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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브금/스압] 국토를 달리는 소년 - 1일
게시물ID : bicycle2_3080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조자륭
추천 : 10
조회수 : 104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5/03/07 02:19:49
국토를 달리는 소년 prologue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1028459&s_no=1028459&kind=member&page=1&member_kind=humorbest&mn=608595


BGM정보 : 브금저장소 - http://bgmstore.net/view/WidYN




다섯시반쯤 기상했다. 추웠다. 기모패딩과 긴바지를 입었다. 장갑을 꼈지만 손이 시렸다. 마스크를 꼈지만 얼굴이 추웠다. 어제밤 갔던 순대국밥집을 찾지 못했다. 어쩔수 없이 그냥 출발했다. 시작지점인 '서해 아라갑문' 을 찾아. 표지판도 낯설었고 자전거 도로도 낯설었고, 캄캄한 새벽도 낯설었다. 가로등이 없는 곳에선 좀비라도 나올 듯 어둠이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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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함이 조금 잦아들때쯤, 서해 아라갑문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인증센터는 빨간 전화부스처럼 생겼다. 출발지에 도착했다는 설렘에 부풀었다. 해리포터가 처음 플루가루로 벽난로 순간이동을 할 때 이런 기분이었을 것 같았다. 살며시 문을열고 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인증수첩이 없었다. 

벽에 붙은 안내를 읽어보니 수첩은 옆에 있는 건물에서 구입할 수 있었다. 아홉시부터. 지금은 일곱시. 

어쩔 수 없었다. 근처에 영동 고속도로휴게소가 있었다. 여기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했다.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오픈은 여덟시. 

화장실 변기에 앉아 한시간을 떨었다. 

IMG_20150218_071215.jpg 영동 고속도로휴게소 랜드마크

IMG_20150218_075153.jpg 뀨



IMG_20150218_080328.jpg 사진찍는 사람을 또 찍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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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을 기다려 가게에 들어갔다. 무슨해장국을 주문했다. 고기도 없고 맛도 없었다. 가격은 비쌌다. 순대국밥집을 못찾은게 너무나 슬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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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시에 수첩을 샀다.

이제 진짜로 출발하려는 찰나, 인증부스 옆 공기펌프가 보였다. 한시간동안 나무를 하려면 사십분동안 도끼를 갈아야하는 법이다. 바람을 넣으려하는데 바람이 빠지기만하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타이어는 갈수록 말랑해지고 있었고, 나는 멘탈이 말랑해지고 있었다. 검색을 했더니, 타이어 바람넣는 방식에도 여러가지가 있었다. 내 자전거는 프레스타 방식이었고, 어댑터가 없으면 바람을 넣을 수 없었다.

이십분동안 앉아서 낑낑대는데, 어떤 아저씨 한분이 다가오셨다. 고급진 라이더복에 고급진 자전거를 끌고서. 무슨 문제있냐고 물어보셔서 바람이 안들어간다고 했다. 그러자 휴대용 펌프를 꺼내서 순식간에 바람을 넣어주셨다. 감사합니다를 열번도 더했다.

진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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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계속 달렸다. 김포, 양화대교, 63빌딩, 국회의사당도 지났다. 잠실을 지나 팔당대교로 가야했다. 오늘 못해도 150km는 달릴 예정이었다. 

잠실경기장을 지나 한시간쯤 달렸는데 과천 표지판이 보였다. 지도를 확인하니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짜증이 확 솟았다.

한숨을 쉬고 왔던 길을 돌아갔다. 두시간을 손해보고 광나루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IMG_20150218_143316.jpg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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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센터간의 거리가 생각보다 멀었다. km에 관한 개념도 없었고, 자전거 속도에 관한 개념도 없었다. 

팔당대교까지는 꽤 멀었다.

팔당대교를 건너 저녁을 먹었다. 배가 고프지는 않았지만 왠지 꼭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초계국수... the lov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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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20150218_170227.jpg 댐, 터널, 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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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립미술관 인증센터에 올때까지 길이 너무 예뻤다. 댐, 터널, 다리, 기찻길, 시골길이 잘 어울렸다.  

그런데 점점 힘이 들었다. 초점이 흐려졌다. 자꾸 시야가 두개로 보였다. 쉬는시간도 점점 늘어났고, 눈도 조금씩 날리기 시작했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생각해둔 숙소는 없었다. 네이버지도로 찜질방을 검색하면서 달렸다. 

일단은 이포보까지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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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과 달리 길이 좋았다. 저녁인지도 잊을 만큼, 길을 따라 늘어선 가로등이 우아하게 밝았다. 야경이 너무 예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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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방 끝났다. 

가로등길이 끝나고 난 어둠 앞에 섰다. 말그대로 눈앞이 캄캄했다. 이제야 자전거의 라이트를 켰다. 이포보까지 적어도 40분은 남았고, 어디까지 어둠일지 알 수 없었다. 크게 숨을 쉬고 페달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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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너무 무서웠다. 정말 진짜 무서웠다. 길은 끝도 없이 어두웠다. 이어폰 한쪽이 갑자기 들리지 않았고, 바람소리가 음산하게 느껴졌다. 목을 타고 소름이 계속 따라왔다. 지도를 아무리 봐도 계속해서 시골길이었다. 표지판도 잘 보이지 않았다. 

가파른 오르막이 나왔다. 자전거를 끌고 올라갔다. 눈때문에 발이 계속 미끄러졌다. 왼쪽 비닐하우스에선 희미한 불빛이 기분나쁘게 새어나왔고, 오른쪽 산장 앞에 세워진 차는 빨간 눈을 계속 깜빡이고 있었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 가 생각났다. 119에 전화할까 수십번 고민했다. 

겨우 오르막길을 넘어 내리막길이 나왔지만, 아스팔트길엔 서리가 껴있었고 미끄러웠다. 브레이크를 꽉잡고 내려갔다. 

가로등은 듬성듬성 있었고, 무덤도 띄엄띄엄 보였다. 그렇게 꽤 오래 달리자 빛이 보였다. 드디어 어둠에서 탈출했다. 수명이 짧아진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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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빠져나온 어둠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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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을 빠져나오자,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는 이포보가 보였다. 긴장이 풀렸다. 울뻔했다. 아홉시가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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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를 건너 여주보까지 가는걸 생각하고 페달을 밟았다. 가도가도 길을 못찾았다. 숙소도 없었다. 그렇게 한시간을 헤매다가 다리로 돌아왔다.

다시 다리를 건너자 눈앞에 여주보로 가는 이정표와 편의점 등이 있었다. 애초에 다리를 건널 필요가 없었다. 

근처 허름한 모텔에 방을 잡았다. 열시가 넘었다. 무릎이 아팠다. 뿌리는 파스를 사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4시에 알람을 맞췄다. 피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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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오늘 못간 거리만큼 더 가야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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