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들어줄 때
대체로 종알거리는 편이지만 이야기를 들을 때는
턱을 괴고 진지해지는 그녀. 자기 주장도
분명하지만 남의 이야기도 경청할 줄 아는 여자.
/
②
"나야!" 경쾌한 전화 목소리를 들을 때
피곤에 쩌든 저녁, 여자가 밝고 쾌활한 목소리로
이름을 부르면 남자는 하루동안의 피곤이 싹 가신다.
목소리에서 페퍼민트 향기가 폴폴나는것 같은 여자.
/
③
술 취해 귀여운 주정을 할 때
조금 웃음이 많아지고 조금 수다스러워지고
때로는 그동안 쌓아두었던 불만을 퍼붓기도 하지만
밉지 않은 발그레한 얼굴을 가진 여자.
그리고 그 발그레한 얼굴로 발그레하게 웃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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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가끔 사랑하는 남자를 위한 이벤트를 만들 때
때로는 그에게 엉뚱한 꽃다발을 배달하는 여자.
수신 : 미인을 사랑하는 눈 밝은 남자
발신 : 초미녀
이유 : 그대가 눈이 높으니까
추신 : 사랑해
같은 장난기로 표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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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싸우고 매정하게 돌아서다가 푼수 같이 넘어질 때
가장 진지헤야 할 때 심각한 분위기를 스스로 깨버리는 여자.
'다신 안만날 거야' 하고 차문을 확 닫고는
서둘러 돌아서다 돌부리에 걸려 발을 삐끗하는 여자.
넘어지고서는 '너 때문이야.' 억지 부리는 그녀.
무안하니까 아프다고 그의 품에 안겨 우는 여자.
그리고 왜 싸웠는지 잊어버리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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⑥
자기 일에 빠져있을 때
책을 읽는 옆모습, 공부를 할 때의 앞모습,
잠시 사랑도 잊은 듯 진지하게 내리꽃힌 시선,
조그맣게 꼭 다문 입술, 아무렇게나 머리를
쓸어넘겨도 분위기 있는 느낌.
남자따위는 잊어버리고 제 일에 모든 애정을 쏟을 때.
/
⑦
세상을 아름답게 보는 그녀의 마음을 볼 때
'뿌옇구나, 저건 공해야...' 라고 그가 말할 때
'아니, 안개야...하얀 안개가 자욱하다.' 고 대답하는 그녀.
세상의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고 작은 눈빛에도
아름다움을 부여할 줄 아는 그녀. 그녀가 아름답게
보는 세상보다 그녀는 한층 더 아름답다.
/
⑧
꿈이 많은 그녀, 꿈을 실행하는 그녀를 볼 때
라면밖에 못끓여도 언젠가 그를 위해 연어요리를 해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가진 그녀. 지금은 저금통장이 짤랑거릴지라도
언젠가 남미 여행을 가기 위해 에스파니아어를 배우는 여자.
꿈으로 가득차 나고 재미있게 살아가는 그녀를 바라볼 때.
/
⑨
매일매일 새로운 그녀를 느낄 때
비오는 날은 촉촉해지고 안개 낀날은 부드러워지고
햇빛 화창한 날은 발랄하게 빛나고
때로는 새콤하고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톡 쏘게 매운 그녀.
그 작은 몸 속에 별별 성격을 다 가진 그녀.
적지적소에 현명하게 비장의 카드를 내미를 그녀를 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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⑩
고백하는 여자. '사랑해'라고 말할 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여자의 입술을 상상해보자.
'사랑해...' 라고 나직히 읊조리는 여자.
그럴 때 약간 먼 곳을 응시하는 그녀의 눈빛.
사랑에 빠진 아름다운 그 눈망울을 볼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