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을 맞춘 네시에 눈을 떴지만 일어날 수 없었다. 몸은 천근만근이었고 오른쪽 무릎이 구부릴 수 없게 아팠다. 밖은 아직 캄캄했다.
오늘은 어제 못간만큼 더 가야한다는 생각이 계속 맴돌았다. 일어나 샤워를 하고 뿌리는 파스를 반 통쯤 무릎에 뿌렸다.
밖으로 나왔지만 근처에 연 식당이 없었다. 편의점에서 라면과 빵을 먹었다.
새벽은 안개로 가득했다. 숨을 쉴 때마다 내 입에서도 안개가 나왔다. 안개가 더 짙어지는 것 같았다.
안장통이 끔찍했다. 자전거에 앉기가 두려웠다. 페달을 밟을때마다 다리 사이를 삽으로 파내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오른쪽 무릎의 통증으로 일어서서 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어제 낭비한 시간을 메꾸려면 오늘 이화령은 넘어야했다. 15시간정도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비포장도로에서 안장통은 몇 배 더 끔찍했다.
여행 전에 종주코스를 구체적으로 숙지해두지 않았다. 그냥 표지판을 따라가면 되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이었다.
생각없이 페달을 밟는데, 이 다리 끝에 '강원도 원주' 라고 써있는 표지판이 보였다. 강원도를 지난다는 걸 이 때 알았다.
'보' 를 따라 펼쳐진 모든 길은 아름다웠다.
하지만 안장통 때문에 즐기지 못했다.
반쯤 울면서 달리다 비내섬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바로 옆에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몸과 멘탈이 모두 만신창이였지만, 밥이 맛없었다는 건 똑똑히 기억한다.
시간은 벌써 두세시가 되었다.
어느새 충청도였다. 충주탄금대 산책로가 너무 예뻤다. 여기에 살고 싶었다.
무릎보호대와 젤커버를 사기 위해 시내를 헤맸지만, 사십분 정도를 낭비하고 약국을 못 찾았다. 할 수 없이 그냥 출발했다.
다리 사이에 뜨거운 철가루가 붙어 살을 파고드는 듯한 안장통은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오른쪽 무릎의 때리는 듯한 통증이 심해졌고, 왼쪽 아킬레스 건의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새로 찾아왔다.
로드자전거를 탄 두명의 라이더가 나를 추월했다. 몇초만에 그들은 내 시야에서 보이지 않았다. 날 비웃는 것 처럼 느껴졌다.
힘이 빠지고 눈의 초점이 흐려졌다. 페달을 밟는 속도가 느려졌다.
해가 달에게 완전히 졌을 때쯤, 수안보온천에 도착했다. 2월 19일 목요일 일곱시 반. '설날' 이었다.
가족들과 함께 놀러온 듯한 인파로 거리가 붐볐다.
찜질방을 잡고 저녁을 먹었다. 편의점에서 붙이는 파스와 뿌리는 파스를 샀다. 무릎과 아킬레스건의 통증을 달래야했다.
이대로라면 생각했던 것보다 완주가 훨씬 오래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토요일, 아니 일요일까지는 끝내고 싶었다.
맥주한캔과 초콜릿으로 피로를 달랬다.
내일은 이화령을 넘어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