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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 92 학번 형님들의 글을 보고 적어보는 94학번의 1학년 시절
게시물ID : freeboard_8055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로지로또뿐
추천 : 2
조회수 : 102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07 17:07:16
안녕하세요...
얼마전에 위 형님들의 대학생활의 글을 읽다가, 은근 포근한 봄날씨에 가슴이 설래서 저도 써봅니다.
 
저는 94년도에 "잡대"에 입학했습니다.
 
저때부터 수능으로 바뀌면서 시험을 두번보고, 최대 네군대를 지원했었습니다.
 
상위 일정%이내의 학생들은 정시모집전에 어딘가 한번더 지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지원한데가 인제대 보건행정(탈락), 잡대 경영(합격), 호서대 경영(광탈), 강릉대 경영(합격)을 했었습니다.
 
그때 말도 많았습니다. 각종 괴담이 쏟어졌죠
 
아버지의 권유대로 한양대 전자공학을 썻으면 붙었을 거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니...
 
세종대 200:1, 호서대 90:1 이었나?, 반에서 하위권아이가 어차피 떨어질거 지원이라도 하자고 이대를 썻다가 미달로 덜컥붙었다는 괴담등등
 
학교에서는 그래도 국립을 가라고 했지만, 캠퍼스가 예뻣던 잡대를 선택해서 갔습니다. 지금생각해도 잘 한 것 같아요 TV에서 드라마 찍었을 정도..
 
입구에 들어서면 수십년된 플라타너스가 양쪽으로 100미터정도 늘어서서 장관을 이루었고, 산자락에 위치한 학교는 어딜가도 공기가 좋았고 햇볕이 따뜻했습니다.
 
제가 다니는 경상대는 학교 제일 윗쪽 한적한 곳에 자리해서 저녁이 되면 아름다운 도시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와서 좋았으며, 법대의 잔디밭,
인문대 건너편의 호수가 잔디밭은 낮에는 커피숍을 대신하고, 밤에는 술집의 테이블과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아늑한 곳이었습니다.
 
처음으로 학교를 가는날... 전공책을 파일에 끼워서 들고다니는게 멋있게 보였던 시절, 경영학 원론과 상법책을 낑낑대며 들고다녀도 마냥 좋았더랬습니다.
 
우리과는 한학년이 무려 160명이었습니다. 그게 4개학년이면... 그냥 하나의 단과대 수준이었습니다. (전기 2, 후기 1, 야간1)
 
고3때 한창 유행하던 드라마의 영향으로 스터디그룹도 찾아들어가면서, 저와 선배들의 인연은 시작됩니다.
 
91, 92학번 형님들은 군대에 가고 없어서 군대가기 전에는 많이 만나지 못했고, 대신 89~90 아저씨들과 많이 지냈더랬습니다. 간혹 87도 있었음
 
저는 대학교 가기전, 84, 86의 사촌누나들 영향으로 대학교에 가면 선배들과 시국을 논하며 울분에 차올라 막걸리잔을 나누기는 개뿔...
 
군제대 이후 이미 변절해버린 88, 89, 90 형님들은 현실에 순응하며 교수님연구실에 들어가서 공부하는 범생이들뿐이었죠
 
그래도, 그 선배들. 스터디 친구들과 매일모여 나누는 술잔은, 고3때 갈망하던 자유여서인지, 대책없이 마셔대었고, 선배들은 악랄하게도 온갖 술자리와 안주를 사주며 우리를 피폐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도 다음날 7시 중앙도서관 로비에서 1학년 스터디는 칼같이 시작하며 과제점검까지 하는 독함도 맛보았죠
요즘 유행하는 그런, 2학년이 1학년 잡고 그런건 MT가서 맛보기 잠깐 한것이 다였어요
다만, 공부에 있어서만큼은 선배들이 학점관리를 들어와서 공부를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죠
더욱이 같이 놀아놓고도 선배들은 할것은 다 하니, 우러르지 않을 수 없었고, 교수님 연구실에서 일하는 선배들이 그야말로 신이었습니다.
 
강요하지 않아도 우리가 선배들을 신으로 임명하오니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는 지경이었지요...
 
그러면서 그 선배들 자취집 바닥, 이불, 신발에 오바이트하는 독실함까지...
 
 
MT를 처음 갔을때는, 10분정도의 맛보기 얼차려이후, 함께 얼싸앉게해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1학년을 같이 지낼 학우들임을 느끼게 해주었고
이어지는 술자리에서는, 군대가기전에 누릴것은 다 누려보면서도, 최소한의 해야할일은 하도록 정신교육을 시켜주는 그런 멋진 선배들이 많았더랬습니다.
 
그 덕분인지, 저도 군대다녀오고나서는, 학과 1등과 시험당일 새벽5까지 술마시고 시험치러가는 여유배틀을 뜨기도 했었고 (저는 과3등 ㅋㅋ) 나름 학교생활의 마무리는 잘 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회사에서 담배피다가 문득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대학교 신입생들은 MT를 가겠구나 생각이 들고, 나의 그때가 그리워서 글을 써봅니다.
 
 
그때 그 선배들은 지금 모두 잡대임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은행의 뉴욕지점, 본사, 또는 미국에서 교편을 잡고계시고
 
같은과는 아니지만, 하숙집에서 함께 어울렸던 형님과는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음...그러고보니... 그 형님은 89에 산디과였는데 그형님 과제 도와준다고 우드락깍고, 네거티브 필름 심부름다니고, 졸작 들어가는데 스케일이 맞니 안맞니..테이블이 니 키만하다니 이런 구박을 받으면서 산디과 공부도 은근 했었네요... 그래도 그 형님들도 앞서 말한 선배들과 별반 다를것 없이 모두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저가 학교다닐때는...3월에 곡소리내는 얘들은 체육과 1학년과 RT1년차 애들뿐이었는데...
아무래도 RT의 똥군기가 영향을 미쳐서 지금의 신입생들이 고생을 하지 않나 싶어요...
RT1년차들 보면, 새벽에 집합시켜서 굴리고 때리고 하더만... 지금 얘들 하는 것 보면 딱 그짝입니다.
 
 
가슴이 좀 아파요... 대학교... 그 풋풋함속에서 만끽해야할 대학교 1학년의 온갖 계절의 변화는 모두 새로울 그때...
쥐뿔 대단한 능력도 없는 미필들이 조금 일찍 태어났다는 이유로, 신입생을 때리고, 이러는게... 아무 의미없이 그러는게 가슴이 아픕니다.
 
 
아...어떻게 마무리를 하죠?   암튼... 1학년 여러분... 정말 술 많이 마시구... 전공과 이상이 안맞아서 고민도 해보시고, 울기도 해보시고
짝사랑에 가슴시려, 학교 운동장 한켠에서 소주한병 까면서 밤하늘의 별도 세어보시고, 벗꽂놀이도 가보시고, 비오면 막걸리도 마시고
여기저기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동아리활동도 멋있게 하시고, 도서관 자리잡는다고 새벽 6시부터 줄도서보시면서, 인생의 가장 화려하고 가장 빛나는 대학교 1학년 시절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모두모두 축하해요.... 그리고... 대학교가 아닌 다른 진로를 택해서 일찍 미래를 준비하는 청년들도 힘내세요...
별반 다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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