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7시58분부터 8시54분까지 56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지난 7월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한 공조 방안 등을 논의했다.
통화는 당초 오전 8시부터 예정돼 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측에서 먼저 전화가 걸려와 “통화할 준비가 다 됐다”고 해 다소 일찍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화시간도 코리아 패싱 논란의 근거였던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간 지난달 31일 통화시간(50분)보다 더 길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통화는 한미동맹이 굳건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고, 대화 내용을 보면 NSC 회의 결과를 뒷받침하는 내용이기에 한미간 다양한 네트워크로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엉터리 영어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의 정치적 해악
언어는 특정한 사회 또는 공동체의 약속이자 규범이다. 대한민국의 공식 언어는 한글이다. 그런데 2017년 봄부터 한국사회의 분열과 정치권 내부의 대립을 부추기고 있는 정체불명의 용어가 있다.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바로 그것이다.
두 개의 영어 단어를 합성한 이 말은 미국, 영국의 그 어떤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다. 국립국어원이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코리아 패싱은 올라 있지 않다. 그래서 이 용어에 대한 해석은 중구난방이다. 미국, 남한, 북한의 3자 관계에서 남한이 배제당한다는 뜻이라는 주장도 있고, ‘남한 건너뛰기’ 또는 남한이 ‘왕따’를 당함을 가리킨다는 해석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주장이나 해석도 국어 또는 외교 분야 전문가들의 공적 검증을 통과한 적이 없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각광을 받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대 대선을 14일 앞둔 지난 4월25일, JTBC와 중앙일보가 공동주최한 대선후보 TV토론회였다. 생중계 방송 도중에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코리아 패싱이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하고 느닷없이 묻자 문재인 후보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문재인 후보가 코리아 패싱을 모르는건 당연하다.
‘코리아 패싱’은 ‘저팬 패싱(Japan passing)’의 아류라는 것이 통설이다.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라고 자랑하던 일본은 1990년대 중반 들어 심각한 경제위기와 국제적 위상 추락 때문에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어 있었다. 그런 마당에 1998년에 당시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일본을 건너뛰자 ‘저팬 패싱’이라는 자조적 한탄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 말은 ‘저팬 배싱(Japan bashing- 일본 주어패기)’, ‘저팬 나싱(Japan nothing-아무것도 아닌 일본)’ 같은 파생어들을 낳았다. 그런 비생산적 용어를 흉내 낸 코리아 패싱이 2017년의 한국사회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승민이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코리아 패싱의 뜻을 모른다는 문재인 후보를 힐난한 이튿날인 4월26일 전수진 중앙일보 기자는 뉴욕타임스와 파트너십을 맺은 코리아 중앙데일리에서 정치·사회뉴스를 맡고 있는 미국인 데이비드 볼로츠코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코리아 패싱’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모른다면서 “콩글리시(Konglish-한국식 엉터리 영어)가 틀림없다”고 대답했다.
한국의 보수 야당들과 보수언론이 남용하는 코리아 패싱은 생산적 효용은 전혀 없고 정치적 해악을 끼치는 말에 불과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