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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삭금)설사의 추억
게시물ID : poop_97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빽스탭
추천 : 1
조회수 : 115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2/16 17: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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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에 가입한지 오래되지 않아 상단에 미친듯이 줄서있는 아이콘들이 뭔지도 모르고 베오베 게시판만 탐독하던 어느날 이었습니다.

똥에 관한 다소 철학적이고 엘레강스한 글들을 훑어보며 아 아직 세상은 원초적인 현상의 본질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많구나

감탄해 마지 않게 됩니다.

단지 세번의 글을 쓰고 두번의 베오베 행과 한번에 베스트에 오른 이상 똥에 관한 얘기는 쓰지 않으려

본능을 이성의 힘으로 강하게 눌러 왔으나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당당히 메뉴의 한축을 구성하고 있는 똥게시판!!!!

GNB(글로벌 네비게이션 바) 로그아웃 바로 아래쪽을 당당히 차지하고있는 똥그림!!!

아 여기는 똥에 관한 고찰을 허락한 곳이구나.

찬양하라!!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아 물론 지금도 그러하지만 전 어릴때부터 대장, 아니 내장이 유난히 민감했어요.

흡사 용의 알이라도 단숨에 낳아버릴법한 외모와는 달리 건드리면 움츠러드는 미모사 잎같은 섬세한 내장의 소유자

위, 십이지장, 대장, 직장 .. 어떤놈이 그러한지 모르겠지만 단체로 허약하거나 분명 저중 한둘이 많이 허약해서 일 겁니다.

유난히 설사가 잦았던 그해 여름..

어김없이 찾아온 채변봉투.

이말을 알고 계시다면 지금 당신은 한가정의 아빠이거나 엄마이거나

아니면 똥게에서 키득 거리고 있는 흔한 노총각 노처녀중 하나 일 겁니다.

하늘은 어째서 두가지의 재능을 주지 않는 것일까요.

단단한 머리를 주신 대신에 허약한 똥꼬도 같이 주셨네요.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으나 당시 채변봉투는 갈색 종이봉투안에 비닐 봉투가 조그맣게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안에 똥을 모아서 라이터로 입구를 지져 붙이고 다시 종이 봉투 안에 넣어가면 미션완료.

당시에는 우스개로 선생님 설사똥 싸면 어떻게 해요?

"말려서 가져와" 라는 등의 유머가 있었으나

잦은 설사로 고민하던 저에게는 채변봉투는 흡사 직장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그것이랄까요?

그 직장 말구요. 똥게에서는 직장이란 말도 이상하게 들리네요.


3일이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똥을 싸겠습니까?

경건한 마음으로 채변봉투를 준비합니다. 당시엔 수세식 화장실이나 양변기 이런건 기대할 수 없습니다.

특히나 지금같이 똥을 싸면 바로 입수를 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암모니아 레벨 충만한 구더기들이 꼬물꼬물 소풍나온 똥더미 위 변기에 앉아

옆집 아저씨, 윗집처자, 앞집누나, 뒷집 할머니의 온갖종류 똥들속에 내 똥을 화합시키는 경건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들 친했던 걸까요?

똥이 섞인 우리 사이.. pei.. 피쓰 ~

쓸데없는 라임이 있네요.


여튼 동네 공용화장실도 채변을 하기엔 부적합하므로 집 뒷켠에 있는 연탄아궁이 근처에서 신문지를 깔고 보기로 합니다.

따뜻하거든요.

설사똥도 오랜기간 숙련되면 배아픔의 강도와 주기를 짐작가능하고  지린듯 스며나오는 방구냄새에서 설사의 숙성도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철모르던 질풍노똥의 시기라 '모이면 싼다' 라는 기본원칙에 아주 충실할 때였습니다.

신문지 위에 안착해서 그날 첫똥을 때리던 순간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습니다.

문을 열면 첫날밤의 새초롬한 신부처럼 다소곳이 머리를 내미는 새색시 똥이 나와야 하는데 

그 옛날 살수대첩때 모아둔 물을 터뜨리던 을지문덕의 장군의 마음이 그러했을까요. 괄약근의 힘을 푸는순간

쏟아져 나오는 엄청난 양의 대홍수.

아 이것은 내가 똥을 눈것인가 싼것인가 분출한것인가. 내가 알던 고체와 액체 기체의 개념이 뒤섞이는 그때.

예기치 못한 설사로 인해 축축히 젖어버린 신문지.

아 오늘은 채변용 똥을 모을수 있는 날이 아니구나 하고 뒤늦게 알게 됩니다.


