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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추억하며
게시물ID : freeboard_8053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저너머
추천 : 2
조회수 : 1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05 09:14:25
안녕하세요.
오유한지는 좀 되었으나 가입도 한참만에 했고
자주 댓글달기 시작한지는 더 얼마 안된 오유인입니다.
ㅡ하지만 안생겨요랑은 거리가 먼 부부 ㅡ 

어제는 할머니 기일이었습니다. 어릴때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엄마가 키우기로 합의하고 데려간 나를 외갓집  앞에 여관 빌려놓고 애내놔라해서 데려온 접니다.
그렇게 딱 20년을 저를 키우시고는 1년 치매와 낙상으로 병상에 계시다가 어느해 정월대보름날 저녁에 하늘로 가셨어요.
뭐 다들 가족의 죽음에 대해서는 비슷한 경험이있을테니까. 슬펐던 기억은 잠시 접겠습니다.

어제 기일을 기념하는 상을 차리고 잠깐 남푠느님과 할머니에 대한 재미있는 추억을 이야기한 내용 이에요.
 
고모 즉 할머니 딸이 약국을 해요. 
어느날 급하게 뜨건 물에 데인 어린 딸을 안고 뛰어 들어온 여자에게 고모가 언능 화상관련 연고와 여러가지를 내놓습니다. 그때 옆에 앉아 계시던 할머니가 

 ㅡ 데인 손을 소주에 담가라 그라믄 금방 나아. 퍼뜩 소주 사러 안가고 뭐하노ㅡ 

그여자는 빨리 약국을 나갑니다. 
ㅡ내가 엄마 때문에 못살겠다. 마! 
고모는 할머니한테 왜 그런말을 하면 안되는지에 대해 한참을 설명합니다.

어느날, 칼에 손을 벤 남자가 왔지요. 고모가 언능 치료에 필요한 것들을 약국 진열대에 올리는 순간, 
역시 우리 할머니는 기다렸다는듯이
ㅡ집에 된장있나? 
ㅡ네? 
ㅡ그거 된장 이빠이 붙여놔라 그라믄 금방 낫는데이
ㅡ네에? 
 그렇지만 그 남자는 고개룽 갸우뚱하며 고모가 내어준 치료할 것들과 연고를 사서 나갑니다. 
다시 고모는 못살겠다며 할머니께 잔소리를 한참 합니다. 

어느날, 생리가 불순이라는 여자가 찾아옵니다. 
고모랑 한참 상담을 하고 있던 중에 끼어드는 역시 우리 할매. ㅋㅋ
ㅡ아 그거는 내가 어서(어디서) 들었는데 00한의원이 그래 잘 짓는단다. 거기 가보레이. 그게 어디있는거냐믄은 서면에 00극장 뒤에 00철학관알제? 모르나? ㅡ
로 시작해서 한참 그 한의원을 설명한다음 어서 가라고 재촉까지 해줍니다.
여자는 정보 감사하다고 인사까지하고는 고모한테는 한약 먹어보고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며 나갑니다.
고모는 다시 내가 엄마때문에 못살겠다며 난리난리.

할머니 살아계시는동안 고모가 30년정도 약국을 하셨으니 얼마나 많은 약국안에서의 에피소드들이 우리 가족에게 있는지 몰라요.  
할머니 돌아가시고 20년을 더 약국을 하신 고모.
지금은 80이시네요. 

아...다들 글 끝에 어떻게 마쳐야할지 라는 글을 많이 보면서 '왜 그걸 못 끝내' 했는데 ㅡㅡ;;; 
어떻게 끝내죠?  
  
여러분 무병장수하세요   _(__)_ 
 

사진은 이곳이 외국이라 매우 간단하게 차린 기일상입니다. 제사상이라고 말 못하겠어요.
전에 요리게에도 말했지만 저는 유교방식 그대로 지내는 것은 아니에요. 기억한다를 중요하게 생각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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