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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별초 교사들 인터뷰 페미니즘에는 잘못이없다
게시물ID : sisa_9757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핑거포스
추천 : 2/8
조회수 : 1124회
댓글수 : 7개
등록시간 : 2017/08/14 16:10:37
서울 송파구 위례별초등학교에는 ‘페미니즘 북클럽’이란 교사 동아리가 있다. 페미니즘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곳이다. 지난 5월 결성돼 교원 58명 중 21명이 가입해 활동한다. 위례별초 내 교사 모임 중 최대 규모이다. 

지난 10일 위례별초 인근 카페에서 북클럽 소속 이은미(가명), 윤정현(가명), 최선영(가명), 박은희(가명) 교사를 만났다. 현재 북클럽은 4번의 모임을 진행했다. 교사들은 페미니즘을 공부한 뒤 수업 방식이 크게 바뀌었다고 입을 모은다. 

학번 부여 방식부터 변경됐다. 기존 남학생부터 앞자리 학번을 부여하는 방식을 버리고 남녀 상관 없이 이름의 ‘가나다’ 순으로 학번을 배정했다. 또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로 대표된 체육시간 풍경도 바뀌었다. 윤정현 교사는 “아이들이 ‘여자가 왜 축구를 하려고 하느냐’고 말하면 왜 그런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한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최선영 교사는 “예전에 남자애들을 혼낼 때는 여자애들에 비해 감정적인 배려를 덜 했지만 이제는 여학생들에게 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접근하기 시작했다”면서 “교사로서 내 태도가 훨씬 더 허용적으로 바뀌었다. 교사가 시선이 따뜻해지면 아이들하고 관계가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박은희 교사도 “30년 교직생활을 하면서 권위주의적인 소통 방식을 버리지 못했다”며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나와 아이들 사이의 권력 관계를 다시 인식하게 됐고 아이들과의 관계 설정을 다시 할 수 있게 됐다.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나서 말투부터 바뀌었다”고 했다. 

위례별초등학교 페미니즘 북클럽 회원들이 읽고 토론한 페미니즘 서적들

이들은 페미니스트 작가인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테드(TED) 강연을 책으로 엮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 정희진 작가가 쓴 <페미니즘의 도전> 등 2권의 페미니즘 서적을 함께 읽었다. 박은희 교사는 “<페미니즘의 도전>을 보면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대신 의미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하고 지시해준다’는 내용이 있는데, 우리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자기 언어를 갖게 해줄까’, ‘어떻게 하면 자기 힘을 갖게 해줄까’ 하는 생각으로 페미니즘을 가져온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북클럽 모임을 주도한 ㄱ교사가 온라인 매체 <닷페이스>의 인터뷰에 출연해 “페미니즘은 바로 인권의 문제”라는 발언을 한 뒤 위례별초는 극우 누리꾼들의 항의 전화와 민원에 시달렸다. ‘LGBTQ(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퀴어) 지지 배지’, ‘무지개 깃발’ 등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물건이 잔뜩 놓인 ㄱ교사의 사무실 책상 사진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져나가자 인터넷 게시판에는 노골적인 욕설이 댓글로 달렸다. 

이은미 교사는 “우리사회가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악의적인 공격을 보면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교사들의 신상이 노출되면 인권을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윤정현 교사는 “악성 댓글을 보는 순간 공포가 커졌다. 잠도 잘 못 이룬다. 악플들을 보고 숨고 싶었고 무기력을 느꼈다. 이렇게 대담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것도 무척 용기를 낸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페미니즘 북클럽을 계속 진행하기로 했다. 최선영 교사는 “페미니즘에는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페미니즘 북클럽은 ‘오래가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의견 정리가 됐다”면서 “최근 벌어진 일들을 보면서 교육 내에서 실질적인 성평등 교육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우리가 이런 교육 없이 살아왔기 때문에 혐오 발언, 혐오 댓글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 같다. 악순환이다”라고 했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발언.

