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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소설] 2009년. 1편
게시물ID : readers_97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130101
추천 : 0
조회수 : 20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29 21:49:00

이상하게 시험기간엔 글이 쓰고 싶습니다.

끄적거리던 소설 하나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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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1.05

그녀를 만나다.

  내가 그녀를 만난 건 새해가 몇 일 지난 15일이었다.

2007년 여름 1학년 한 학기를 마친 나는 군에 입대했다

시발점은 아주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여자는 군필자를 좋아한다더라' 하는 친구의 말에 인기도, 말주변도 없던 나는 

'그래! 어차피 갈거 얼른 군대나 다녀오자' 하는 마음으로 군대에 입대했다

입대한 뒤 훈련소에서의 5주간 나는 내 자신의 멍청함을 깨달았다

군대''가 아니었다는 것을 5주간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의지없는 나에게 훈련병 기간 동안 세 번의 면접이 주어졌다

그리고 그 중 가장 가고싶지 않아하던 특전사령부에 차출되었다

엄청 힘들다. 천리행군을 한다. 온갖 낭설이 넘쳐나는 곳이었다

어찌어찌 지겨운 2년의 군생활을 끝내고나니 또 다시 여름이왔다

나는 갓 전역한 다른 사람들처럼 '이제 부모님 고생시키지말고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마음으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그렇게 또 반년. 겨울이 왔다. 크리스마스도 지나고 새해도 지나고 새로운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누가 그랬던가? 군대 다녀온 예비역에게는 1년 동안 인기가 넘치는 기간이 온다고

새해를 맞았지만 나에게 별반 달라질 것은 없었다

오늘도 나는 아르바이트를 위해 편의점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눈이 많이 내려 발목이 푹푹 잠길정도의 눈 길이었다

보통 10분이면 가는 길을 20분이 다 되어 편의점에 도착했을때는 교대시간보다 5분이 더 지나있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전 아르바이트생인 여학생이 나를 불태울 듯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해요. 커피한잔 살게요. 바깥이 춥더라구요." 

나는 미안한 마음에 캔 커피하나를 내밀며 여학생에게 말했다

"됐어요. 늦지나마세요." 

하지만 여학생은 차가운 표정으로 툭 내뱉고는 커피도 받지않고 가버렸다

이미 정산도 끝낸 듯 카운터 내부도 비어있었다.

중간에 손님이라도 왔으면 어쩌려고...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안쪽 창고에서 정산된 돈을 들고 나왔다.


  카운터에 돈을 정리해 넣고나니 아까 들었던 캔커피가 생각나 캔커피를 찍고는 캔커피 가격 500원을 계산대에 넣고 

커피는 카운터 아래있는 전기난로 위에 올려두었다

한번 손을 댔던 물건은 왠지 사아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일까

캔 커피를 스캐너로 찍는 소리가 그렇게 처량할 수 없었다

오늘따라 편의점은 이상하리만치 손님이 없었다.

보통 장사가 안되어도 어느정도 매출이 나오는데.. 

아마도 눈이 많이 내려 손님들이 나오지 않는건가 싶었다

멍하니 벽 한 귀퉁이에 있는 티비를 보고 있을때 종이 울렸다

딸랑딸랑

"어서오세요." 

무의식적으로 '어서오세요'라는 말을 하고는 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얼굴이 붉은 예쁘장한 여자 한 명이 있었다

추워서인가? 술에 취한건가

비틀거리며 카운터를 스쳐간 그녀는 냉장고로 가더니 맥주 몇 캔을 집어들었다

그리고 마른 안주들 앞에서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꿀땅콩캔 하나를 집어들고는 카운터로 왔다

! !... 

" 8900원 입니다."

맥주 4캔에 꿀땅콩이라. 내가 좋아하는 조합이었다

페트병은 무겁고, 캔은 버리기도 먹다 남기기도 쉬우니까라는 생각으로 항상 캔맥주 두 개와 저렴한 꿀땅콩을 사들고가곤 했다

"카드로 해주세요"

!

카드를 긁고나니 그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레이스 달린 블라우스, 물빠진 청바지그리고 눈물로 지워진 눈화장

남자친구와 헤어진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서명을 대충 휘갈긴 그녀는 카드와 물건이 담긴 봉지를 받고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밖으로 나간 그녀는 눈이 쌓인 편의점 앞 의자를 툭툭 털어내더니 그 자리에 앉아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왠지 처량해보이는 모습이 나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왠지 동질감이 느껴진다고 할까? 지금 생각하니 왠지 그 동질감은 '우울함' 이 아니었을까싶다

손님도 없고, 늦은 저녁이라 티비에서도 재밌는 방송은 나오지않고, 그래서인지 내 눈은 자꾸 바깥 테이블의 그녀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벌써 맥주 두 캔을 마시고 세 캔째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슬퍼보이는 눈빛으로 휴대전화를 자꾸만 바라봤다

누군가와 헤어진걸까? 아니면 가족과 싸웠나

여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벌써 맥주 네 캔을 다 마신 그녀는 캔을 옆에 있는 분리수거 통에 넣고는 다시 편의점안으로 들어왔다.

