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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보고싶어요
게시물ID : freeboard_8055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학생주임
추천 : 2
조회수 : 23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07 02:4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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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때부터 13년을 키웠어요. 강아지 기르고 싶다고
엄마아빠한테 조르고 졸라도 안된다고 하셨는데
마침 삼촌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삼촌이 기르던 강아지를 데리고 왔어요. 
경북에서 수원까지 왕복 여덟시간을 눈 펄펄 날리는 크리스마스에 데리고 왔어요.
그래서 이름도 크리스라고 지었어요. 
초등학교 땐 맨날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학교 끝나면 집으로 달려와서 하루종일 크리스 보는게 낙이었어요. 
중학교 때부터 입시 학원 다니고 친구들이랑 놀러 다니느라 바빠서 
크리스한테 신경을 안 쓰기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까지도 야자니 뭐니해서 집오면 잠자기 바빠서 여전히 소홀했고요. 
그래도 여전히 고민도 들어주고, 내가 우울한 일이 있다고하면 위로해주고, 
크리스가 있어서 좋았어요.
그러다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타지역에서 있다가 집에 내려오면 항상 크리스랑 지냈어요. 
내 팔뚝만한 조그만 털뭉치가 너무 따뜻했어요. 
심장도 콩콩 뛰고있고, 
잠 잘때면 아빠보다 더 크게 코를 골기도 하고. 
그냥 너무 신비롭고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나이가 들어 움직임이 조금 줄었고 잠이 늘긴 했지만 
피부병이 있어서 음식을 가려야 했지만  
크리스는 여전히 건강했어요. 
짖기도 잘 짖었고, 따각따각 마룻바닥을 잘 걸어다녔고, 
여전히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어요.
그러다가 12월에 이사를 하게 됐어요. 
쓰던 가구들도 그대로 옮겨갔고 대학을 졸업하고 저는 아예 고향으로 내려왔고요. 
다 괜찮을 줄 알았어요. 
새 집에 가면 뒷산에 같이 산책도 다니고 영원히 함께 있을 줄 알았어요. 
이사한 날부터 크리스는 화장실도 안 가고 밥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셨어요. 
스트레스 때문인가 싶어서 피부병때문에 먹이면 안되는데 
그래도 제일 좋아했던 통조림을 사줘도 안 먹고, 
아무리 화장실에 데려다줘도 볼 일도 안 보고, 
자꾸 힘 없이 고꾸라지기도 했어요. 
그 좋아하는 산책하자고 밖에 가도 걷질 않았어요. 
그렇게 이틀 지나고 밤이었어요. 
여전히 밥도 물도 먹을 생각을 안했어요. 
날이 밝으면 꼭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크리스는 엄마랑 자러 들어갔었는데 
엄마가 크리스가 좀 이상한거 같다고 저보고 데려가보라는거에요. 
안고 거실에 나왔어요. 
바닥에 내려 놓으니 다리에 힘을 못주고 자꾸 넘어졌어요. 
왜 그러냐고 내일 병원가자고 물이라도 조금만 먹어보라고 
물통 앞에 데려다 놓으려고 안았는데요. 
갑자기 깽 하더니 몸에 힘이 빠지는거에요. 무슨 일인지 어리둥절 하더라고요. 
안마를 해주려고 했는데 숨을 안 쉬어요. 몸을 안 움직이더라고요. 
진짜... 무슨 상황인지 감도안 잡히고 그냥 필사적으로 몸도 주물러보고 
크리스가 제일싫어하는 혓바닥 만지기도 했는데 반응이 없어요. 
그 날 밤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 조그만몸이 차갑게 굳는데, 
정말 상상도 해본적 없는 일이라 아........ 
다음날 오전에 외갓집에 가서 묻어주고 왔어요. 
근데 차마 품에서 못 놓겠더라고요. 
겨우 묻어주고 왔는데. 
근데 그 날 출근해서 일도 잘 하고 왔구요,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아서 괜찮은 줄 알았어요.
 근데, 아닌가봐요. 너무 많은 곳에 흔적이 있어요. 
그 조그만 몸으로 어떻게 이렇게 많은 흔적을 남기고 갔는지. 
사진 앨범을 볼 때마다 그냥 멍하니 있을 때도자꾸 생각이나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더 예뻐해줄걸. 
잘못해도 혼내지 말걸. 
의사선생님이 안된다고 해도 좋아하는 음식 좀 많이 먹게 해줄걸. 
산책도 많이 시켜줄걸. 너무 못해준게 많더라고요. 
이런 주인이 뭐가 좋다고 맨날 꼬리흔들어가면서 반겨줬는지 
그냥 너무 많이 후회되고 보고싶고, 모르겠어요. 
나는 나중에 유기견들 입양해서 행복하게 살거야 하고 생각했는데, 
이런 헤어짐을 다시 경험할 자신이 없어요. 
그냥 자꾸 생각이나요. 아직 크리스 무덤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요. 
엄마는 생각도 안나냐고 매정하다고 하는데, 
아직은 그 앞에 갈 용기가 안 나네요. 그냥... 
너무 보고싶어요. 아직도 크리스 체온이나 쓰다듬을 때 촉감이 선명해요.
한 번씩 코고는 소리도 들리는 거 같아요. 
집 들어오면서 나도 모르게 반겨줄 크리스 생각에 
활짝 문 열었다가 실망하기도 여러번이었어요. 
오늘은 유난히 그냥 보고싶어요. 
친구들한테 얘기하기도 그렇고 그냥 한 번 써봤어요.
너무 우울했는데 좀 풀리는 것 같네요. 
좋은 꿈 꾸세요, 오유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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