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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는 체육대회를 한다.
게시물ID : humorstory_4339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쟁이
추천 : 12
조회수 : 968회
댓글수 : 40개
등록시간 : 2015/03/12 23:06:27
내가 한때 다녔던 회사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우리 회사는 수도권에 위치해 있는 총인원 100명이 조금 안되는 중소규모 회사였다.

디테일을 위해 자세히 쓰고 싶지만 자세히 쓰다간 내가 누군지 들킬 것만 같아서 이정도로 간략하게 넘어가기로 하자.



우리 회사의 복지는 다른 회사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경조사비 지원 대신에 언제든지 즐길 수 있는 '신선한 차가 있는 정수기 코너'가 있었고,

간단한 식사나 쉬는 시간에 노가리를 깔 수 있는 사장실 앞 "바람이 머무는 테이블"이란 명패가 달랑 거리는 오픈 테이블이 하나 있었다.

실은 원래 그 자리의 이름은 "직원 복지용 테이블"이었다. 

직원중 누군가가 이름표 위에 "바람이 머무는 테이블"이라고 종이에 이쁘게 적어서 명패위에 올려놓은 후로

사장님 마음에 들었는지 나중에 진짜로 명패가 바뀌어 있었다.

심지어 탁상용이었던 것을 천장에 매달아 놓았다...
 
아마 사장님은 아직도  "위치가 위치인지라 직원들은 불편해서 앉지도 못하고 바람만 앉아 가더라" 라고 직원들끼리 떠들던것을 못들었나보다.

어쨌든 얘기가 시작하자 마자 다른데로 새버렸는데


봄이 와서 직원들이 하나 둘 엿가락처럼 늘어지기 시작했을 무렵

사장님은 차장님들과 부장님들을 모두 소집하시더니 갑자기 체육대회를 열라고 지시하셨다.

회사 창립이후 처음 있는 공식행사에 다들 어리둥절했지만, 위에서 까라면 까야지 뭐 어쩌겠어라고 대부분의 부장님들이 생각하셨을거다.

그리고 체육대회는 그 회의가 있던날로부터 두달 후 주말로 잡혔다.

사장님은 빨리 하고싶었던 눈치였으나 그때당시 회사 일이 많아 스케줄이 많이 밀렸던 것 같다.

하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달랐다. 

야근에 월급도 쥐꼬리만하게 주면서 주말 체육대회 의무참석은 어떻게든 그날 아프고 말겠다는 의지로 충만하게 만들었다.

다행이도 윗직급 분들의 생각도 비슷하였기에 직원들끼리 분위기는 여차저차 해서 체육대회를 무산시켜 버리자였다.

하지만 대략 일주일쯤 지나자 직원들의 낌새를 눈치 채셨는지

부장급들을 다시 소환하시더니 짧게 몇마디만 던지고 다시 되돌려 보내셨다.

사장님을 만나고 돌아온 부장님을 향해 우리는 모두 어떻게 되었냐고 물었다.

그러더니 부장님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오늘부터 우리 팀은 야근을 헬스장에서 한다"라고 말씀하시고 뒷말을 흘리셨다.

우리가 모두 의아해 하고 있을때 사내메신저로 공지사항이 떴다.

1등팀 팀원 전부 월급 10% 인상,(사원 대리급은 15%인상)  2등팀 개인당 상금 80만원씩 지급, 3등팀 연차 10일 추가

우리 회사에 직원복지라곤 커피랑 율무차 딱 하나밖에 없던 이 시점에 이정도 상품은 실로 파격적일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헬스장에서 퇴근하며 사기를 올리고 있을 무렵 

옆팀은 수영장을 다닌다는 소문을 들었고 또 다른 팀은 무에타이를 배우고 있다는 소문도 접했다.

일주일간은 모든 직원들이 파김치처럼 축 처저있었지만 이주차부터 직원들 눈에 생기가 아니 독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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