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PD수첩' 작가 "심상정·표창원 인터뷰 삭제 지시받아"
게시물ID : sisa_9731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핑거포스
추천 : 5
조회수 : 104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7/08/03 12:52:38
이명박 정권 전에는 <피디수첩>에서 지금처럼 비합리적인 이유로 아이템을 거부당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방송(MBC) 사옥에서 만난 이아미 작가의 말이다. 이 작가는 피디수첩팀과 12년가량 함께 일한 최고참급 메인 작가다. 피디수첩팀에는 프리랜서 작가 12명이 메인·취재 작가로 일하고 있다. 이들 작가진 12명은 이날 피디수첩 피디 10명의 제작거부를 지지하는 기명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작가들이 겪은 ‘비정상’ 피디수첩의 실태를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제작자율성 침해 사례들도 함께 폭로했다.

폭로 사례를 보면, 시사제작국 간부진은 △2015년 5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왜 외면당했나’편에서 심상정 의원 인터뷰 부분 △2015년 3월 ‘공소시효,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편에서 표창원 소장(현 의원) 인터뷰 부분 △2015년 8월 ‘선생님! 저를 만지지 마세요’ 편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관계자 인터뷰 부분을 삭제 지시했다. 지난해 6월 한 간부는 ‘박유천 성폭행 의혹 논란’ 편에 등장한 시민단체 활동가에 대해 ‘평소 문화방송을 공격하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불쾌감’을 드러냈으며, 또 다른 간부는 올해 6월 ‘지엠오(GMO), 그리고 거짓말’ 편을 보다가 옷에 세월호 리본을 붙인 시민을 보고 “저 사람은 일반 시민이 아니지?”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모두 해당 이슈와 관련해 취재가 필요한 인물이었지만, 간부진은 개의치 않았다. ‘블랙리스트’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한 과거 시사제작국의 한 간부는 <한겨레> 질의에 “대꾸할 가치가 없는 주장”이라고 답했고, 또 다른 간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답했다.

앞서 피디들은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이 피디들의 민주노총 조합원 신분을 근거로 노동 관련 아이템 취재를 불허하자 지난달 21일부터 제작을 거부하고 있다
작가진의 지지 선언이 피디들의 제작 거부보다 ‘늦은’ 이유는 간부진이 노동 아이템 제작 불허 입장을 철회하는 즉시 프로그램을 제작할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진은 피디들이 제작 거부를 시작한 뒤에도 조연출 등 다른 스태프들과 함께 이전처럼 출근하고 업무를 봤다. 작가진의 신분이 정규직 피디들보다 불안정한 탓도 있다. 회사 쪽은 2012년 파업 뒤 피디수첩 작가진 6명을 전원 해고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언제라도 다시 제작에 들어갈 수 있도록 대기하고 있었는데, 문득 다시 제작에 들어가더라도 지난 5년 동안의 모습으로 돌아간다면 재개의 의미가 없다는 데 작가들이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제는 나서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를 묻자, 이 작가는 지난달 30일 종영한 드라마 <비밀의 숲>(tvN) 이야기를 꺼내며 웃었다. “작가들이 각자 집에서 드라마 마지막회를 ‘본방사수’하고서는, 월요일에 모여서 다 같이 ‘이창준’(유재명) 검사의 유언장 얘기를 꺼냈어요.” 고위 공직자와 재벌 간의 정경유착을 파헤친 드라마에서, 이창준 검사는 유언장에 “더 이상 침묵해선 안 된다. 기다리고 침묵하면 온 사방이 곧 지저분해진다. 이제 입을 열어 말하고 손을 들어 가리키고 장막을 치워 비밀을 공개해야 한다. 이게 시작이길 바란다”고 썼다.

이 작가는 2012년 출산 뒤 휴식을 취하느라 피디수첩 작가진의 단체해고를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피디수첩에 돌아와 2014년 이영백 피디와 함께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부실인수 의혹을 다룬 ‘구멍 난 해외자원개발, 사라진 나랏돈 2조원’ 편을 만든 다음, 이 피디가 비제작 부서로 부당 전보돼 스케이트장 홍보 및 관리 업무를 맡는 것을 목격해야 했다. 이 작가는 “간부진을 설득해서 겨우겨우 방송했더니, 담당 피디가 팀 바깥으로 밀려나는 걸 본 뒤에는 아이템 자기검열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작가는 “2002년 피디수첩팀과 일을 시작했고, 당시에도 일선 제작진과 간부진의 갈등은 있었다. 하지만 갈등의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아이템 선택에 있어 무엇보다 “피디들의 자율성을 존중”했고, 갈등이 있더라도 방송 전 간부진과 시사를 할 때 프로그램의 질이나 만듦새를 두고 “건강한 토론”을 벌이는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이 작가는 “지금은 해고된 최승호 피디가 팀장일 때도 시사를 보고 불같이 화를 내거나 깐깐하게 지적하거나 했지만, 서로 긴장하고 더 잘 되자는 취지였다. 당시에는 국장과 팀장 등 간부진의 역할이 외압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 같았다”고 덧붙였다.

피디수첩은 2주째 결방됐다. 회사 쪽은 이영백 피디에게 대기발령 2달을 통보하는 등 징계 조치를 예고해, 결방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크다. 이 작가는 “지난해 시민들이 촛불을 든 이유는 정치적 편향성 때문이 아니라,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다. 제작 중단을 지지하는 작가들 역시, 살아있는 어떤 권력과도 단호하게 맞서는 피디수첩으로 정상화할 수 있을 때까지 힘을 모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http://v.media.daum.net/v/20170803105609237?rcmd=rn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