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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사촌언니에게 들은 이야기.
게시물ID : panic_780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파워레즈
추천 : 6
조회수 : 256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3/03 23:27:36
할아버지가 살아 계실 때, 사촌언니가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 꼬마였을 때 일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종종 맏손녀인 사촌언니를 데리고 산을 다니셨습니다.
할아버지가 산 타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 등산로가 아니라 할아버지만 아시는 좁은 길로 다녔대요.

그런데 그 여러 길들 중 하나 특별히 기억남는 길이 있다고 해요.
다른 건 기억이 안 나지만, 어느 작은 시멘트 건물 앞을 지날 때쯤 화장실이 가고 싶다고 말하면 할머니 

할아버지가 곧 화장실에 데려다 주셨다고 합니다. 아마 공용 화장실 올라가기 얼마 전에 건물이 있었던 

거겠죠.

그 건물은, 건물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작은 직육면체 시멘트 구조물이었습니다.
길 쪽에서는 구조물의 두 면만 보였는데, 한 면은 통짜로 시멘트 벽이었고, 한 면은 온통 창살이었다고 합

니다.
언니가 그 구조물을 기억하는 건 구조물 안에서 보였던 무서운 형상 때문이었습니다.
무서운 것을 보자마자 눈을 꾹 감고 걸어갔기 때문에 자세히 본 적은 한번도 없지만, 살아 있는 형상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사람이거나, 사람 비슷한 것이었다고 해요.
그것도 그 앞을 지나칠 때마다 조금씩 모습이 달랐다고 합니다.
무엇인지도 모르면서도 뭔가 무서운 것이라는 직감만은 확실히 들었다고 해요.

막상 보면 무서워서 못 쳐다보면서도, 그쪽을 보지 않고 그 앞을 지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신경쓰여서인지, 호기심 때문인지, 쳐다보지 않고 지나가려고 아무리 굳게 마음먹어도 결국 한번은 그 구

조물 안에 있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다고 해요.

여기까지 듣고 저와 사촌오빠는 "에이~" 했습니다.
누가 살았나 보지, 관리인이라도 드나들었나 보지, 아무튼 그냥 사람이었겠지~ 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언니의 이야기가 이어지자 우리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언니는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쩌다 할머니와 둘이 다시 그 산길을 가게 되었습니

다.
당연히 어릴 때 무서워했던 그 구조물도 다시 지나치게 되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 다시 보니 아무 느낌도 안 드는 너무 평범한 구조물이더래요. 그냥 텅 빈 구조물.
언니는 이런 걸 무서워했었다니 어이없어하면서 한번 그 구조물을 한 바퀴 돌아 보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구조물에는 문이 없었습니다.

언니의 가는 팔이 겨우 드나들 만한 간격으로 창살이 쳐진 한 면을 빼고, 나머지 세 면은 바늘구멍 하나 

없는 시멘트 벽이었습니다.


저와 사촌오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있다가, 한참 후에야 말했습니다. 
"그냥 귀신이었겠지~" 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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