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안면익식장애를 가지고 있는 여자입니다 :)
게시물ID : bestofbest_970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asisnoel
추천 : 871
조회수 : 59614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1/24 03:41: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1/24 02:27:00



안녕하세요! 오유에 가입해서 처음으로 글을 써보는 22살 안면인시과 전혀

상관이 없는 디자인을 배우고 있는 여대생입니다.


한번도 들어보지 못하신 분들도 계실거고, 인터넷이나 다른 매채를 통해서

안면인식장애를 들어본 분들도 계실텐데요.


제가 가지고 있는 병,,이라고 해야할까요? 병인,,안면인식장애 때문에 

일어난 일들을 어디에 제대로 말을 할수가 없어서 이렇게 고민 게시판에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저도 제대로 된 뜻은 모르지만 간단하게 안면인식장애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병인데요. 물론 사람의 얼굴을 잘 잊거나 하시는 분들이 계실거에요! 

하지만,,,전 조금 심각한 상황이라,, 이렇게 두서 없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안면인식장애로 있었던 일들을 간단히 몇개 적어보자면,,,




1. 애인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해요.


2년이 가까이 되어가는 애인의 얼굴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막막하실거에요..

사귀고 첫 데이트 때는 서로 어디에 있을지 확실히 정하고 있었기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그 뒤 데이트에서 정말 애인한테 못할 짓을 하고 말았네요,..


두번째 데이트날 종로에서 약속을 잡고 전 기쁜 마음으로 지하철역 바로 위에 있다는 애인의 말에 

쫄랑쫄랑 밖으로 나왔는데, 전혀 모르는 어떤 분께서 제 손을 확 끌어 잡으시더라고요

저는 애인인지는 전혀 상상도 못하고 손을 뿌리치며 크게 "누구세요!"라고 소리쳤고

그 주변에 있던 모든 분들의 시선이 저에게 쏠리는 것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제 손을 잡은 분께서 "왜그래..00아.."라고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제게 말을 거셨고..

전 그제서야 제 남자친구인걸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그 자리에 서서 펑펑 울고 말았네요..


사실 그 뒤에도 남자친구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거나 인사를 하면 누구지?하는 얼굴로 바라본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남자친구는 제가 해준 말에 어느정도 이해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미안한 마음이 사라지는 건 아니네요..


사실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제 폰은 남자친구 사진들로 가득 차 있고, 남자친구의 옷과 신발을 하나하나 다 외워서

약속장소에서 얼굴보다는 사람들의 옷을 보며 남자친구를 찾고 있습니다..




2.서비스,,알바는,,


알바를 지금껏 두번 해보았는데 첫번째는 편의점 알바였습니다.

편의점은 사장님의 얼굴을 마주치는것 빼고는 크게 어려운일이 없었어요..

하지만,,지금 하고 있는 호프알바는,,정말 진이 빠질 지경입니다..


큰 매장이 아닌지라 저 혼자 알바를 하고 있는데, 손님들을 당황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네요..

사실 오늘도, 손님이 별로 없어서 여자 손님 네분만 계셨는데.

그 한테이블 ! 네분의 얼굴을 외우지 못해서,, 실수하고 말았습니다..


네분중 한분이 밖에 있는 화장실을 가셨다 다시 들어오셨는데, 저는 새로오신 손님인줄 알고

부리나케 뛰어나가 "몇분이세요?"라고 여쭈며 자리를 안내했습니다..

손님은 "네?;;;" 하시며 저를 바라보셨고 전 그제서야 제가 잘 못한걸 깨닫고 죄송하다고 여러번 사과드린뒤

카운터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ㅠㅠ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이게 한두번이 아닌 한달 내내 하루하루 이러고 있으니 정말 ㅜㅜ 죽겠습니다..




3. 연예인? 


누군가 한 연예인을 가리키면서 이야기를 할때면 정말 쥐구멍에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연예인 얼굴? ,,,, 못외워요,, 심지어 티비도 안보는 편이라 정말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습니다.

친구들은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를 볼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니까 더 집중되고 좋겠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친구들은 연예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저는 아무말 하지 못하고

앉아서 듣고만 있는게 이렇게 힘들줄은 몰랐네요.

얼굴이 조금 생각이 나더라도 이름과 매치를 시키지를 못하니,,이건 아무 쓸모가 없어요..



4. 중,고등학교 친구들과 선생님,,그리고 지금도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한곳에 살아서 동네를 오가면 어쩔수 없이 친구들이나 선생님과 마주치게 되는 일이 

있는데요.. 저는 이것 때문에 누군가 제이름을 부르면 심장이 철렁 내려 앉는 기분을 가진답니다..

옛날에는 "누구세요"하면서 놀라기 바빴는데 그때마다 친구나 선생님 얼굴에서 허탈함과 좋지 않은 표정을 보고는

정말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어..


지금은 누군가 제 이름을 부르면 무조건 밝게 아는 척을 합니다..ㅜㅜ

그리고 이야기를 조금 나누며 "아..중학교때 친구구나..""고등학교때 친구구나.." 하는 생각을 하죠..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걸 알면 얼마나 속상할지 너무 미안합니다..


대학교 때는 사람도 많아지고,.더 정신이 없어져.. 자발적 아우사이더를 하거나.친한 친구 딱 3명만

매일매일 얼굴을 보며 지내고 있답니다..

방학을 하고 개강이 가까워지면, 그새 잊혀져버린 친구들 얼굴 때문에 매일매일 페이스북이나

카톡을 확인하곤해요..




5.가족얼굴..


설마 가족얼굴도? 하시겠지만..네 그렇습니다.

제 하나뿐인 남동생이 대학을 지방으로 간뒤 일년 가까이 보지 못하고 지냈습니다.

거의 일년만에 만나는 남동생 생각에 만나러 뛰어갔다가 동생에게 위로만 받고 들어왔습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전혀 알지 못하는 남자가 제 어깨를 잡으며 "누나!"라고 말하는데

잠깐이었지만 당황한 제 얼굴을 동생이 보았나봐요.. 전 바로 아! 동생이구나 하고 반응했지만..

다행히 동생도 알고 있어서 괜찮다고 이야기 해 줬지만,,, 제 자신이 너무 싫었습니다..


당연히 자주 보지 못하는 친,인척 가족들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요..




제가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이유는,, 혹시 오유분들 주변에 저같은 사람이 있더라도

너무 미워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 바램에서 적어보았습니다.. ㅜㅜ

잊고 싶어서가 아니라 정말 기억을 하지 못하는 저같은 사람들을 조금만 이해해 주셨으면 해요..

사회나갈 걱정에 하루하루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이 저 뿐만은 아닐거라 생각이 듭니다..

너무 두서없이 길기만 한 글이었네요..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