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어!
작년의 딱 이맘때 일이다.
일 때문에 나는 거의 해외에 있느라, 일본에는 가끔 돌아왔다.
그래서 반 년 만에 일본에 돌아왔어.
항구 바로 근처에 할머니와 큰아버지 부부 댁이 있어서 돌아오자마자 선물 가지고 찾아갔지.
평소처럼 "할매! 올 여름은 무진장 더웠는데 잘도 살아남았네 ㅋㅋ"라며 집에 들어갔어.
그랬는데 할머니가 답을 안 하시는 거야.
평소엔 '너야말로 죽은 줄 알았더니 ㅋㅋㅋ'라며 웃으시며 나오시는데.
대신 큰아버지가 나오셨어.
"할머니는 3월에 뇌경색으로..."라며 갑자기 말씀하시는 거야.
깜짝 놀라서 할아버지 불단이 있는 방에 갔더니, 할아버지 사진 옆에 할머니 사진이 있었어.
나 완전 목 놓고 엉엉 울었거든.
할머니를 그렇게나 좋아했는데 임종도 못 지켰다며.
그랬더니 갑자기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어.
"야, 내가 죽으면 웃겠다더니 뭐하는 거야! 웃어!"
라더라. 같이 있던 큰아버지, 큰어머니도 들으신 것 같아.
그때부터 나랑 큰아버지, 큰어머니 다 웃으면서 울었어.
울음 때문에 번져서 잘 안 보이는데 할머니 사진이 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