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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나의 결혼생활 2
게시물ID : wedlock_97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정글의백수
추천 : 15
조회수 : 170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08/11 13:13:25
남편과 나는 온라인상에서 알게 된 사이였다.  서로 나이도,  사는곳도 모른채 얘기를 나누다 취향이 비슷하고 대화가 잘되서 덜커덕 약속을 잡았다. 

만나기 5분전에서야 서로의 나이를 알게 됐다.  남편의 나이를 듣고 배 뽈록 나오고 주름이 자글자글한 아저씨를 상상했다.  내나이는 24살이었다.

퇴근후 간 커피숍 정 가운데 앉아있던 남편은,  내 상상을 완전히 부숴놨다.  내 초등학교 첫사랑이 나이를 먹고 직장을 다니면 저런 모습이었을까.  

코트를 입고 다리를 꼬고 커피를 마시던 남편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도 커피를 한잔 사들고 남편의 맞은편에 앉았다.  
우리는 얘기를 나눴다.
대화가 멈추지 않고 이어지며 시간 가는줄 몰랐다.

어느새 종업원이 다가와 말을 건넨다.
"죄송합니다.  손님,  마감시간이라서요.  30분 후에 영업시간이 끝납니다"
순간 나와 남편은 당황했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훌쩍지났다.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5시간을 넘게 수다를 떨었다.  

급하게 커피숍을 나오니 밖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 해 겨울은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었고,  남편과 내가 처음 만난 날도 몇년만의 폭설이 내렸었다.
발목까지 눈이 쌓였고 도로는 제설작업이 한참이었다.

막차는 이미 끊겼고 택시도 보이지 않았다.  남편은 더욱 당황했다.
"지금 집에 들어가긴 힘들것 같은데,  어디서 잠깐 눈 좀 피해요.  술집은 늦게까지 영업할거에요"
 
내 제안에 남편은 알았다 하고 우리 둘은 커피숍 근처의 한 호프집에 들어갔다.

남편은 술을 못한다.  간단한 안주 몇가지,  맥주 한잔.
시간이  지나고 잠이오기 시작했다.  호프집을 나왔지만 눈발은 더욱 거셌고 제설작업엔 진척이 보이지 않았다.

첫차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결국 그날 남편의 자취방에서 외박을 했다.

내가 다니던 직장과 남편의 자취방은  차로 15분 거리였다.

우리는 퇴근후 자주 만나 커피를 마시거나 저녁을 먹었다.

남편은 내가 본인 집으로 오는걸 싫어했다. 남편은 차라리 모텔을 가자고했다.
자취방은 좁고 지저분했다.
하지만 난 그곳에 남편이 있어서 좋았다.

어느 순간부터 남편 집에가서 남편을 기다리는 일이 종종 생기기 시작했다.

우리는 많은 대화를 했다. 
결혼은 남자와 여자가 만나 새로운 가정을 꾸리는 거라고,
사람이 경제적으로 자립을 한다면 독립하는게 좋다고,
스스로 경제력을 갖고 취미생활 하는게 좋다고.

26살이 되어 남편에게 말했다.

"나는 결혼 한다면 서른 전에 하고 싶어.  하지만 29엔 아홉수라고 기피하니까 서른전에 한다고 해도 최고  28이겠지.  
오빠를 사랑하고 오빠와 같이 하고 싶지만 내 인생관을 강요하거나 재촉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관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아.  
만약 오빠가 나와의 결혼을 원치 않거나 독신주의라면 슬프지만 우리는 헤어져야되.  다시한번 말하지만 나는 오빠에게 원치 않는 결혼을 강요하고 싶지 않아.
당장 결혼을 준비하자고 재촉하는게 아냐.  다만,  우리 인생관이 다른거니까.  
우리가 헤어져야 한다면 준비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이 필요할것 같아서 미리 말하자는거야."

남편은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나는 당연히 그러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그사람에게 내 삶을 강요하기도,  나로인해 부담을 주기도 싫었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만났고 한참후에야 남편이 답했다. 

"여태까지 난 내게 결혼이란건 없거나 한참 후라고 생각했어.  그리곤 결혼이란걸 생각하지 않았어.  하지만 널 만났고 내가  결혼하게 된다면 너와 할거야.  독신주의자는 아니야.  하지만 지금은 결혼할 수 없어.  언젠가 너와 결혼할거야."

나는 알았다고,  오빠라면 몇년이고 기다릴 수 있다고 했다.

그 후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한참을 면접을 보러 다녔다.  
구직활동이 잘 되지않고 퇴직금이 잘 들어오지 않아 경제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했다.

결국 남편은 다른 지역으로 이직을 했고 나도 남편 직장 근처로 이직을 하여 집에서 나왔다.

그 후 남편은 직장 주변에 방 두칸짜리 전세를 얻었고 정식으로 프로포즈하였다.

결혼준비는 힘들지만 재밌었다.  예단은 없었고 예물은 서로 사주고 싶은것을 사줬다.  남편에겐 맞춤 정장을,  내겐 목걸이 귀걸이 반지 세트를.  간촐하지만 가장 좋은것으로만 맞췄다.  

서로 있는 돈 안에서 결혼준비를 마쳤다.  

완벽하진 못했지만 행복했다.  연애도,  결혼 준비도.

속상한 일도 많았지만 남편이 옆에서 잘 다독여 주고 위로해 줬다.

결혼전부터 신혼집에 들어가 살게 되었다.  
남편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져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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