- 위례별초의 페미니즘 북클럽은 어떻게 결성됐나?

윤정현 = 위례별초는 혁신학교다. 지난해 가을 혁신학교 교사 모임에서 ㄱ교사가 페미니즘에 대한 연수를 진행했고 많은 선생님들이 그 연수에 참여했다. 올해 학교에서 교사 동아리를 만들자는 얘기가 나왔고, ㄱ교사를 주축으로 페미니즘 북클럽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최선영 = 혁신학교 주요 과제 중 하나가 ‘교원 학습공동체 활성화’다. 이 공동체는 보통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고 공식적으로 ‘혁신학교 예산’에서 자금을 지원받는다. 

- 페미니즘 북클럽 회원수는?

이은미 = 20대부터 50대까지 있는데 총 교원 58명 중 21명이 동아리 회원이다. 학교에서 소속된 인원이 가장 많은 동아리다. 

- 페미니즘 북클럽 모임에서 읽은 책은 무엇인가?

윤정현 = 본격적인 모임은 5월 중순부터 시작됐다. 처음 같이 읽은 책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작가의 TED 강연을 책으로 만든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였다. 이후에는 정희진 작가의 <페미니즘의 도전>을 읽었다.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을 줄치고, 고민이나 질문거리 등은 따로 적어서 발제했다. 서로 줄친 부분이 달라서 그 맥락을 함께 읽어나가는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이은미 = 저는 줄을 많이 쳤던 것 같다. 책 내용이 너무 새롭고 놀랍고 보지 못했던 시선으로 보는 게 좋았다. 다 기억하고 싶어서 줄을 쳤었다. 

- 수업시간에도 아이들에게 페미니즘 교육을 하나?

윤정현 = 정규 커리큘럼이나 별도의 페미니즘 수업이 있는 것은 아니다. 평상시에 아이들에게 하는 말, 줄을 서는 방식 등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번도 남학생부터 시작해 여학생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가나다’순으로 정한다. 또 ‘남자는 축구, 여자는 피구’ 이런 말들을 안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여자가 왜 축구를 하려고 하냐’고 말하면 거기에 질문을 던지려고도 노력한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박은희 =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성폭력 예방교육을 한다. 여자든 남자든 누군가 너희 몸을 만졌을 때 “만지지 마세요”라고 말하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한 다음부터는 ‘아이들이 자기 느낌을 자기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는 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선생님의 권위에 눌려서가 아니라 자기 스스로 “나는 싫어요”, “만지지 마세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지 반성을 많이 했다.

- 페미니즘 공부를 하면서 교사들의 교육 방식이나 교육 철학이 바뀌었다는 말인가? 

박은희 = 그렇다. 나는 상담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잠깐 맛본 페미니즘이 더 강렬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나와 아이들 사이의 권력 관계를 다시 인식하게 됐고 그로 인해 아이들과의 관계 설정을 다시 할 수 있었다. 30년 교직생활을 하면서 권위주의적인 교사-학생의 소통 방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교사로서 옳은 것을 주장했는데 관철이 안될 땐 애들 탓을 할 때가 있었다. 그런데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나서는 제 말투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왜 떠드니?” “도대체 왜 그래?”, 아니면 “너 이거 잘 하지 않으면 놀이시간에 놀지 못하고 선생님하고 만나야 할거야” 같은 협박식의 말을 수도 없이 했다. 그런데 지금은 아이들에게 주도권을 넘겨주고, 아이들에게 “너희가 떠들어 수업하기 힘든데 우리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다.

최선영 = 주로 남학생은 교실에서 장난치고 개구쟁이인 반면, 여학생들은 차분하게 앉아 있는 비율이 많지 않나. 그런데 여자아이들이 오히려 성적 사회화의 결과로 저런 모습이 됐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여자 아이들이 장난치고 망가질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하는 교실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학생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었다. 예전에는 남자애들을 혼낼 때는 감정적인 배려를 (여자애들에 비해) 덜 했다. ‘이런 것들은 남학생들에 대한 차별일 수 있겠구나’ 싶어서 훈계하는 과정에서 여학생들에게 하는 것처럼 부드럽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교사로서 제 태도가 훨씬 더 허용적으로 바뀌었다. 교사가 시선이 따뜻해지면 아이들하고 관계가 좋아진다. 교육활동에 상당히 긍정적이다.

