그런 키쿄우의 말을 한껏 비웃은 뒤 손을 높게 쳐들었다. 키쿄우의 힘이라면 요괴의 손이 몸에 닿는 순간
소멸시킬 수 있었지만 육체가 피로한 지금 이 시점에서 힘이 똑바로 발휘될지도 의문이었다.
 
그 순간, 무색의 궤적이 키쿄우의 눈 앞을 스쳐 지나갔고 어느새 키쿄우의 앞엔 화살 하나가 땅에 박혀 있었다. 키쿄우는 곧장 자신의 앞에 박힌 화살을 뽑아 활시위에 얹었고 요괴 또한 키쿄우의 갑작스런 공격 태세에 높이 쳐 든 손을 곧장 내리치려 했다.허나 키쿄우의 동작은 요괴의 행동을 앞질렀다. 결국 요괴는 키쿄우의 화살에 꿰뚫려 연보라색 빛과 함께 재가 되었다.
 
키쿄우는 활을 바닥에 내려놓고 잠시 숨을 돌렸다.
 
'이 화살은 어디에서..'
 
키쿄우는 요괴들의 잔해들 사이에 있는 화살을 주웠다. 언뜻 보기엔 평범한 화살과 다름 없었지만 키쿄우는 느낄 수 있었다. 이 화살은 한번 더 쓰였던 적이 있었던 화살이었다. 키쿄우는말없이 고개를 슬쩍 들어 굵은 나뭇가지들을 차례차례 살펴 보았다. 하지만 키쿄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보이지
않았다.
 
"...."
 
키쿄우는 흐트러진 삿갓을 고쳐 쓴 다음 그나마 살아있는 불씨들을 모아 다시 모닥불을 지폈다. 장작들이 타들어 가는 소리가 숲 속을 채워가면서 눈이 뭉텅이로 떨어지는 소리가 단 한번 들렸다.
 
 
...........
 

삼일 밤을 내딛어야 닿을 수 있는 거리인 만큼 키쿄우도 최대한 여유를 배제한 기색이 역력한 발걸음을 보였다. 하지만 이틀밤을 제대로 지새우지
못한 것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무모한 행위이기도 했다. 키쿄우의 발에 밟힌 발자국은 깊이가 제각각이었으며 이따금씩 발의 방향이 엇나간 것도
있었다. 이누야샤는 키쿄우의 발자국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대로면... 뻔하군"
 
이누야샤는 키쿄우의 발자국과 냄새를 쫓아갔다. 왠지 모르게 이누야샤의 발걸음엔 다급함이 실려 있는 것만 같았다.
 
"....."
 
키쿄우는 정신력이 다한 나머지 눈이 쌓인 곳에 그대로 쓰러져 있었다. 이누야샤는 차가운 눈에 곧장 얼굴을 맞대고 있는 키쿄우를 똑바로 뉘여
키쿄우의 머리맡을 자신의 무릎에 뉘이게 했다. 아무래도 맨살이 눈과 오래 접촉해 있었던 모양인지 얼굴엔 보라빛 색깔이 만연했고 입술 또한
파리했다. 이누야샤는 그런 키쿄우의 얼굴을 보며 수많은 무찔러온 강철 같은 여인이 이런 추위 앞에서 곧 죽을 것만 같은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모순에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끔 했다.
 
이틀 전 밤도 그러했다. 이누야샤는 굳이 키쿄우를 살릴 이유가 없었다. 키쿄우가 죽고 사혼의 구슬이 요괴의 손에 들어가게 되면 이누야샤가 그것을
도로 뺐으면 되는 것이었다. 이누야샤는 그 날 밤의 자신의 행위를 사혼의 구슬과 더불어 키쿄우의 숨통을 끊을 권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한 일이었다라고 치부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난 지금까지 이 순간을 위해서..'
 
잡다한 감상은 잡시 접어두고 이누야샤는 키쿄우의 목에 걸린 사혼의 구슬을 찾기 위해 조심스레 키쿄우의 옷소매를 풀었다. 하지만 키쿄우의 목엔
사혼의 구슬이 걸려 있지 않았다. 이누야샤는 잠시 당황하며 키쿄우가 사혼의 구슬을 어디에 숨겼는지 찾다가 키쿄우의 오른손에 사혼의 구슬을
꿰는 줄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누야샤는 드디어 자신이 고대해 마지 않던 순간이 왔음에 전율하며 사혼의 구슬을 쥐고 있는 키쿄우의 오른손에
천천히 손을 뻗었다.
 
".....키쿄우"
 
키쿄우는 정신을 잃어버린 상태에서까지 무의식적으로 사혼의 구슬을 지키려 했다. 이누야샤의 손이 자신의 손에 닿자 키쿄우의 오른손은 본능적으로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가녀린 여인의 손가락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냐만은.
 
