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 "외국에도 없는 사례···기네스북 오를 일"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공학자가 멀쩡한 정신을 가지고 상상하기 힘든 일이 일어났습니다. 테러 수준입니다."
31일 광주 동구 금남로 YMCA에서 만난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동국대 원자력·에너지시스템공학과 겸임교수)은 한빛원전 4호기 콘크리트 방호벽에 구멍이 뚫린 사태에 대해 "외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사례다. 기네스북에 오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앞선 27일 한빛 4호기 방호벽에서 콘크리트 미채움부(공극)로 인한 배면부식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방사능 누출 사고를 막는 마지막 차단벽인 콘크리트 방호벽의 두께는 120㎝로, 상단부 내부에 길이 18.7㎝, 직경 1~21㎝ 크기의 구멍이 생긴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벽체 CLP 최상단 구간에서 두께 기준 미달 부위 120개가 발견됐다.
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은 이유는 시공과정에서 다짐작업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대해 한 소장은 "격납건물 철판 부식이 발생한 영광 한빛원전 1·2호기를, 지난 4월 원안위가 명확한 원인 규명도 없이 재가동을 승인한 뒤 콘크리트에 어느 정도 구멍이 생겼을 거라고 추정은 했다"며 "하지만 이 정도 크기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더 이상 (최악이)없는 상황"이라며 "콘크리트 부실시공 뿐만 아니라 가동 중인 핵발전소 안전관리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영광 한빛원전 1~4호기는 21년에서 31년 동안 가동 중인 핵발전소로, 10년에 한 번식 진행된 콘크리트 방호벽의 안전검사가 형식적이고 부실했다는 것이다.
한 소장은 "상부 콘크리트의 공극은 명백한 부실시공"이라며 "최근 원전 부품과 품질 비리 사건의 대책으로 전면적인 점검이 있었으나 원전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 진단과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빛원전 3·5·6호기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도 보였다.
한 소장은 "어느 회사 펌프를 썼는지 정도만 다를 뿐이기 때문에 한빛원전 3·5·6호기와 4호기는 동일한 선상에서 봐야 한다"며 "같은 오류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 격납건물 철판과 콘크리트 방호벽은 원전 사고 시 방사성 물질을 격리하는 최후 보루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안전성 확보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종합 누설률 시험방법, 검사 주기와 방법 등을 바꾸는 방법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건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원인 규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소장은 또 "원인 분석을 위해 부실 시공, 설계, 환경의 영향, 노후화 결과, 재료의 결함이나 불량 등의 원인을 포함해 폭넓은 기술 근거에 대한 검토와 조사, 분석이 있어야 한다"며 "원인 규명을 하지 못하면 재가동 승인을 보류하고, 지난 20여년간 규제의 공백상태에서 방치된 격납 건물과 구조물에 대한 긴급 안전성 진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하지 못한 영광 한빛원전의 가동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