- 최근 페이스북 등 SNS에 ㄱ교사의 인터뷰 영상이 퍼지면서 이에 항의하는 민원이 많았는데?

윤정현 = ㄱ교사는 내공이 강하신 분인데, 지금 몸도 마음도 많이 상한 듯하다. 저는 악성 댓글을 보는 순간 공포가 커졌다. 잠도 잘 못이룬다. 악플들을 보고 숨고 싶었고 무기력을 느꼈다. 이렇게 대담에 참여하기로 결심한 것도 무척 용기를 낸 것이다. 

최선영 = 학교로 많이 전화가 오고 있다. 하루에도 여러 건의 통화를 하는데 한건 한건이 아주 긴 시간 동안의 응대를 필요로 한다. 어떤 민원인은 폭언이나 욕을 하고, 사상을 검증하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학교 학부모들로부터는 그런 항의를 거의 받지 못했다. 학교와 관련 없는 일반인들이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은희 = 개학 이후에 학부모들에게 페미니즘 북클럽과 관련된 항의가 들어온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이 사회의 구성원들이 상대를 존중하고 자신의 생각을 키워가면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시작한 공부가 페미니즘 공부다. 이 모임 때문에 아이들이 학교생활에서 문제가 된다면 그때 얘기를 해달라.”

이은미 = 우리사회가 이 정도였나 싶을 정도로 악의적인 공격을 보면서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교사들과 나의 신상이 노출될 경우 인권을 보호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 ㄱ교사는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고 해서 공격의 대상이 됐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 있을까?

최선영 = 교육청이 입장문을 발표해줬으면 좋겠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교사들의 공부활동을 권장하고 지지를 표명하는 입장서가 나와 준다면 너무 고마울 것 같다. 현대사를 가르치는 어떤 교사가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중요성을 얘기하고 망월동 다녀왔다는 이유로 보수단체의 공격을 받았다면 교육청이 보호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성평등·페미니즘 교육이 민주시민 교육, 인권교육 측면에서 옳은 방향이라고 교육청이 방향을 잡고 있다면 그 과정에서 생긴 문제에 대해 교육청이 보호 조치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최근의 일들을 보면서 교육 내에서 성평등 교육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그런 교육 없이 우리가 살아왔기 때문에 혐오 발언과 댓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 악순환이다. 

윤정현 = 사회 구조적인 문제이긴 하지만, 학교 교육의 테두리에서 이 문제를 짚는 게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이 학교에서의 성평등에 대한 민감성이 길러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 페미니즘 북클럽 활동은 계속될 수 있을까?

이은미 = 원래 계획한 대로 천천히 고민하고 음미하면서 페미니즘 책들을 계속 읽고 공부를 이어가겠다.

최선영 = 페미니즘 북클럽은 ‘오래가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으로 의견 정리가 됐다. 실질적인 성평등 교육이 꾸준히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페미니즘에는 잘못이 없다. 교육부 지침에도 교사가 의무적으로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안전교육, 민주시민 교육을 교사가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것처럼 성평등 교육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공무원으로 해야할 일을 한 것뿐이고 앞으로 자신 있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은희 = <페미니즘의 도전>을 보면 “새로운 언어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대신 의미 있는 삶을 가능하게 하고 지시해준다”는 내용이 있다. 우리도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자기 언어를 갖게 해줄까’, ‘어떻게 하면 자기 힘을 갖게 해줄까’ 하는 생각으로 페미니즘을 가져온 것이다. 아이들이 자기다운 모습으로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 
출처 http://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32&aid=000281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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