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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란 인간에 대해 얘기하고자 합니다.
게시물ID : gomin_974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들Ω
추천 : 2
조회수 : 599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0/11/24 00:58:04
제목이 좀 자극적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읽어봐주시길 바라는 맘에서 그랬으니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사연이 사연이다보니 좀 길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요약을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가정에서 드물지않게 있을 일이라 생각하니
많이 읽어주시고 이런저런 의견 부탁드립니다. 

오유 4~5년차, 하루에 적어도 2~3번 들어오는 오유인입니다.
처음으로 글을 쓰는데 그것이 이런 글이 될줄은 몰랐네요...
(그동안은 간간히 댓글만 달았습니다.)

저는 올해 27살 서울에 사는 대학원생입니다.
전 경남 출신이고, 외동아들입니다.

제 아버지란 사람은 지방 공무원이고, 급수는 현재 5급입니다.
직장이나 동호회에선 능력있고 인상좋고, 사람좋은 이미지만 가지고 있더군요
(실제로 인상은 좋게 생겼습니다.)

하지만...
제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바람을 피기 시작해서
그때부터 어머니를 손찌검하기 시작하고
술먹고 들어오면 공포분위기 조성하고...
어머니는 저를 데리고 집을 나가셨다가
제 앞길을 생각해서 다시 들어오시곤 했습니다.

그리곤 5학년때, 또 새로운 여자와 바람을 피었습니다.
이건 중학교 2학년때까지 이어졌고,
그래도 어머니는 참으셨습니다.
계속 맞으시고, 각종 폭언에 시달렸지만
저 하나 보고 참으셨습니다.

중학교 3학년 시절 어느날은 또 아버지가 술을 먹곤 어머니를 때리시길래
저도 이제 컸다고 쇠파이프를 들고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덤볐지만
그 역시 어머니가 막으시고 해서 지나갔습니다.
16세, 한창 반항하기 쉬운 나이에 아버지를 생각하면
수십번도 탈선의 길을 걷고 싶었지만
어머니를 생각해서 꾹 참았고,
고등학교 가서는 아버지같은 인생을 살진 않겠다고 다짐하며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서울로 대학을 오게 되었습니다.

제가 대학교에 들어가고 이제 덩치도 아버지보다 크고 하니
가끔씩 집에 가면 아버지가 예전과는 달리 정신 좀 차리고 어머니께 잘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직도 완전히 반성은 하지 않고 있었지만
그래도 예전보단 많이 나아진것 같아 그냥 그러러니 하고 살았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새벽...
논문때문에 밤새고 있던 제게 어머니로부터 한통의 문자가 왔습니다.
"아들, 결혼 좀 미루면 안되겠니? 엄마 한동안 멀리 떠나고싶다."
(내년 봄, 저는 1년 정도 연애하던 착한 여자친구와 결혼을 약속했고,
이미 날짜도 잡은 상태입니다.)

먼가 이상해서 바로 전화를 했고, 어머니는 펑펑 우시기만 했습니다.
사연인즉,
제가 대학을 들어와서 군복무도 하고 대학원까지 있는 지금까지
아버지는 달라진것이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대학교 1학년때도 사소한걸로 트집잡아 때리고
본인은 맨날 술집다니며 여자 만나고 해도
의처증까지 있어서 어머니는 지금 친구도 한 분 없으십니다.

단지 가끔씩 제가 집에 갈때는 그래도 다 큰 아들이 좀 무섭긴 했는지
어머니께 잘 하는 척만 하고 제가 다시 집에 없으면
예전과 별반 다를 것 없이 폭행, 폭언 등등
그리고 몇 년 전부터 또 어떤 여자와 바람을 피고 있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이 모든 사실을 제 공부에 방해나 되진 않을까? 하는 마음에
싫은 기색없이 지내시다 어제는
아버지란 인간이 그 바람피는 여자가 직장에 신고할거라고 돈을 요구하니 
그 돈 마련해서 그 여자를 만나서 돈을 주라고 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현재 수술후 병원에 입원해 있습니다.)
그 말에 어머니도 도저히 못견디셨는지 저에게 전화를 한 겁니다.

이게 인간입니까?
사람입니까?

당장이라도 내려가서 수술이고 머고 다엎고 
아버지란 인간을 고소하고 싶었지만
그 와중에도 어머니는 
"내년에 결혼할 애가 그러면 안된다. 
그건 네 아내될 사람에게도 예의가 아니지 않느냐.
일단 내년 봄까지만 더 참아 볼테니 넌 모른채 해라."