내가 보고있던걸 들켰나?


  카운터를 스쳐지나가는 그녀에게서 차가운 민트향이 났다

나도 모르게 킁킁거린 나는 뒤늦게 부끄러움을 느끼며 티비로 눈을 돌렸다

잠시 후 그녀는 또다시 맥주 네 캔과 꿀땅콩을 들고왔다

또 밖에서 마시려는 건가? 라고 생각하며 9시 뉴스의 끝자락에 날씨 뉴스를 보는데 내일은 최저기온 영하 3도라는 내용이 나왔다

"8900원 입니다." 

계산을 마치고는 추위에 코끝이 빨갛게 된 그녀에게 카드를 받았다

그 순간 어찌 그런 생각이 떠올랐는지 카드를 긁고는 봉지에 맥주를 넣어주며 카운터 아래에 있던 커피를 집어 그녀에게 주었다

"밖이 춥더라구요. 아까 사둔 커피인데 따뜻해요. 손좀 녹이세요.

커피를 쥐어주고 그녀의 눈을 보자 아까보다 더 묽어진 눈가의 화장이 보였다

조금 놀란듯한 표정으로 그녀는 커피를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희미하게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교대시간에 보았던 여학생의 표정이 조금은 희미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맥주가 담긴 봉지를 들고 밖으로 나가자 시원한 민트향이 났다

그녀는 늦은 시간이어서인지, 아니면 내가 보여준 관심때문인지, 밖에서 더이상 맥주를 마시지않고 집으로 가버렸다

아니, 집으로 간것같다.


  그렇게 어찌어찌 지루한 11시간의 야간 아르바이트가 끝나고 교대자인 주인아주머니가 오셨다

정산을 하면서 '오늘은 알바비도 못건지것네' 를 연신 중얼거렸다

정산을 마치고는 맥주 한 캔을 들고 계산대로 갔다

주머니에 굴러다니던 천원짜리 몇장을 아주머니께 드리자 아주머니는 "돼았어, 배고플텐디 여기 날짜 얼마 안남은 김밥이라도 한줄 들고가

추우니 얼른 드가봐." 라고 말하시며 폐기가 얼마남지 않은 천원짜리 김밥 한줄을 손에 쥐어주셨다

김밥과 맥주한캔을 들고 밤사이 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녔는지 눈길이 나있는 인도를 따라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 조용히 문을 열고 방안에 들어갔다

작년 여름 복학준비를 하며 2년 계약을 했던 방이었다

전세로 얻은 방이라 부모님의 손을 벌리기는 했지만 나머지 관리비 등은 모두 직접 내는 방이었다

위치도 좋고 3층 꼭대기 층이라 위층에서 뛰는 소리도 없고,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투룸의 형태였다

한쪽엔 거실겸 주방이, 한쪽엔 문을 기점으로 침실과 욕실이 있었다

저렴한 이유는 집주인이 외국으로 이민을 가느라 얼른 내놓느라 그랬다고 했던가?

조용한 방안에 들어가자 어제 대충 구겨놓고 나온 이불이 보였다

그냥 누워서 잘까? 하고 잠시 생각했다가 손에 들린 맥주와 김밥이 생각나 일단 자리에 앉았다

앉은채로 주방 싱크대 옆에 놓여진 젓가락을 집어들고는 아까 들고온 김밥을 비닐봉지 위에 올려두고는 맥주를 땄다

! 솨아아

시원한 소리와 함께 하얀 맥주거품이 올라온다

오면서 조금 흔들렸나 생각하며 슬쩍 거품을 마신다

시원한 느낌. 씁쓸한 끝맛에 김밥을 하나 집어든다

손으로 먹어도 좋지만 왠지 모를 불쾌감에 항상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는다


  항상 야간 편의점 일을 하다보니 일이 끝나고 맥주 한 캔을 마시고 잠드는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김밥과 맥주를 다 먹고는 대충 쓰레기통에 구겨넣고는 방안에 있는 이불로 파고든다

보일러가 외출로 되있어서일까, 조금은 찬 기운이 돌지만 두터운 이불덕에 조금은 시원하다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1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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