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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킹 하나로 쏠로탈출 실패한 사연
게시물ID : humorstory_1850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던킨도너트스
추천 : 10
조회수 : 81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4/26 01:45:14
소개팅을 했다. 
어 이 여자 괜찮네라는 식의 소개팅이 아니라 내가 찍어 뒀던 사람을 
주위에 아는 사람을 동원해 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비밀리에 추진했던 소개팅이었다


늘 한번 만나 봤으면 했는데 
이렇게 단둘이 자리를 하니까 너무 좋다. 
다행히 첫 만남 좋았다. 서로 뭔가 약간 꽂혔다. 
서로 느낌 나쁘지 않았는데 헐.. 문제가 생겼다. 
종교가 문제가 된 거다.
난 뭐 특별히 싫어하는 거 없는데 집에서 불교다. 그래서 어디가도 불교라고 한다. 
여자쪽에서 같은 종교가 아니라서 조금 망설인다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
나이가 좀 들어서 하는 소개팅이다 보니
종교문제도 심각하게 생각하는 가 보다. 
어떤 종교인지는 말하기 그렇지만 그런 종교가 있다고 치자. ^^


몇번 더 만나고 난 즐거웠는데 
여자쪽에서 서서히 소강상태였다. 
문자에 답해주는 것도 점점 줄어들고 만나자고 해도 선약 있다고 하고...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서 
주선자가 특별이벤트를 준비했다. 지금 생각해도 이 분 참 고마운 분이다. 
월미도로 야유회 가는데 나를 끼워준 거였다. 
주선자 그 분이 그녀의 직장 보스였거덩. ㅋㅋㅋㅋ 
난 자주 그 회사 놀러 가다가 꽂힌 거고..


차 세대에 나누어 월미도에 도착을 했고 
빙글빙글 도는 여기도 몇번 올라 왔던 그 놀이기구 타고 (그분 말은 진짜 재밌게 잘함. 좀 거슬리는 멘트도 있었지만 은근히 재미있었음) 이때까진 좋았음.
총 쏴서 쓰레기같은 곰인형도 하나 선물하고 이때까진 좋았음.
조개구이로 배터지게 식사하고 깔깔거리며 즐거웠지 이때까진 좋았음.
나를 위한 특별배려로 두사람만 따로 해변을 거닐 기회도 줬음. 너무 행복했던 시간. 이때까진 진짜 좋았음.


전방에 바이킹 출현. 
야!! 저거 타자!! 너나 할것 없이 달려가는 거다. 
하지만 난............... 고소공포증이 있는데. ㅠㅠ 
다들 타니 안탄다고 할수도 없고..... ㅠㅠ 


고소공포증엔 슬픈 전설이 있지.
초등학교 저학년때 학교 3층 건물에서 낙하산처럼 되는 줄 알고 우산 타고 뛰어 내렸다가 
팔다리 하나씩 부러지고 머리 깨져서 죽을 뻔했던 기억과
타잔 숭내 내다가 포플러 나무에서 수직낙하하는 바람에 8개월동안 깁스했던 기억때문인지
그 뒤로 야산 등산도 무서워 벌벌 떠는 심각한 고소공포증 환자가 되었는데 바이킹이라니... 


난 놀이공원 가도 회전목마외엔 안탄다 말이야. ㅠㅠ
어떻게..... ㅠㅠ
하지만 이건 인륜지대사가 걸린 문제다.    
참자. 짧은고통 평생행복 이 말을 잊지 말자
군대에서 헬기레펠도 했는데 갈구는 사람없다고 못한다는 건 정말 비겁한 짓이야. 
하면 된다. 여기서 비겁하게 움츠리면 안돼!! 


난 맨뒷자리에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앉았고..
그녀는 바로 내 앞에 앉았지..
바이킹이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
흔들림이 서서히 직각에 가까워지는 걸 느꼈다..
점점 어린 시절 추락의 공포가 나를 엄습하기 시작..
식은 땀이 나기 시작하고 주위에 비명지르며 즐거워 하는 사람에 대한 증오심 끓어 오르기 시작.


난 속에서 도저히 참지 못할 두려움과 분노가 치밀었다. 
이건 사람이 타서는 안되는 놀이기구라는 였어.
게다가 고소공포증 환자에겐 특히나.
난 한껏 치솟았다가 배가 먼저 떨어지고 내 몸은 분리되어 따로 땅바닥에 내리꽂히는 듯한 기분에 온몸이 갈기갈리 찢기는 기분을 느꼈다. 
한번 두번.. 이 무서운 공포가 증폭되자 난 더이상 그녀고 뭐고 없었다.
난 살아야 해.


거의 직각에 달하는 각도까지 올라가자 난 인내심을 잃고 야수로 변했다. 
더이상 견딜수가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난 바이킹 운전하는 알바에게 소리쳤다. 아니 애원했다. 
"나 좀 살려줘~~~~~~~"
"그만!!!!!!!!!!!! 그만해 병신아!!!!!!!!!!!!!!!!" 
"멈춰!!!!!!!! 지금 당장!!!!!!!!!!!!!!!"


처음에 사람들은 내가 장난치는 줄 알고 더 깔깔거렸다.  
하지만 난 진심이었다. 처절한 절규였다. 
알바새퀴가 웃고 있다. 설마 내 지옥같은 고통을 즐기고 있는 건가. 
알바는 오히려 각도를 더 심각하게 만들고 있었다.  
난 알바에 대한 분노가 폭발해 버렸다.  
"야이 씨발새퀴야. 멈춰란 말이다!!"
"이러면 나 죽어!!!! 이 미친새퀴야!!!!"
"죽여버릴꺼야. 절대 용서 안해!! 천벌을 받아라!! 이 짐승만도 못한 놈아!!"


그 때 무슨 말을 했는지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냥 미친듯이 울부짖었다는 것 밖에는. 
바이킹을 탄 사람들은 어느 순간 모두 조용히 아무 말없이 앉아 있더라.  
그들은 마치 극장에 온 사람들 마냥 
아무 움직임도 없이 비명이나 고함소리도 없이 차분한 표정으로 타고 있었고 
난 계속 울부짖었고.
그러다 마침내 바이킹이 멈췄다. 


더이상 말도 하기 싫다. 
그 회사 야유회는 그 뒤 나로 인해 다소 어색해졌고 
모두 나를 대하는 표정이 어두웠다.  
그 뒤 그녀와의 연락은 완전히 끊겼고
주선하신 그 분도 한동안 연락이 안되더라.  


난 그때 타지 말았어야 했나보다. 
그랬으면 지금 내 옆에는 그녀가 누워있을지도.
다 지나간 얘기다. 부질없다. 
바이킹. 
ㅅㅂ 내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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