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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는 '이미지 정치의 힘'
게시물ID : sisa_57937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N이슈
추천 : 0
조회수 : 264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3/03 09:36:52
※ 빙글에 http://www.vingle.net/posts/712073 올린 글을 옮긴 것입니다. 
※ 이 글은 한국의 '이미지 정치'에 대해서 말하는 글로,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려는 의도가 없습니다.
※ 아래 청와대와 백악관의 사진 비교만 보셔도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아실 겁니다. 글 읽기 귀찮은 분들은 쭉 내려보시기 바랍니다. 

=== 

사진 작가 강영호를 아는가. 이름은 처음 들어봤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은 여러 번 봤을 것이다. 그는 우리가 잘 아는 영화 <집으로>, <파이란> 등을 비롯해 100편이 넘는 영화 포스터를 촬영했다. 그리고 전지현, 장동건, 배용준 등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의 사진을 촬영했으며, 국민 배우였던 故 최진실의 영정 사진도 그가 찍은 사진이다. 

만약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그의 작품을 더 많이 봤을 것이다. 사진 작가 강영호는 영화와 광고, 스타들의 사진 외에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으로도 유명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홍보물 등에 사용된 사진(얼굴에 흉터가 선명하게 보이는 사진 등) 대부분이 그가 촬영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사진까지 언급하면서 사진 작가 강영호를 소개하는 이유는 그가 생각하는 한국의 '이미지 정치'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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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중과 만난 대통령: 한국은 대통령의 앞 모습을 보여준다면, 미국은 대통령의 뒷모습을 보여준다. 군중이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두 사진 중 아래 사진은 "환호하는 군중의 표정을 통해, 대통령에 대한 여러 인종의 호감적인 반응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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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국을 방문한 대통령: 위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면, 미국은 "타국가의 존경심을 정보나 설명이 아닌, 경례하는 타국의 군인의 모습을 포커싱해, 상징화하여 보여준다" 이를 위해 오바마 대통령은 아웃 포커스 되어 있다. 

===
위 비교 사진에 대한 내용들은 강영호의 개인 연구 자료의 일부이다. 

그는 지난 2009년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자문위원을 맡았는데, 당시 정치 이미지 문화를 쇄신하기 위해 대통령과 국가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연구하고 이를 청와대에 보고한다. 하지만 청와대와 아무런 소통을 할 수가 없어서 연구 자료는 개인 소장하게 된다. (그는 자문위원이 '사실상 위촉패만 있는 자리'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의 블로그에 연구 자료 일부를 '이미지 정치의 힘'(☜ 누르면 블로그로 이동)라는 글에 공개한다. 글에는 백악관에서 제공하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사진과 청와대에서 제공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진을 비교한다.

그리고 그가 분석한 미국 백악관 사진의 특징들은 박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찍었던 사진들에게서 잘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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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후보 시절, 사진 작가 강영호가 촬영한 사진들. (From the series "Miss President" © Youngho Kang)

아래 서술한 '백악관 사진의 특징'이 위 사진에서 느껴진다.
· 대통령의 뒷모습을 더 부각시킨다. 군중의 표정을 통해 대통령의 호감도를 간접적으로, 그러나 더 효과적으로 표현한다. 더불어 대통령의 인간미까지 부각한다.
· 모든 사진에 작가의 Copyright가 명시돼 있다. 여기서 문화적 수준 차이를 알 수 있다. 정치 홍보에 있어서도 예술가를 존중하는 마인드를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사진은 정보를 전달하는 인증샷이 아니다. 스토리가 있다.
· 다큐멘터리 사진이지만, 전략적이다.
· 대통령의 모습에서 국가의 문화적 역량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 대통령을 사진 예술의 소재 혹은 대상화하여 문화콘텐츠로 만든다.

그렇다면... 
대선 후 청와대의 사진은 달라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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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설명
(위) 대선 후보 시절 © Youngho Kang
(아래) 2005년 1월 12일 기자회견 사진

어떤 사진이 "사람들이 대통령의 말에 집중한다"고 느껴지는가?

위처럼 멋진 예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방문해보면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에 올라온 사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음을 알 수 있다. 포커스가 대통령에게 집중돼 있고, 배경이나 포즈가 주는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공개된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알 수가 없다. 백악관의 경우 대부분의 사진에 작가의 이름이 명시되어 있다. 이점에서 사진 작가를 존중해주는 미국의 문화적 수준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아래에 현재 청와대에 올라오는 사진과 백악관에 올라오는 사진을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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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셀카를 찍으면 사진이 잘 나왔는지 확인을 하고 누가 잘 나왔는지, 누가 못 나왔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이처럼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이 아닌 이미 찍은 셀카로 사진이 잘 나왔는지 서로 이야기하는 모습을 담아 대통령의 친근한 이미지를 부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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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승부가 갈리기 때문에 진지하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웃으며 스포츠를 즐기는 모습이 아닌, 진지한 표정으로 스포츠에 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단순한 보여주기 식이 아닌 진정성이 느껴진다. 더불어 평범한 펍의 당구대를 통해 대통령이 일반 국민과 차이가 없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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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아이들과의 소통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과 교감을 보여준다. 직접 몸을 낮춰 아이의 옷매무새를 고쳐주는 모습에서 대통령의 국민에 대한 배려를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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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오바마 대통령의 내한 때 촬영된 청와대의 사진이다. 주로 무엇을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촬영됐으며, 두 대통령에서 거리감이 느껴진다. 특히 마지막의 '오바마 대통령 방한 공식 환영식' 사진의 경우 두 사람이 벽에 가린 듯 단절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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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기 백악관의 사진이다. 이 사진에는 두 대통령과의 친밀함, 한국의 아름다움, 한국에 대한 존경심 등을 배경과 대통령의 뒷모습으로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백악관의 '오바마 대통령 방한 공식 환영식' 사진의 경우 청와대의 사진과 다르게 두 대통령이 단절된 느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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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치인이 보여주는 모습은 늘 경제만 이야기하고, 자신의 정당을 옹호하며, 상대의 정당을 비판한다. 그리고 어디를 가면 인증샷을 항상 남기고, 이 인증샷을 홍보 소재로 활용한다. 언제 한국에도 인증샷 수준의 정치 이미지를 넘어, 정치인 스스로가 문화 예술의 대상과 소재가 될까? 한국에는 좋은 정치인이 있을지도 모르지만(없을지도 모르지만), 좋은 정치 '이미지'가 없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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