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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학] 꾸물꾸물
게시물ID : panic_781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의뒷면
추천 : 19
조회수 : 237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3/09 22:18:34

출처 - http://occugaku.com/

꾸물꾸물

유소년기에 우리 삼형제는 G 현의 산간 지방에 살고 있었다.
시골이라면 흔한 일일 수도 있는데, 인근에 사는 집은 모두 우리 친척이었다.
사촌이나, 팔촌이나 뭐 그런 사이? 아무튼 어린이들끼리 같이 모여서 놀곤 했다.
그 중에서 내가 제일 따르던 사람은 나이가 가까운(그래도 10살 정도는 위였던 것 같은데) 삼촌이었다.
뭐든 척척 아시는데다, 그림도 잘 그리고 악기도 잘 다루시고,
내 또래의 친척 애들은 모두 그 삼촌을 잘 따랐던 것 같다.
'같다'라는 애매한 표현을 쓴 이유는 최근까지 나나, 형, 동생 모두 그 삼촌을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사 때문에 얼마 전에 G현에 갔는데, 그때 사촌 누나가 그 삼촌 이름을 말해서 겨우 기억이 났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나 친하게 따랐는데 왜 잊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 날 우리 형이 "초등 #학년" 같은 어린이 잡지 부록으로
직접 만들어 쓰는 일광 사진기를 받아서 나랑 동생이 "우리도 갖고 싶어"라고 떼를 썼다.
그랬더니 삼촌이 나타나서(언제나 갑자기 나타났던 것 같다)
'오냐, 그런 거면 이 삼촌이 손쉽게 만들어줄 수 있지'라더니
다음 날 정말 그런 사진기를 나와 동생 그리고 사촌 누나에게 하나씩 주었다.
삼촌, 나, 형, 동생 그리고 사촌누나까지 다섯 명이서 어딘가...
어딘지 모르겠다. 신사 안 같았는데,
아무튼 풍경이 좋고 햇빛도 잘 드는 곳이어서 바로 사진을 촬영했다.
...그런데 일광 사진기는 사진이 나오기까지 엄청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처음엔 두근두근 눈이 반짝 반짝거리며 했지만
몇 장 쯤 찍고 완성될 때 쯤에는 질렸었다.

삼촌은 우리가 그럴 줄 알고 있었는지,
신축식 망원경을 가지고 오셔셔 차례차례 돌아가며 보여주셨다.
몇 번째인지 돌다가 다시 내가 볼 차례가 되었을 때 이상한 걸 발견했다.
수확철이 지나서 황량한 밭 저 너머 멀리 이상한 사람 그림자 같은 게 보였다.
털이 노랗고 흰.. 원숭이? 같은 생물이 비틀거리고 있었다.
"비틀거렸다"고 쓰고보니 왠지 쇄약하거나 술취한 사람 같겠지만
그게 아니라 이상한 춤 같은 걸 추는 것 같았다.
문어처럼 꾸물꾸물거리는 게 괜히 징그러웠던 기억이 난다.

약간 오싹해서 삼촌에게 "이상한 게 보여"라며 망원경을 드렸다.
삼촌이 망원경으로 여기저기 보시며 내가 말한 이상한 것을 찾으셨다.
그리고 잠시 후, "아, 이거 말하는 건가? 확실히 이상하긴 하네"라고 말하신 후 삼촌이 침묵하셨다.
계속 삼촌을 지켜봤는데 점점 안색이 나빠지시더니 벌벌 떠셨다.
나는 바로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하고 싶었다.
나 뒤에 망원경을 볼 차례였던 동생도 이 광경을 보고 있었지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형과 사촌 누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일광 사진기를 만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집까지 돌아왔는지 기억이 안 난다.
기억 속의 장면은 집에 있던 기억으로 넘어간다.
나, 형, 동생, 사촌 누나 넷이 나란히 무릎을 꿇고 앉아서
눈 앞에는 몇 번 뵌 적이 있는 신사의 신관 할아버지가 계셨다.
억지로 술을 마셨고, 머리에 이상한 가루를 뿌렸다.
나는 가루를 뿌린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사촌 누나와 동생 말로는 재 한 줌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화를 내셨다. 할머니는 우셨다.
"히로야스(삼촌 이름)는 저주를 받았어. 효세(?)를 보는 바람에"라고 아버지가 숙모에게 말씀하셨다.
"정신이 나갔어"
"평생 안 나을까요?"
"지금까지 나았다는 이야긴 들어본 적 없어"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나는 기억 못 하는데, 형이 말해줬다)

그 춤을 추던 원숭이?같은 게 효세라는 괴물인데
"효세를 가까이에서 보면 바보가 된다"라고 한다.
나처럼 형상만 본 건 그래도 괜찮지만, 그것의 얼굴을 보면 더 이상 손 쓸 수 없다고 한다.

"삼촌은 그 후 돌아가셨어?"라고 물었더니 사촌 누나는 "살아 계셔"라고 했다.
"살아 계시지만 못 만나"
특별 요양 시설(정신계 병원을 말하는 것 같다)에 지금도 계신다고 한다.
"정신병 증상이 심해서 안 만나는 편이 나아"라고 누나가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사촌 누나는 3년 쯤 전에 만났다고 한다.
옛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말라서, 히죽히죽 웃으시며 꾸물꾸물하고 이상하게 움직이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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