하지만 이누야샤는 사혼의 구슬을 가져가지 않았다. 이누야샤의 마음 속에 있는 이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은 더더욱 커져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자신의 괴이한 감정에 휘말린 이누야샤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는 답이 보이지 않는 선택의 기로에 서고 말았다.
 
하지만 그런 이누야샤에게 답을 가져다 준 것은 키쿄우의 고통에 찬 기침소리였다. 이누야샤는 꼬이고 꼬인 자신의 감정에 대한 분에 찬 노호성을
내질렀고 이내 사혼의 구슬을 접수하지도 않은 채 키쿄우를 그대로 들쳐엎고 눈밭을 달렸다.
 
'이 온기는 대체..'
 
은은하게 자신의 몸이 달구어지는 것을 느낀 키쿄우는 미약하게나마 정신을 차렸다. 흐릿한 시야에 당장 들어오는 것은 빠르게 달리고 있는
주위의 풍경이었으며 조금 더 가까이로 시선을 돌리니눈의 색깔 만큼이나 하얀 머리카락과 귀를 가진 이의 뒷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꿈인 건가..'
 
키쿄우는 다시 눈을 감았다. 비로소 키쿄우는 제대로 된 잠에 빠져들 수 있었다.
 
 
..............
 

"무녀님. 일어나셨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키쿄우가 일어난 곳은 한 마을의 오두막이었다.
 
"여긴 대체.."
 
"저희들이 무녀님께 요괴 퇴치를 부탁드린 자들입니다. 오시는데 여간 고생을 한 게 아니신 것 같은데 일단은 푹 쉬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마을의 촌장으로 보이는 자가 키쿄우에게 꾸벅 절을 했고 연이어 마을의 장정들이 키쿄우에게 절을 올렸다.
 
"제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된 거죠? 전 분명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데.."
 
키쿄우의 질문에 마을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협박이라도 받은 듯 서로들 곤란하단 표정을 짓더니 이내 촌장이 그들을 대표해 입을 열었다.
 
"아직 피로가 덜 풀리신 모양이군요. 무녀님은 스스로의 걸음으로 여기까지 오셨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쓰러지셔서 저희들이 여간 놀랐던 게 아닙니다"
 
"..그런가요"
 
마을 사람들이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키쿄우였지만 미심쩍은 게 풀리진 않았다. 아무리 피로했다 할지라도 그 기억까지 없을 수가
있을까. 그리고 그 꿈 속의 온기.. 그 온기는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느껴졌다. 마치 바로 옆에 있기라도 한 것 같은..
 
"...."
 
사혼의 구슬은 여전히 키쿄우의 손에 있었다. 정신을 잃었을 때 이누야샤가 있었다면 분명 사혼의 구슬은 이누야샤가 가져가 버렸을 터, 정말로 몸이 피로해서 기억을 못 하는 것인지 키쿄우는 어떤 것이 진실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
 

"언니!!"
 
마을의 입구에서 키쿄우를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카에데였다. 카에데는 키쿄우의 품에 와락 안겨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정말로 일곱밤이 지나기 전에 돌아오셨군요 언니"
 
"그럼 내가 너에게 거짓말을 하겠니"
 
카에데는 키쿄우의 손을 꼭 붙잡은 채 마을을 누볐다. 지나가는 곳 마다 키쿄우를 본 마을 사람들은 돌아온 무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렇게 사당에
도착한 키쿄우는 목에 걸고 있던 사혼의 구슬을 원래 있던 제단에 되돌려 놓았다.
 
"언니, 사혼의 구슬을 노리는 요괴들이 언니를 습격하거나 하진 않았나요?"
 
"했지"
 
"얼마나 많은 요괴들이요..?"
 
"너가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요괴들이었단다"
 
카에데는 키쿄우의 말에 잠시 상상을 해보았다가 깨름칙한 기분이 들었는지 몸을 움츠렸다.
 
"그것보다 언니, 혼자서 가셨는데 심심하거나 하진 않으셨어요?"
 
"사혼의 구슬이 나에게 있었는데 그런 걸 느낄 겨를이 어디 있었겠니"
 
키쿄우는 그 다음, 은은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심심하진 않았던 것 같구나. 마치 누가 내 곁에 있었던 것 처럼.."
 
그렇게 말하는 키쿄우의 시선은 이누야샤의 숲을 향하고 있었다. 카에데는 키쿄우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 거리고만 있을
뿐이었다.
 
-------------
방학의 마지막을 불태운 망상입니다. 워낙 못 쓰는 실력에 너무 오랜만에 타자를 쳐서 그런지 실력이 개판인 게 눈에 바로 보이지만..
원래 팬픽이 글 잘 쓰려고 보는 건 아니잖습니까.. 허허. 아무쪼록 즐기실 수만 있다면 다행입니다.
 
설정 고증 따윈 일절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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