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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압)문득 생각난 옛 기억.txt
게시물ID : mabinogi_1071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곰이우는소리
추천 : 7
조회수 : 50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3/02 20:3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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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지금보다 훨씬 더 뉴비시절, 달인작이라는 것의 존재를 알고 생활 달인작부터 부랴부랴 완성해나가던 때였어요.
그 작은 뉴비때부터 의장노기에 맛들려 있었던 제가 매주마다 타라에서 열리는 패션 컨테스트를 모를 리 없었죠.
본선에 참가하려면 예선부터, 예선에 참가하려면 무조건 4명 이상이 모여야 하는데
당시의 순진한 저는 투클라나 길드원의 도움을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열심히 채이를 해가며 사람이 많은 곳에서 예선을 진행했기 때문에
항상 본선에 진출하고는 싶었지만 안그래도 망한 컨텐츠인데다 발컨이라서 정말 어려웠어요.
 
그 때 운이 좋게 본선에 나가게 되었던게 두 번 정도 있었던걸로 기억해요.
첫번째 본선에서는 2등을 했어요. 또한 보상으로 엘리네드 패셔니스타 수트를 얻었었죠.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남성용 옷이었고, 저는 그것의 여성용 버전인 엘리네드 패셔니스타 드레스의 예쁨도를 이미 알고 있었기에
데브캣의 악랄한 남녀차별에 에린의 모든 남캐들 대신 슬퍼하며 조용히 부캐의 몸 위에 걸쳐줬어요.
아무리 거적떼기 같은 옷이라도 여캐가 입을수라도 있으면 좋아할텐데... 하면서
보상을 받고도 입지를 못하는 제 신세를 한탄했죠.
 
그리고 두번째 본선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때 역시 E등을 했어요. 또한 보상을 받았는데
무슨 이상한 께이같이 생긴 옷인데다 남자 자이언트 전용이더라고요.
그 전 대회때도 남자 옷만 받아서 슬픈데 이번엔 그냥 남자도 아니고 자이언트 남자 전용이라니 저는 정말 슬프고 화도 날 지경이었죠.
당시엔 제 친동생을 꼬드겨 제가 컨테스트에 나가는 것을 보러 오도록 유도했었는데,
그 동생에게 찡찡댔었어요. '나 2등ㅠㅠ 거기다 보상도 무슨 남자이용 그지같은거 줌;;'
그러자 저에게 한 멋진 자이님이 다가왔어요. '님 그 자이옷 받은거 이름이 뭔가요?'
바로 그날 인기상을 받았던 짱 멋진 남자 자이언트 분이었어요.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합니다.
까만 피부, 흑발, 듬직한 눈, 미소지은 입, 가슴이 트인 캐주얼한 정장... 등에 귀여운 하늘빛 벌새 날개까지.
저는 그 옷 이름을 말했죠. 그 자이분은 그걸 얻기 위해서 컨테스트를 나온거라고 부럽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전 그 자이분께 말했어요. '저 어차피 이거 입지도 못하고 쓸데도 없는데 님 갖고싶어하셨으니까 가지세요'
그리고 거래를 걸어 옷을 드렸어요. 그 자이분은 정말로
'헐... 헐 대박 곰님 저 진짜ㅠㅠㅠㅠㅠ 저 진짜 이게 너무 갖고싶었는데 으핳어엉헣 진짜 감사드려요ㅠㅠㅠㅠ;;;'
굉~~장히 고마워했어요. 조금 오래되어서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무튼 정말로 고마워하셨습니다.
저도 그걸 보며 훈훈해했죠. 그리고 지인들한테 자랑했어요.

그리고 현재. 저는 여느 때처럼 거래전문 카페에서 사지도 않을 물건들을 눈으로 훑고 있었어요.
그러다 한 물품의 이름을 발견했습니다.
<<스트라이프 모피 코트>>
저는 이 옷의 이름을 보고 왜인지 모를 익숙함에 그 이름에서 눈을 떼지를 못했어요.
한참을 그러다 기억해냈죠. 그때 제가 인기상 받은 자이분께 드린 옷이라는 것을요.
볼 것도 없고 제가 드렸던 옷이니까 시세는 얼마나 할까 궁금해서 그 글을 들어가봤는데...

...
만돌린 기준 여성용 배틀 자켓 한 벌의 가격과 동일하더군요.
저는 머리에 썬더를 맞은 듯 멍해졌습니다.
세 자리 수 정도의 가격이라면 모르겠지만, 워낙에 예상을 훨씬 뛰어넘은 가격에
미련을 버리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봐도 쉽게 잊히지가 않더군요.
당시에는 시세라는 것은 하우징으로만 볼 줄 알던 저였으니 그 옷을 받자마자 얼마나 할까 하고 생각조차 못 했었고,
이미 드린 옷이며 그 플레이어분의 진심이 담긴 감사의 말씀을 들었으니 아무래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자꾸만 뉴비 시절의 제가 더 잘 알았더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했더라면
그때의 저에게 최소한 수리비 걱정은 안 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는데. 옷 한 벌이라도 더 쥐어줬을 텐데.
그 엄청난 액수의 돈을 가지게 된 그때의 나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떨칠 수가 없었어요...

예전에도 고급 의류 가방을 현질로 하나 사다가
가방 설명에 쓰여있는 대로 상점에 팔아서 100만 골드를 벌어먹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이후로 정말 안타깝게 느껴지는 제 뉴비 시절 기억이에요.
저는 정말 저같은 뉴비분이 또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당시에는 몰랐더라도 게임을 계속하게 되면 언젠가 과거의 실수를 깨닫게 되어서
자꾸만 신경쓰이고 후회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지금도 갈피를 못 잡는 뉴비분들을 보면 무작정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어쩌면 여기에서 비롯된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몰라서 손해를 봤다거나, 초보자를 등처먹은 굇수 이야기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기를 당했다는 글 등을 보면
아직도 정말로 안타까워요. 무언가를 몰라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기억이 저에게 있어서는 너무 깊이 새겨진 것 같아요.
그냥 카페 눈팅하다가 갑자기 멘붕 와서 두서없이 작성했네요.
긴 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려요!

(그리고 아직도 패컨 꾸준히 나가는데 5등 안에도 못 드는게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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