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100일] 여론조사
'협치 실종' 책임엔 한국당-청와대-민주당 순 꼽아
"협치 잘되고 있다" 응답자 중
48%가 "청와대 역할이 가장 커"
지지율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 정부의 ‘약한 고리’는 협치였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지난 11~12일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여야 간 협치가 잘 이뤄지고 있느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66.3%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협치가 잘되고 있다’(30%)는 반응의 2배 이상 되는 수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여야 협치’를 강조하며 야당과의 대화를 강조했지만 실제론 성과가 크지 않다는 평가인 셈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협치가 별로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응은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4%였고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답도 16.9%였다. ‘비교적 잘 이뤄지고 있다’는 27.5%, ‘매우 잘 이뤄지고 있다’는 2.5%에 불과했다. 협치가 잘 안 되고 있다는 반응은 자유한국당 지지층이 80.3%로 높았지만,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도 60.7%나 됐다. 지지하는 정당이 어디든 ‘국회가 잘 굴러가지 않고 있다’는 상황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셈이다.
협치가 잘 안 되고 있다고 평가한 응답자 664명을 상대로 누가 그 책임이 가장 크냐고 물었더니, 응답자의 45.5%가 자유한국당을 꼽았다. 청와대를 지목한 응답자는 18.3%, 더불어민주당 책임론은 13.3%에 그쳤다. 모든 지역에서 자유한국당 책임이 가장 크다는 의견이 1위였지만 책임론의 강도는 차이가 났다. 광주·전라에서는 자유한국당 책임론이 58.9%로 가장 강력했고 부산·울산·경남(55.8%)에서도 거셌다. 반면 자유한국당의 텃밭인 대구·경북은 30.4%였고, 대전·세종·충청도 36.5%였다.
협치가 잘되고 있다고 응답한 299명 중엔 48%가 청와대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답했다. 23.1%가 민주당이 역할을 했다고 답했고, 자유한국당을 꼽은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국회에서 야당과 협상하고 대화하는 협치의 실행자는 여당이지만 협치를 성사시키는 실제적인 힘은 청와대에서 나온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협치가 잘되는 건 청와대 덕, 안 되는 건 자유한국당 탓’이라는 인식은 문재인 정부 출범 뒤 빚어진 몇 가지 일화들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지난 5월10일 야당 지도부를 방문했고, 그로부터 9일 뒤엔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청와대에서 오찬을 함께했다. 두달 뒤인 7월19일에도 당대표들을 초청했으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들러리 서지 않겠다”며 거절했다. ‘협치하자는 청와대’와 ‘거부하는 자유한국당’이라는 이미지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사건이었던 셈이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호소하는 시정연설을 하며 국회에 공을 들였으나, 추경안은 야당의 반대에 부닥쳐 국회에 제출된 지 45일 만에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다. 조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에서 확인 할수있다 (www.nesdc.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