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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전쟁, 집을 지으면서 (시 3편)
게시물ID : readers_97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레이후드
추천 : 0
조회수 : 27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3/10/29 18:42:36
감정

묵직한 침묵이 축축한 땅을 밟았었다.
원래의 세상은 날개를 치켜들었다.
펄럭거림은 휘날렸고 후덥한 바람은 아래로.
온정의 바람이 땅의 우리들을 휘감으며 아래로 날아왔다.

큰소리가 울려 퍼졌고 잿빛의 모래바람이
퍽퍽한 땅을 밝았다.
원래의 세상은 날개를 잃었다.
땅의 우리는 위만을 쳐다보았고 
언제인가― 아래의 따스함을 잊었다.
가슴의 펄럭거림은 그렇게 멎었다.

지금, 문득 아래를 쳐다본다.
힘차게 움직였던 감정의 울렁거림은 어디로 갔는가?
비로소 깨닫는다.
바람의 흔적을.
지나간 흙의 땅을.
반성의 묵념이 흘러가고 있었다.


전쟁

경직된 두 눈빛에 시뻘건 혈관 불거지고,
흐르는 땀들이 멈춰서다 거멓게 마른다.

진지 한가운데 호기(呼氣)보라, 저 하늘 뒤덮은 먹구름 보다 굉장하구나.
우뚝 선 것이 토담이요, 내려앉은 건 사람이니.
탄 잿 가루는 토담 위로 비틀 비틀 내려선다.

치켜든 총구는 은빛으로 번뜩이는데, 적 빛 물든 눈 두 덩이는 왜 저리 촉촉한지.
사자위에 올라선 토끼는 안절부절 어쩔 줄을 모른다.


집을 지으면서

집을 하나 지으려 합니다.
텅 빈듯, 빈 공간에서 땅을 다져 봅니다.
손에 발로 촉촉하게 젖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고통입니다.

언젠가 이 땅 안에 기둥들이 박히겠지요. 
그 박혀나갈 아픔을 위해서 라도.
간질이듯 밟혀오는 흙의 감촉을 느껴야 합니다.

오늘도 그 언젠가를 보며 땅을 다집니다.
때로는 다치고 때로는 지쳐 잠들 지라도.
이 준비가, 이 영광스런 준비가.

이 다음날의 고통 단단히 이겨내고
내 땅의 아픔을 따스히 주물러 줄 수 있도록.
터북한 이 흙손으로 송골 맻힌 땀을 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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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뭘 올려 볼까 하면서 고민을 좀 해봤는데 어차피 시라는건 읽는 사람마다 그리고 읽혀지는 시마다 느낌이 다 다르지 않습니까 ㅎ.
그래서 이번엔 3편을 동시에 올려봤습니다.

읽어 보시고 자그맣게 흔적이라도 남겨 주시면 감사하게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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