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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초등교사입니다.
게시물ID : sisa_9735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ogetit
추천 : 42
조회수 : 2668회
댓글수 : 51개
등록시간 : 2017/08/05 09: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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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뉴스에 나온 단편적인 사실만 보고 후배들 어쩌나 혀를 찼다가 밑에 강원 경북 충북 전남 등 미달 자료 보고 한숨이 나오네요.
후배 여러분. 지방 학생들도 여러분의 제자입니다.
그 아이들도 좋은 선생님한테 제대로 된 교육받을 권리가 있어요.
물론 현직에 계신 많은 훌륭한 선배 교사분들이 많으시지만 신규교사는 또 신규교사만이 가질 수 있는 열정과 패기가 있습니다.
중견 교사는 중견 교사의 노련함대로 신규교사는 신규교사의
순수함대로 아이들이 다양한 연령 대의 선생님을 고루 겪어봐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특이하게 저는 4개 시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습니다.
경기 시골에서 기간제 1년. 경북의 공업도시에서 임용되어 1년. 충북 소도시에서 타시도 교환으로 발령되어 3년. 지금은 육아휴직 후 대구 공단지역에서 1년 파견 근무 중이네요.
후배님들. 실습 나가보셨나 모르겠습니다.
아마 교대 대부분이 광역시에 소재했기 때문에 시골은 물론
 중소도시라도 겪어보신 예비교사님들 없으실 겁니다.
그 아이들 교육의 혜택에서 정말 많이 소외되어 있습니다.
차라리 완전 시골 학교라면 국가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학생 수도 적어 선생님들이 그야말로 소수정예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지방 소도시의 아이들은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죠.
부모가 능력이 되어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킬 수 있는 숫자 자체가 얼마 안 됩니다.
아니 사교육은 커녕 아이들이 하원해도 오랫동안 퇴근하지 못해 지역아동센터라는 곳에 아이들을 맡겨 저녁까지 먹고 오게 하지요.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이 아이들은 살면서 접하는 가장 성공한 직업이 교사입니다.
그 도시에도 물론 병원이나 법무법인 이런 데는 있지만 그곳에 거주하는 의사나 변호사는 드물지요.
그 사람들 자식을 굳이 그런 동네에서 키울 필요는 없으니까요.
참고로 충북에 있을 때 저희 반 학부모 중 가장 번듯한 직업을 가진 분은 법무사였습니다. 
그 해 그 반 아이들 중 재적의 삼분의 일은 부모님이 무직이나 일용직으로서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이었지요.
이 아이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멘토가 없다는 점입니다.
부모님이 먹고 살기에 바쁘므로 아이들 공부는 커녕 병원 데려갈 시간조차 없어요.
보건실이 가장 바쁜 날이 월요일입니다.
구강검진 기간이 3달이나 주어지지만 가지 못해 해마다 담임교사와 함께 치과에 가야하는 아이들이 한 반에 5명씩은 꼭 발생합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누가 꿈을 이야기해주고 미래를 보여줄까요?
담임선생님이 아니면 없습니다.
산을 보고 가면 고개를 못 넘어도 달을 보고 가면 고개는 넘는다고 했습니다.
여러분은 대도시에서 교사 일을 하지 못해 안타까워 하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여러분처럼 똑똑한 담임선생님의 멘토가 그리고 희망의 메세지가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후배 여러분. 지방도 나쁘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보람은 물론 업무에 관련된 스트레스도 대도시에 비해 훨씬 적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순합니다.
아직도 아침 일찍 책상에 저희 집에서 농사지은 거에요라며 토마토 한 개를 손에 쥐어주던 3학년 남자 아이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네요.(김영란 법 시행 훨씬 전이었습니다. 진짜 순수한 의도였으니 질타는 말아주세요.^^)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었을텐데 어떤 모습일지 감히 상상이 안 됩니다.
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러나 솔직히 제가 지금 일하는 대구에 첫발령을 받았다면 아이들이 그때처럼 예뻤을 것 같지 않네요.
업무가 너무 과중하니까요.
여기 선생님들은 그런 분위기를 잘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깝지만요.
아무튼 후배 여러분.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갑자기 대도시 선발 정원이 줄어든 문제는 교육청의 안일한 수급대책도 문제지만 대도시에서만 근무하려는 후배님들과 일부 현직 교사들의 문제도 상당부분 있다고 보여지네요.
편의를 생각하는 것도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나의 희생으로 그보다 더 큰 이익을 아이들에게 가져다 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교사의 태도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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