조금만 기름진 것을 먹으면 설사를 하는 통에 채변용 똥을 모으기 위해서는 사전에 식단 조절이 필요함을 절감합니다.

그래서 기름지지 않은 채식용 식단과 발사믹 드레싱을 겸하고 기름기가 제거된 A1++ 한우 등심부위는 개뿔

가난해서 주면 주는대로 먹어야 합니다. 정확한 메뉴 따위 기억날리 만무하지만 당시 집안이 상당히 가난해

고기를 사먹어도 비계위주로 샀던걸로 기억합니다.


여자처차 둘쨋날도 대홍수를 경험하며 실패를 거듭하게 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린나이에도 심각한 고민에 빠집니다. 옆에서 안쓰럽게 지켜보던 사이좋았던 누나는

포기해.. 그럼편해.. 내똥을 너에게 줄게.. 라며 만류하지만

사내로 태어나 무릇 남의 똥을 담아갈수는 없는법. 다시 시도를 해보기로 합니다.

채변봉투를 한손에 꼭 움켜쥐고 결의에 가득찬 눈빛으로 "꼭 너에게 마른똥을 안겨주겠어" 다짐하고

물마시는걸 자제합니다. 연탄보일러에서 비롯되는 따듯한 방에 엎드려 배에 온기를 주어

어떤놈인지 모르지만 내장을 달래보고 이틀간 지친 똥꼬에 활력을 주기위해 미온수에 똥꼬도 넣어 봤습니다.

아실분들은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오래전 일이라 자세히 쓸수는 없지만 그당시 이틀간의 처절한 사투로 인해 기력을 잃은 똥꼬의 외침을

저는 보았습니다. 들었습니다. 느꼈습니다.

설사를 오래하면 반드시 따뜻한 물에 담궈 주세요.


채변봉투 수거날 아침이 되어서야 변의가 다시 느껴졌습니다. 내 오늘 실패하면 선생에게 이 봉투 가득 물똥을 안겨주리라

다짐을 하고 신문지를 다시 깝니다. 느낌이 좋습니다. 첫날 둘쨌날의 리퀴드한 똥들의 행렬이 아니라 뭔가 솔리드한게

나올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호기심과 기대에 부푼 마음도 잠시 괄약근의 힘을 풀자 선발대로 나온 대량의 가스에

다시 불길한 예감이 엄습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도 강려크한 액체가 세탁중 뽑혀나간 세탁호수 마냥 흘러 나옵니다.

아!!! 포기해야겠구나..

친구들이 모두 단단하고 건강한 된똥을 담아올때 혼자서 출렁거리는 액체를 담아가야 하는 패배감에

머리를 싸매고 괴로워 합니다.

난 여기까지 인것같아.. 하며 자포자기 하던..

.

.

.

.

.

.

그때..

항문 깊은 곳에서 미약하나마 작은 울림이 전해져 옵니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잘못들은걸까.. 12지장의 묵직한 울림이 뭔가가 밀고 나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기다려야해..

조금더..

조금더..

한참의 기다림이 끝난후 직장을 통과해 느껴지는 변의!!

이것은 필시 고체일터.. 직장의 울림이 없이 바로 괄약근을 미친듯 두드리는 설사와는 달리

직장 내부를 훑고지나오는 스무스한 진동의 울림.. 이것은 고체가 분명하다...

급한맘에 최대한 설사로 폐허된 부분이 아닌 마른땅 아니 신문지 위에 항문을 안착시키고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3일간 설사가 할퀴고간 괄약근에 힘을 풀었더니

아.. 처음 아기를 낳는 산모의 희열이 이러했을까..

아.. 처음 뽑아낸 왼발 뒷꿈치의 티눈을 뽑는 희열이 이러했을까.

아.. 처음 마신 콜라의 청량감이 이러했을까..


모양잡힌 똥을 3일만에 처음본 그날.. 아.. 채변봉투에 고체를 담아갈수 있구나 따위의 희열이 아니라

수많은 고통뒤에 얻은 작은 결정체를 본 그 느낌..


여느 아해들이 나무젓가락을 찍어서 넣는것과 달리 얼른 수저를 가져와 금이야 옥이야 부서질까 조심스레

비닐봉투에 담고 라이타로 이쁘게 입구를 지져 무사히 미션완료..




그렇게 나는 기생충 약을 받았다.


길어서 세줄요약

1. 채변봉투 받음

2. 설사만 계속함

3. 운좋게 마지막날 된똥 나옴. 기생충도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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