아버지는 돈이란 돈은 다 여자만나는데 써서
제가 직접 모으지 않으면 안되겠단 생각에 대학시절부터 과외도 많이 하고
가계부도 쓰고 사소한 것 모두 아끼며 절약해서 현재 결혼자금 정도는 모았었는데.
실제로 현재 집엔 돈도 없고 빚만 얼마 있다고 합니다. 
(1억도 안되는 허름한 집 한 채가 전부.)
그러면서도 본인은 골프친다고, 운동한다고 월급 다 써버리고,
옷이며 자기가 사고싶은건 다 사면서
생활비는 알아서 하라고해서 어머니는 식당을 나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식당 다니시면서 몰래 모으신 2천만원이 전부... (제 결혼할 때 보태주시려고)
근데 아버지는 그것마저도 어떻게 알았는지 내놓으라고 지금 난리라더군요

정말 세상에 나쁜사람이 많다지만
저는 아직까지 어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가족에게 이렇게 나쁜 사람은 보질 못했습니다.
(몇몇 기사화 되는 경우만 제외한다면...)
북한의 김정일, 김정은이 나쁜놈들이라지만
그래도 이놈들은 자기 처자식들에게는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나마도 전 아버지로선 저들이 더 낫겠다는 생각도 많이 한답니다.
정말 죄의식, 죄책감, 양심, 도덕심이라곤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예전부터 제 인생의 모토는 하나였습니다.
"아버지와 반대로 살자. 어머니께 효도하고, 행복한 가정의 가장이 되자."
그래서 지금껏 정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착하고 바르게 살고자 노력했고,
술, 담배도 안했고, 유흥업소도 일체 가보지 않았으며, 한 땐 여자도 멀리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지금 여자친구를 만나고 곧 이제 결혼까지 하게 되었지만
이런 상황을 앞두고 어찌 해야할지 정말 고민입니다.

제 여자친구는 초등학교 교사이고, 정말 행복한 가정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제 과거를 이해할 수 있을지 몰라
이런 제 과거를 얘기하진 않았고 지금껏 저도 그냥저냥 행복한 가정의 아들로 곱게 
자랐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이런 얘기는 나중에 결혼해서 해야겠거니 했지만 
아무래도 결혼해선 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야할 것같아
이런 저를 이해하고 결혼해줄수 있겠냐고 말해야할 것 같아 오늘 얘기하려고 했는데
여자친구도 오늘 학교에 학생들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기분이 안좋아보여
얘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주말에 얘기를 하고자 하는데,
이해해줄진... 잘 모르겠네요...

여튼 저도 잘생각해보니 지금 내려가서 난리를 치는건
제 어머니께도, 특히나 제 여자친구에겐 너무 미안해버립니다.
그동안 저하나 보고 사신 어머니가 제 결혼식만큼은 잘 치루는걸 보고싶어 하시고
제 여자친구도 한번뿐인 결혼식인데, 이런것때문에 망치거나 하는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요

오늘 다짐했습니다.
결혼만 하면 저는 우선 아버지와 대화를 해보겠습니다. 
(27년 같이 산 어머니가 아시지만 말한다고 달라진 인간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달라질게 없다면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아버지는 간통죄로 고소를 하든 뭘하든 직장 못다니게 하고
정말 부자지간 끊고 저에게 아버지란 사람은 없는샘 칠려고 합니다.
하지만 워낙 간사하고 악독한 인간이라
그렇게 된다면 어떻게든 제 집이나 혹은 여자친구 학교, 집을 찾아내서
정말 인생 끝인것처럼 더 나쁜짓은 저지르지 않을지... 그게 젤 큰 걱정입니다.

여러분들 전 정말 어떻게 해야할까요?

- P.S. 오유 남성분들에게... (여성분들도)
  우리 모두 정말 가정에 충실하고 바르게 삽시다...
  요즘 청소년문제 대부분이 그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이런 가정불화일 것입니다.
  (여자친구 반 애들이 대부분 그렇습니다.)
  저야 다행히 정말 정말 좋으신 어머니를 두어 지금껏 바르게 살아왔지만...
  그리고 저와 같은 혹은 더한 불행한 가정에서 살고 있을 많은 분들께도
  힘내시라고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지금도 너무 분해 두서없이 쓴 글이지만
  바쁜신 와중에 이렇게 시간내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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