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포르노 추방 운동 벌일 겁니다" [중앙일보 2005-06-18 04:59] [중앙일보 왕희수.김춘식] 연기자 겸 연출가인 이영란(51.경희대 교수)씨는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했다. 버지니아 울프(영국의 작가) 원작의 1인극 '자기만의 방'이란 작품을 1992년 공연한 이후 그렇게 됐다고 했다. 그는 남성 중심의 세상에서 종속적 존재가 된 여성이 스스로 여성적 특성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99년부터는 페미니스트 잡지 이프(대표 엄을순)가 매년 열어온 '안티미스코리아' 행사의 연출자로 활약했다. "남성적 시각이 아니라 여성적 시각에서 본 미인을 뽑는다는 취지의 안티미스코리아 행사는 우리 사회의 미인 대회에 관한 인식을 많이 바꿔놓았다고 생각합니다. 미스코리아 TV 중계도 없어졌고…." 안티미스코리아의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판단한 이 교수 등 페미니스트들은 올해부터 이 행사를 열지 않기로 했다. 대신 '포르노'를 공격 타깃으로 설정했다. 18일 서강대 메리홀에서 열리는 '포르노 포르나'가 바로 안티미스코리아의 후속 페미니즘 행사다. 이 교수는 이 행사의 총연출을 맡았다. "포르노 포르나는 포르노를 우리 사회에서 추방하기 위한 반(反)성폭력운동입니다. 포르노의 대안으로서 우리가 제시하는 것이 '포르나'이고요." 이 교수는 포르노를 '남성의 욕구를 일방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 제작된 음란물'로 규정했다. 그는 포르노에선 양성(兩性)간에 이뤄지는 성행위를 여성에 대한 고려 없이 묘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남성들만의 은폐된 욕구를 폭력적으로 표현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포르노는 사회를 타락시키고 특히 청소년들에게 치명적인 해악을 끼친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행사는 남녀가 서로 배려하는 가운데,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성문화가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후 6시부터 약 네 시간 동안 진행될 이 행사는 성에 관한 단막극 공연, 영상물 상영, 무용, 패션쇼 등 30여 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짜여졌다. KBS '개그콘서트'의 개그우먼 강유미(22).안영미(22)씨와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김세아(23)씨 등도 별도의 코너를 맡아 출연한다. 장애인들의 성문제도 다룬다. 이 교수는 "지난 4월부터 출품 신청을 받아 의미있고 재미있는 프로그램들을 선정했다"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향후 새로운 성문화 모색을 위한 아이디어가 많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화여대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대에서 연극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올 초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출품한 단편영화 '세라진'으로 '비평가 특별언급'상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