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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인식장애 썰 몇가지
게시물ID : humorstory_4339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고ㅋ
추천 : 8
조회수 : 296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3/14 04:18:51
안녕하세요
저는 안면인식장애라 불리는 안면실인증을 갖고있어요. 
어렸을 때 부터 있었는데 그땐 그냥 제가 좀 멍청한건 줄 알았어요
근데 그런 장애가 따로 있더라구요. 
사람을 생김새로 기억하지 못하고 헤어스탈이라던지 옷차림같은 부분적인 것만 기억하는거..

얼굴이 잘생기고 못생기고는 다 압니다. 
근데 잘생긴 사람은 다 똑같아보이는게 더 심해요..
아무래도 이쁘고 잘생길수록 개성은 덜하니까 ㅠㅠ

그런 이유로 연예인도 잘 구분못하구요.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몇 번 안뵌 분과 약속해서 만날때에요. 
소개팅 후 두 번째나 세 번째 만남같은 경우요 ㅠㅠ
제발 보자마자 알아봐야 할텐데 하고..
이미 생각도 안나는 그 분의 얼굴을 계속계속 떠올리려 노력하면서 나갑니다. 

 여튼 저는 심각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불편한 일이 많이 있었어요. 
 
제일 힘들었던 때는 호프집에서 알바 할때였어요. 
거긴 뒷문으로 나가면 화장실이 있었는데 화장실 다녀오는 모든 손님들에게 두번이고 세번이고 어서오세요!!!하고 다녔으니...ㅠㅠ

제가 제일 구분 못하는 분들이 중년+남성+검은 옷입니다. 
 
위 세가지 충족하는 분들은 진짜 다 똑같아요..
아주 찬찬히 오랫동안 보지 않는 한 구분못합니다.  

그리고 특히 사람을 못 알아볼 때는 의외의 장소에서 만날 때 입니다. 예를들어 매일 학교에서 보던 사람을 길에서 만난다던가 하면 못 알아 볼 굉장히 확률이 큽니다.  심지어 길에서 부모님을 만나도 비슷한 사람인지 어머니/아버지가 맞는지 옷차림등을 꼼꼼히 살피고서 알아봐요.   


 
한번은 대학교 다닐때였어요. 
복학생이었던 저는 첫 수업 오티를 듣고 잠시 현관으로 내려가 담배 한 대 피고있었습니다. 
그 뒤 한 남학생이 오더니 담배를 꺼내며 저한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하는거에요.  
순간 누구인진 모르겠고 내가 모르면 신입생이겠구나 하고

"어 안녕~근데 누구..지?"

하니까...하아.....그분이 굉장히 당황하시더라구요. 

 누구긴 누구겠습니까 ㅠㅠ
방금 들었던 수업의 교!수!님! 이네요 교수님 ㅠㅠ하아

다행히 그 엄청난 실수를 하고 눈이나빠서 정말 죄송하다고 빌었는데 괜찮다며 껄껄웃어주셨네요 ㅠㅠ교수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동안이십니다. 

 두번째 썰입니다
 
어느날 밤, 집에 가는 골목길에 한 대학생쯤 돼보이는 무리가 있더라구요. 
지나쳐 가려는데 진한 화장에 담배를 물고있는 무서운 언니가 저한테 말을 거는거였어요 ㅠㅠ

아주 발랄한 목소리로 "안녕!!!" 하는데
제가 깜짝놀래서 아니 내가 대학생인데 삥이나 뜯기는건가..하고 겁먹어서

네,,?네?  하면서 주춤거리니까

"야! @@야 너 나 모르냐? ㅋㅋㅋ"

하는겁니다. 

암만봐도 도저히 모르겠지만 몰라요 할 순 없고 학교 선배밖에 없겠다 해서

"아!! 선배 죄송해요~ ㅎㅎ제가 눈이나빠서..(이런일엔 시력탓이라 하는게 그나마 제일 좋더라구요)"

하고 집에 갔죠. 집에가서 한 삼십분 생각해도 누군지 결국 못알아냈어요. 

세번째 썰입니다

집에서 빈둥대는데 동기들이 술한잔 하자고 부르더이다. 
집근처 술집이라길래 꾸물꾸물 나갔는데 동기들 사이에 모르는 분이 한분 앉아계시네요.  

제가 워낙 선후배 얼굴을 잘 모르니(이름은 다 압니다 ㅠㅠ얼굴만 몰라요..) 선배나 후배인가보다 하고 그냥 눈치보며 인사하고 앉았어요. 

