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에 공게에서 두 번째 글을 쓰네요.
워낙 필력이 떨어져서 글 쓰고 욕 먹지나 않을까 겁나고 그렇습니다만
때마침 일 집중도 잘 안 되고...
그냥 썰이나 풀고 싶어서 께작 거려볼까 합니다.
크게 무섭지는 않을거 같구요.
그냥 제가 실제로 겪은 일을 독백하듯 덤덤하게 적으려 합니다.
(각색하고 싶어도 각색할 내용도 별로 없습니다 ㅎㅎ)
편의상 반말체로 가겠습니다.
때는 90년 후반 IMF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 하던 시절이었다.
물론 그 전에도 우리집은 결코 잘 사는 집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말단 공무원이셨던 아버지와 많은 형제들로
집안은 하루가 멀다하고 씨끌씨끌 했다.
딱히 갈등이 많거나 한 건 아니었고
대학생 1명에 고등학생 2명 중학생 1명이 모이면
한 마디씩만 해도 4마디니
뭐 조용할래야 할 수 없지 않을까 싶다.
우리집은 대구에 있는 H병원에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공터의 구석 한켠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오래된 2층 양옥집이었다.
그 집을 처음 봤을 때 여닫이식 나무로된 유리문이 있었고
누가 그렇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그 유리문에 무언가를 던진 것인지 금이 간 상태로
덕지 덕지 노란색 박스테이프를 붙여 놓아서
말 그대로 보기 흉한 몰골을 가진 집이었다.
흉가...
당시엔 몰랐지만 공게를 들락거리고
이 글을 적어보겠다고 마음 먹고
기억을 더듬다보니 그 집이 바로 흉가였던 것 이었다.
그리고, 대학 진학 후 우리 가족은 그 집에 2년 정도 살면서
겪었던 이상했던 현상, 느낌, 사고....
이 모든 실마리가 한 군데 엮어지는 듯한
오싹함을 느꼈다면 나만의 착각일까?
아니면 다른 의미를 가진 것일까?
※ 지금 에피소드에선 이 흉가에 대한 일화는 나오지 않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나온 집은 흉가의 바로 앞 이었던 상가에 딸린 건물입니다.
하지만, 제가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던 시기가 하필 이 집으로 이사가고 난 후 였네요.
그냥 복선처럼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학교 친구들이 종종 야자시간에 가위 경험담에 대해서 이야길 하곤 했는데
무서운 이야기에 별로 관심이 없던 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었던것 같다.
가위는 그냥 종이나 자르는 가위로만 이해하고 있었고,
그게 뭐가 무섭냐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냥 철없는 애들의 막장 허세라고 생각하고,
만화책에 집중할 무렵
우리 부모님은 그 집 앞에 있는
가건물 같이 대충 지어진 상가로 이사를 갔다.
어머니께서는 커가는 자식들과 어려운 살림을 보며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겠다며
없는 돈을 긁어 모아 분식집을 차리셨다.
분식집 안에는 가게에 딸린 조그만 방이 하나 있었는데
아버지와 어머니 두 분께서 거주하셨고,
그래서 그런지 그 방은 왠지 포근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말 많은 우리 형제들이 거주하는 곳이 었다.
우리들은 가게 뒷 편에 나란히 붙어 있는 창고가 하나 있는데,
이름 모를 기계며 시멘트 포대, 어디 쓰일지 모를 나사같는
온갖 잡동사니를 막 던져 놓는 그런
을씨년스럽기만 한 그런 곳 이었다.
그 창고 안에는
도대체
누가
왜
만들었는지 모를
하지만, 사람 서너명이 누워지낼 만한 방이 하나 있었고
그 방에서 도로가 보이는 쪽으로
퀭하니 뚫려있는 유리문이
병원 옆 벽을 비춰주고 있었고,
그 앞으로 주차장용 공터로 갈 수 있는
대충 발라 만든 시멘트 길이 보였다.
방음따윈 기대도 하지않고,
우풍따윈 씹어 먹을 기세로
네 명의 남자들은 그대로 잘 퍼잤던 것 같다.
한 동안은...
가건물 제일 안쪽으로 가면
시멘트를 덕지덕지 발라 대충 벽을 만든
외부 화장실 겸 세면장이 하나 있었다.
이상하게도
거기를 처음 볼때 부터 제일 마음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냥 그렇게 느껴졌다.
※ 원래는 고등학교 이야기를 오늘 중으로 다 적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역시... 글 적는건 어렵네요.(창작자분들께 진심 존경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덧 퇴근 시간이 훌쩍 넘어 예정에 없던 프롤로그를 급하게 만들어 버렸네요.
무서운 이야기 하나 없이 잡설만 가득해서 미안합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