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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뉴스 기자의 오류? 이해 못하겠음
게시물ID : sisa_976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나두울셋Ω
추천 : 5/20
조회수 : 2210회
댓글수 : 53개
등록시간 : 2011/02/14 20:31:18
오랜만에 논리력 발휘 좀 해보겠습니다.

최근 MBC 뉴스의 피시방 보도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비판의 요지는 사람들이 무언가에 몰입하고 있을 때 방해를 하면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비단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데

MBC 기자는 그게 게임의 폭력성으로부터 유래하였다고 '잘못' 결론 내렸다는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는 MBC 기자의 논지가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네티즌들이 온갖 패러니물을 만들어내며 시끄럽게 구는 것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고 봅니다.



PC방에서 사람들이 한참 게임에 열중해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나갔고 사람들이 짜증을 냈습니다.

사람들은 왜 짜증을 냈을까요? 두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습니다.

1.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축적물들을 날려버렸기 때문에

2. 무언가에 몰두하고 있는데 방해를 받아서


1번에 대하여, MMO RPG의 경우 전원이 꺼지면 경험치나 아이템을 상실하기 때문에 짜증이 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전기가 나가는 경우,

방송국에서 영상을 편집하다가 날려버린 경우 등을 비유로 들었습니다.

그런데 적절한 비유인가요?

사무실에서 일을 하거나, 방송국에서 영상을 편집하는 경우 결과물이 날라가면 당장 생업에 지장을 받습니다.

하지만 게임상에 존재하는 것들, 가령 레벨 시스템이나 아이템, 머니 등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라'

'가상의 존재들'입니다.

그것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우리가 먹고 사는 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으며 현실상의 실존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이버상에서 일어난 손실에 대해 욕을 하며 분개하는 것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이버상의 물질들을 실제 세계의 물질과 동일시하는 여러 게시판 유저들의 모습이 

현실과 가상을 혼동하는 심각한 게임 중독자로 보입니다.


2번에 대하여, 무엇인가에 몰두하고 있는데 방해를 받는 경우도 몇 가지로 나뉠 수 있습니다.

1) 누군가 의도적으로 방해한 경우

2) 누군가 의도적이진 않지만 실수나 무의식중에 상대방을 방해한 경우

3) 주위 환경이 그렇게 변한 경우

만약 1)의 경우라면 화를 내도 당연한 상황입니다. 낚시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 와서 낚시대를 던져버리면

이 상황에서 화를 내지 않을 사람이 없죠.

2)의 경우엔 화가 많이 나진 않지만 그런대로 이해해 줄 수 있는 게 보통 사람의 심리입니다.

3)의 경우엔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이 바보입니다.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데

그것 가지고 화를 낸다는 것 자체가 웃긴 것이죠.

PC방에서 갑자기 전원이 나갔다면 당사자들은 어떤 생각이 들까요?

뉴스 보도를 본 사람들은 기자가 일부러 껐다는 걸 아니까 화가 나시겠죠.

하지만 당사자들은 아직 구체적인 이유를 알진 못하겠지만

지금껏 전기가 나갔던 경험을 토대로 해봤을 때 누군가 의도적으로 껐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짜증난다고 다자고짜 욕을 하는 건 상당히 공격적인 태도입니다.

참고로 예전에 사무실 문어발 케이블이 좀 민감해서 잘 꺼지던 때가 있었는데 

사람들이 일을 하다가 3~4번 정도 실수로 건드려서 꺼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도 뉴스에 나온 PC방 같은 격한 반응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결론적으로 PC방 유저들은

정전이 현실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 악의를 가지고 방해를 한것도 아닌데

통념상 납득하기 힏든 공격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많은 네티즌들은 이 뉴스보도에 대해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요?

그것은 아직 게임이란 것이 겉으로 떳떳하게 드러내놓고 즐길 수는 없는 문화라는 점 때문입니다.

보통 여자들이 남자들 게임방에 쳐박혀서 게임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죠.

소개팅 자리레서 내 취미는 게임방에서 게임하는 것이오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할 수 있습니까?

부모님한테 게임방가서 게임하고 온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한국 사회에서 게임은 아직 하류문화입니다.

하류문화를 즐기는 사람으로서 게임을 하다 방해받고 격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 남의 모습 같이 않아 보이는 거죠.

그런데 그걸 인정하자니 부끄럽고 쪽팔리고 찌질이 같고 추하고 그래서 필사적으로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게임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 밥먹는 것 등과 똑같은 것이라고요.

근데 이걸 아셔야죠.

지나친 과잉반응과 정당화가 여러분들을 더 추하게 만든다는 사실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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