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씨가 폭우로 피해가 충북 청주를 찾아 직접 복구 작업을 도왔다."
한 적폐진보 언론의 기사다. 그들은 과거 이명박씨의 부인에게는 영부인이라는 공식호칭을 꼬박꼬박 붙였으며, 대기업의 광고를 허겁지겁 받았고, 그들의 탄생 순간에는 당시 변호사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을 받기도 했다.
이런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그들은 마치 예의와 품위가 없고, 권력에 굴종하며, 돈 앞에 무릎꿇기를 마다하지 않고, 의리가 없는 것 처럼 보이기 까지한다. 아마도 진정 그들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현재 그들의 행보는 그런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이 이렇게까지 비참해 진 것에는 정부의 언론사 지원이라는 썩은 뿌리가 존재한다.
신문지원기금. 현재 이름이 언론진흥기금으로 변경된 이 기금은 2017년 350억원 정도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고작 80억원 정도면 전국에 필요한 소방관을 채용할 수 있는데, 이 비용의 네 배가 넘는 금액이 신문사에 입금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 기금의 정체는 무엇일까? 신문사들은 자생할 만한 여력도 없는 것일까? 돈이 없으면 중소기업은 도산하는데 자생력 없는 신문사에 정부가 수혈을 직접 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러한 기형적인 환경의 기저에는 기레들의 습성이 존재한다. (기레라는 말은 필자가 붙인 이름으로, 이전에는 기레기라고 호칭되었으나 글자를 여러 개 쓰는 것이 아까워 하나를 줄인 것이다. 또한 한기레라고 호칭하기 편리하다는 장점도 있다.) 예전의 기자들은 현장에서 취재하며, 정의를 위해 불이익도 감수하고, 지식인으로서 지식을 전파한다는 책무, 저널리스트로서 균형잡힌 시각으로 사실을 널리 알린다는 의무감으로 가득한 "사회지도층" 이었다.
90년대에 널리 쓰이던 "사회지도층"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것은, 그렇게 호칭되던 국회의원, 판사, 검사, 기업가들이 더 이상 누구를 가르칠 지식이나 염치가 없다는 것이 판명된 2천년대 이후였다. 기자역시 "인텔리", "사회지도층"으로 지칭되었으나 더 이상 그렇지 못하다. 직접 취재하는 대신 보도자료를 받아 쓰고, 권력에 항거하는 대신 주는 월급을 받으며 위에서 바라는 글을 썼다. 특정 세력의 권력화를 위해 의도적인 기사를 썼으며, 이것은 지난 이명박근혜 정권을 유지하는 든든한 축이 되었다. 이전 정권이 저지른 수조원 대의 건설, 방산, 원전, 자원 등의 비리는 제대로 비판받지 않았던 것이다.
다시 신문지원기금으로 돌아와 보자. 기자들이 이렇게 온실속의 화초가 된 원인은 바로 신문지원기금이다. 간혹 지혜롭고 용기있는 기자가 있어 의로운 글을 쓰더라도, 이 기금을 받고싶어하는 편집자들이 "정부의 눈 밖에 날" 기사들을 내고 싶겠는가? 절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실은 이미 지난 정권, 지지난 정권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길들여진 기레들은 그 습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신문사는 가치있는 글을 통해 그 존재를 증명해야 한다. 그 존재의 증명방법이 자신의 밥그릇을 정부에 내밀고 꼬리를 흔드는 방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언론사의 건전한 중립과 가치있는 보도, 자생력 있는 운영을 위해서는 신문지원기금이 폐지되어야 한다. 이 기금이 없으면 당장 신문사가 죽는다고? 그러면 죽으면 된다. 그 자리에는 새로운 건전한 신문사가 생겨날 것이며, 그것이 자본주의의 건전한 섭리이고, 세계 10위권 강국인 우리나라는 충분히 그런 신문사가 생겨날 수 있는 토양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