근데 그분이 절 딱 보더니 깔깔거리면서

"야!!너 그때 나 못알아봤지!!캬햫햐캬 나 민망해가지곸ㅋㅋㅋ" 
"네??제가 그랬었나요? 죄송해요!!"
"아니 며칠전에 저앞에서 내가 불렀을때!ㅋㅋㅋㅋ"

알고봤더니 두번째 썰에서 우리집앞에서 말 걸었던 그 무서운 언니였던거에요 ㅠㅠ

그렇게 두 번이나 못알아본 그분의 정체는 바로제 후배님이셨습니다. 
재수해서 나이는 같은 한학번 후배요. 

근데 그애가 절 언제 처음만났고 왜 난 그앨 모르는건지는 차마 물어보긴 미안해서 지금까지 미스테리입니다.  

네번째 썰입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4학년때였나..?
역시 첫 수업을 듣는 오리엔테이션 시간이었습니다. 
근데 모르는 남자가 대뜸 
"안녕 @@야!! ^^"
하십니다. 

전 이런 일이 익숙하긴 했지만..
상대방이 제 이름을 알고있는 경우엔 몰라봬서 미안하고 실수하진 않을까 무섭기도 하고 그래요. 

그래서 당황한 (남들눈엔 떫떠름한) 표정으로 아, 네.. 하고 옆자리 친구에게 귓속말을 했죠. 

야..저기 뒤에있는 어떤 오빠가 내 이름도 알던데 누구야? 내가 모르는 복학생도 있었나..

 하니까 친구가 힐끔 뒤돌아보고 자지러지게 웃더니 하는말이

"얔ㅋㅋㅋ **오빠잖앜ㅋㅋㅋㅋ "


**오빠는 그 때로부터 1년전 그러니까 그분이 휴학하기기 전에 꽤 자주 술도 같이마시고 굉장히 친했던..오빠였습니다..ㅠㅠ네..
헤어스타일을..바꾸셨더라구요. 예..
 
그 뒤로 제가 그 오빠랑 마주칠때마다 저의 인삿말은
"어 **오빠죠? 안녕하세요!"
가 됐습니다. 

마지막 썰입니다. 

오랜만에 친구들 예닐곱명쯤 떼거지로 만나는 날이었어요. 
각자 고기집 앞에서 보자 하고 일찍 온 몇몇끼리 인사 나누고 먼저 밥먹으려 기다리는데, 거기가 웨이팅이 좀 있는 곳이었어요. 

앉을 수 있는곳에 갔더니  맞은편 진짜진짜 잘생긴 어떤 훈남분이 절 보시곤 생글생글 웃으시는거에요..ㅠㅠ
아이컨텍 제대로 왔습니다. 

부끄러워서 눈을 피했다 힐끔 봤다 하는데 끝까지 절 보고 웃으십니다..

심쿵하며 앉아있었는데 저희 자리가 나왔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쉽지만 들어갔어요. 
근데 어머 어머 어머 왠일이니

그 잘생긴 훈남분이 절 따라오더니!!!제옆에!! 앉는거에요 ....ㅠㅠ
 
깜짝 놀란 저는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다시한번 그분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그분은 그날 저희와 만나기로한 제 친구놈중 한명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 웬 잘생긴 사람이 날 보고 웃나 했는데 ㅠㅠ
걔는 제가 지를 못 알아보는게 너무 너무 웃겨서 계속 가만히 있었댑니다 ㅠㅠ아

뭐 그친구랑은 아무일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예정이지만 잠시나마 설레게 해 준 잘생긴 친구에게 감사했네요. 

위 썰들 외에도 어제 같이 술먹은 친구 길에서 못 알아본 것,
신입생때 뿔태 안경낀 동기 세 명을 한 학기 내내 동일인물로 알고있었던 것 등등
못 알아본 적이 엄청 많지만(아마 나도 모르는 사이 아는 사람을 무시한 적도 많을거에요..) 몇가지 생각나는것만 추려봤어요. 

 안면실인증이라는게 갖고있는 사람에겐 참 불편하고 짜증나는 장애입니다. 
오해도 많이 사고 본의아니게 결례를 범하면서 사회생활에 크게 지장을 주기도 하고 대인관계가 많이 힘들어집니다. 
그때문에 스트레스도 많고 사람을 대할때 항상 긴장하게 되지만 한번씩 웃긴 일도 생기고 그래요. 

모든 안면인식장애인 분들 모두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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